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이 발달하기 전 동양과 서양에서 사람의 질병을 고치는 이들은 전통의학, 민간요법으로 천연식물을 약재로 활용했고, 대체로 쓴맛이 나는 식물들이었다. 옛말에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쓰다”라고 했다. 정말 그럴까?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실전 전문가를 양성하는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통합헬스케어학과 양현정 학과장은 “쓴맛이 몸에 좋다는 것은 꾸준히 입증되어온 게 사실”이라고 했다.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통합헬스케어학과 양현정 학과장. 사진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제공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통합헬스케어학과 양현정 학과장. 사진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제공

그는 “과거 전통적으로 활용된 약재에 대한 과학적 연구와 분석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신 연구를 통해 여러 쓴맛을 가진 식물에서 암, 당뇨병, 심혈관질환 예방, 비만 예방 등 다양한 효능을 찾아냈다”라고 했다. 지난 12일 양현정 학과장을 만나 쓴맛 식물에 대한 최신 연구와 실제 활용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 단맛, 짠맛, 신맛, 매운맛 등 다른 미각과 비교해 쓴맛만의 특징은 무엇인지.

쓴맛을 감지하는 역치(閾値)가 매우 낮습니다. 즉, 극소량이어도 쓴맛은 금방 감지한다는 것이죠. 또 단맛이나 짠맛, 신맛보다 더 오래 지속된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 헬스케어 측면에서 쓴맛을 가진 천연식물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대한민국은 2025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노화와 관련한 질병은 큰 사회적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죠. 개인과 사회의 건강을 다루는 통합헬스케어의 한 측면으로 천연식물에 대한 과학적 성분분석과 효능을 밝혀 건강을 위해 활용하고자 합니다.

첫째는 건강이 일상에서 관리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약간의 쓴맛을 가미하여 질병을 예방하는 식품첨가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천연식물에 기반한 효능 연구이고, 둘째는 통합헬스케어의 일환으로 명상에 활용하고자 합니다. 명상에서는 ‘지금, 여기, 나’에게 집중하는 게 중요하지만, 현대인은 쉽지 않습니다. 쓴맛은 다른 맛과 달리 강렬하게 의식을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건강한 쓴맛을 이용한 명상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 쓴맛을 가진 식물 영양소 중 질병예방과 관련해 연구된 주요사례는 무엇인지.

지금까지 밝혀진 주요 효능으로는 암 위험 감소, 동맥경화 및 심혈관질환 예방, 식욕억제와 비만 예방 등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습니다. 학계에서 연구 중인 유망한 성분으로는 쓴맛을 가진 페놀과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이소플라본 및 글루코시놀레이트등을 들 수 있습니다.

쓴맛을 내는 배추속 식물들. (시계방향으로) 유채, 순무, 양배추. 사진 Pixabay 이미지
쓴맛을 내는 배추속 식물들. (시계방향으로) 유채, 순무, 양배추. 사진 Pixabay 이미지

- 먼저 암 예방에 관한 연구사례를 부탁드립니다.

특히, 암 예방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데 쓴맛이 나는 식물의 페놀성 화학물들은 체내에 발암물질의 흡수를 방지하거나, 발암물질에 노출된 세포가 암세포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양배추, 브로콜리, 유채, 겨자 등 배추속 식물(브라시카 채소)에 많이 든 글루코시놀레이트와 이소티오시아네이트는 암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식이 보호제로 간주됩니다.  특히, 이소티오시아네이트는 발암물질의 활성화를 억제하고 발암물질 해독을 촉진한다고 연구결과가 보고되었죠. 실제 여러 임상 연구에서 환자에게 매일 많은 양의 브라시카 채소 식단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 심혈관질환과 동맥경화 예방에 대한 연구사례는?

최근 채소와 과일이 많이 함유된 식단의 역학적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녹색 잎이 많은 채소와 배추속 식물, 감귤류 과일, 대두, 레드와인에 특히 중점을 두고 과일보다는 채소에 초점을 맞춰 이루어졌죠. 플라보노이드 섭취량이 많을수록 관상동맥 심장질환의 위험이 감소했습니다. 더불어 녹색 잎 채소 및 양배추 섭취가 많을수록 결장암 위험도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죠.

한편, 감귤류, 잎채소, 양파, 자몽 등에 많은 식물성 플라보노이드의 경우 활성산소로 인한 피해를 감소시킵니다. ‘나쁜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LDL(저밀도 지단백질 콜레스테롤)이 산화되는 걸 막는데 산화된 LDL은 동맥경화의 주범이죠. 그래서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과를 발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식물성 플라보노이드가 많은 감귤류와 양파, 자몽. 사진 Pixabay 이미지
식물성 플라보노이드가 많은 감귤류와 양파, 자몽. 사진 Pixabay 이미지

- 요즘은 다이어트가 전 세대에 걸친 관심사입니다. 쓴맛이 식욕조절이나 비만 예방과 어떻게 관련이 되는지.

사람의 위장관, 췌장에는 장내분비세포가 분포해서 여러 자극에 의해 호르몬이나 펩타이드를 분비하는데, 쓴맛을 내는 화합물을 감지하는 수용체가 혀에만이 아니라 장내분비세포에도 있어 식욕억제 펩타이의 분비에 관여하죠.

예를 들어 안데스산맥 고산지대에 주로 자생하는 키나나무의 나무껍질에서 추출되는 쓴맛 성분인 ‘퀴닌(Quinine)’이 든 캡슐을 섭취한 건강한 지원자는 음식섭취를 억제하는 CCK호르몬 분비가 증가했습니다. 그들에게 뷔페식사를 제공했을 때 칼로리 섭취량이 감소했죠. 식욕이 억제된 것이죠. 다만, 여성의 경우 식욕억제 효과가 있는 반면 남성은 그러한 효과가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한, 배고픔 신호를 조절하는 위장의 평활근 세포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음식을 섭취하면 이를 받아들이려고 위장의 평활근이 이완되는데 쓴맛이 나는 벤조산데나토늄(Denatonium benzoate)을 투여하면 위 이완이 억제되고 위에서 음식물이 오래 머물게 되어 포만감을 빨리 느끼게 됩니다.

- 쓴맛이 갖는 식욕 억제, 비만 예방 효능이 당뇨병 치료에도 활용된다고.

위장관과 췌장의 장내분비세포 내 쓴맛수용체를 활성화하면 GLP-1호르몬과 PYY 호르몬이 증가합니다. GLP-1호르몬은 포만감을 증가시키고 음식물이 위에 오래 머물게 하는 기능이 있어 인슐린 방출을 자극해 혈당 수치를 낮춥니다. 현재 비만과 관련된 제2형 당뇨병 치료에 이용되죠.

PYY호르몬도 식욕을 감소시키고 장의 활발한 움직임을 유도해 영양소 흡수를 향상시킵니다. 인슐린 저항성 환자에게 쓴맛 수용체를 활성화시키는 물질을 지속적으로 투여하면 염증을 감소시키고 식후 혈장의 중성지방 수치가 개선된다는 임상 연구도 보고 되었습니다.

- 현대인이 쓴맛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식물 영양소나 건강 연구에서는 채소 및 기타 식물성 식품의 쓴맛이 중요하게 고려됩니다. 특히, 암 연구자들은 쓴맛을 높이는 것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제안하고 권장합니다. 하지만 소비자 및 마케팅 연구에서는 맛이 식품 선택에 중요한 요인이란 점이 변함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식품산업에서 더 나은 맛을 위해 쓴맛을 제거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죠.

초고령사회로 진입 중인 우리나라에서 개인과 사회의 건강을 위해 우리의 일상 식생활에서 약간의 쓴맛을 가미하여 질병을 예방하는 식생활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합니다. 보다 효과적이고 일상에서 실천하기 쉽도록 지속적인 연구와 활용을 해나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