- 조선 건국 때부터 경복궁 앞에 자리한 군사시설 

- 사라진 지 140년 만에 디지털 복원 메타버스 체험관 공개 

서울시민청 군기시 발굴유적지에서 증강현실(AR)로 만날 수 있는 세계 최초 2단로켓 '신기전'(왼쪽)과 변이중화차. 사진 문화재청 제공.
서울시민청 군기시 발굴유적지에서 증강현실(AR)로 만날 수 있는 세계 최초 2단로켓 '신기전'(왼쪽)과 변이중화차. 사진 문화재청 제공.

‘화포의 나라’로 불리는 조선에서 세종대왕 때 제작된 세계 최초의 2단 로켓 ‘신기전’은 어디서 만들었을까? 조선 건국 초인 태조 1년(1392년)부터 지금의 태평로, 경복궁 광화문 앞쪽에서 덕수궁 인근까지 설치되었던 주요 중앙관청 ‘군기시(軍器寺)’였다.

조선시대 군수물자 연구와 개발, 제조 및 보급, 관리 기능을 담당한 군기시는 고려 목종 때 설치한 군기감, 공민왕 때 군기시 제도를 이어받아 설치한 것이다. 시기마다 인원수는 달랐으나 《경국대전》에 의하면 도제조와 병조판서 아래 활시위를 만드는 장인인 궁현장을 비롯해 모두 644명의 공장工匠, 즉 군사기술자가 딸려 있었다고 하니 규모가 상당하다.

문화재청 장영기 사무관은 “군기시의 중심영역은 태평로이다. 현재 태평로는 평지화 되어 있지만 당시에는 ‘황토현’이라는 언덕 산지였고 언덕 안쪽에 자리잡아 비밀보장이 되는 공간이었다. 산이어서 땔감을 구하기 쉽고, 인근에 청계천이 흘러 무기제조에 필요한 물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라고 했다.

군기시에서는 신기전은 물론 많은 화약과 각궁, 화포 등을 제작했다. 세종 때 서북 변경 개척을 위해 화기 사용이 빈번해지자 군기시에 화약기술의 확보를 위해 화약장의 이동을 견제하고, 양반 자제 중 기술이 정교하고 군사상 책략이 뛰어난 10여 명을 겸군기兼軍器로 선발하기도 했다.

(위) 현재 군기시 발굴유적지 모습. (아래) 디지털로 복원한 군기시 건물, 확인된 20동 중 7채를 복원했다. 사진 문화재청 제공.
(위) 현재 군기시 발굴유적지 모습. (아래) 디지털로 복원한 군기시 건물, 확인된 20동 중 7채를 복원했다. 사진 문화재청 제공.

그러나 세조 이후 오랫동안 전쟁이 없자 군기시 기능이 차츰 줄어 본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고, 구한말 고종 21년(1884년)에 군기시는 폐지되어 직무는 기기국機器局으로 옯겨졌다. 일제강점기 군기시 자리에 태평로가 생기면서 중심영역이 사라지고, 경성일보 사옥, 경성부청사 등이 건립되면서 흔적이 사라졌다.

장영기 사무관은 “군기시 영역은 성공회 성당 언덕, 무교동까지 상당히 넓은 지역이다. 군기시의 핵심영역에서 벗어난 일부 지역이 2009년 서울시 신청사 건축 과정에서 20여 동의 건물터와 대량의 유물과 함께 확인되었고 현재 한국프레스센터 자리도 해당되나 현재 발굴이 진행되지 않아 전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는 군기시의 옛 부지 일부를 서울시민청 내 군기시유적전시실로 운영 중이다.

증강 현실(AR)로 군기시 건물 7채 복원… 장인들 무기 만드는 현장 생생
아바타 만들어 디지털 공간에서 관람
모션체어에 앉아 가상현실(VR)로 행주대첩 실감

문화재청과 서울시, 우미희망재단, 제일기획은 민관협력을 통해 140년 만에 조선의 군사핵심시설 ‘군기시’를 디지털로 복원해 지난 15일 메타버스 체험관(문화유산 확장 가상 세계)을 일반에 공개했다.

(왼쪽부터) 군기시 발굴유적지에서 증강현실로 만날 수 있는 군기시 장군, 무기제조 장인, 대장군전. 사진 문화재청 제공.
(왼쪽부터) 군기시 발굴유적지에서 증강현실로 만날 수 있는 군기시 장군, 무기제조 장인, 대장군전. 사진 문화재청 제공.

서울시민청 군기시 발굴유적지에서 증강현실(AR)로 해당 위치에 있었을 군기시 건물 7채를 복원했다. 관람객은 애플리케이션 ‘헤리버스 공존 (문화유산의 해리티지와 확장 가상 세계의 메타버스 결합)’을 통해 증강현실로 복원된 군기시 건물, 신기전 등 무기들, 건물 내부의 무기제작 과정을 체험‧관람할 수 있다.

특히, 현실에서 유적지로 들어가는 다리를 건너 내부로 들어가며 화약과 활, 화포 등을 제작하는 장인들의 생생한 현장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유적전시실을 직접 가지 않더라도 ‘헤리버스 공존’ 앱 상에서 자신의 분신인 아바타를 만들어 관람할 수 있고, 현장 관람객과 디지털 공간에서 자유롭게 공존하고 소통할 수 있다. 현재 해당 앱은 애플 앱 스토어에서 내려받을 수 있고, 곧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도 출시될 예정이다.

지난 15일 일반인에게 공개한 서울시민청 군기시발굴유적지 가상현실(VR)체험관. 사진 문화재청 제공.
지난 15일 일반인에게 공개한 서울시민청 군기시발굴유적지 가상현실(VR)체험관. 사진 문화재청 제공.

한편, 군기시 유적전시실 옆에는 군기시 가상현실(VR) 체험공간이 마련되어있다. 4D영화관보다 크게 움직이는 의자(모션체어)에 앉아서 가상현실 영상을 보며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군기시의 역사와 실제 운영 현황을 애니메이션처럼 관람하며 이해하는 ‘궁금해요 군기시VR’을 비롯해 임진왜란 3대 대첩인 행주대첩 현장에도 참여할 수 있다.

‘군기시 무기와 행주대첩 VR’은 행주대첩을 배경으로 3D캐릭터들이 전투를 하는 모습을 통해 군기시가 만든 무기들의 다양한 특징과 위력을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다.

군기시 유적전시관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되며, 가상현실(VR)체험 공간은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