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중앙연구원이 ‘흐름과 성찰 : 한류와 한국학(Flow and Reflection : Korean Wave and Korean Studies)’을 주제로 8월 26일(금) 개최한 국제학술회의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이 현재의 한류와 한국학을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발표를 하며 다양한 논의를 했다.

이번 국제학술회의는 1부 ‘한류와 한국학: 계보와 현재성’, 2부 ‘한류의 장면과 비전, 과제’로 나뉘어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됐다.

1부 ‘한류와 한국학: 계보와 현재성’에서 최유준 전남대 교수는 “음악에서 ‘K’가 의미하는 것: 한국음악의 횡단근대성”라는 발표에서 “음악 영역에서 ‘한국적인 것’을 탐구하려 할 때 두 가지 역설에 직면하게 된다. 먼저, ‘한국적인 것’이라고 선험적으로 규정된 장르로서의 혹은 제도로서의 음악이 있으며, 이를 ‘한국 전통음악’ 혹은 간단히 ‘국악(國樂)’이라고 통칭해 왔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국악’이라고 불리는 음악은 현재 한국인 일반의 음악 청취 관습으로부터 소외되어 일상 속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거나 정서적으로 낯선 음악이 되었다”면서 “반면, 현재 한국인들이 가장 익숙하고 편안하게 들리는 음악들은 서유럽에 기원을 둔 음악이거나 미국식 혼종 음악이어서 양식적 측면에서 토착적 요소(‘한국적인 것’)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양식적으로 가장 ‘한국적이지 않은’ 이러한 음악들 가운데 일부가 최근 ‘K팝’이라는 장르 명칭을 통해 가장 강력하게 ‘한국’을 재현하는 문화적 양식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 두 가지 역설을 상호 연결되는 문제의 지점으로 위치시켜 탐구하는 것이 음악 부문 공동연구 과제의 일차적 목표로 설정되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흐름과 성찰 : 한류와 한국학(Flow and Reflection : Korean Wave and Korean Studies)’을 주제로 8월 26일(금) 개최한 국제학술회의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이 현재의 한류와 한국학을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발표를 하며 다양한 논의를 했다. [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 줌 갈무리]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흐름과 성찰 : 한류와 한국학(Flow and Reflection : Korean Wave and Korean Studies)’을 주제로 8월 26일(금) 개최한 국제학술회의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이 현재의 한류와 한국학을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발표를 하며 다양한 논의를 했다. [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 줌 갈무리]

 

최 교수는 “음악은 사투리 음조와도 같은 음운론적 요소가 있어서 모종의 ‘한국적인 것’이 지리적 경계 내부의 전통적·토착적인 음악 양식과 맺는 관계를 부정할 수 없지만 문자적 소통을 전제로 한 표준어나 국제어의 영향력이 사회 전반에 확대되어 온 것처럼 서양음악 양식을 표준으로 한 음악적 근대성의 작용이 또다른 차원에서 ‘한국적인 것’을 구성해 왔음을 동시에 직시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문제의식은 불가피하게 19세기 후반 서양음악의 본격 도입 이후 전개된 한반도 음악의 근대화 과정에 대한 새로운 관점에서의 성찰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연구 대상을 서양음악(양악)과 한국 전통음악(국악)으로 사실상 이분화하여 탐구해 온 기존 음악학계의 관행을 넘어서 대중음악까지 포괄한 폭넓은 문화사적 시야에서 음악적 근대성의 형성 과정을 새롭게 살펴야 한다. 다른 한편, 최근의 ‘한국적인 것’에 대한 새로운 관심은 20세기에서 21세기로의 전환기에 문화적 전 지구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기존의 유럽중심주의가 약화되면서 발생한 문화적 탈영토화(탈경계) 현상과 관련되어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최 교수는 “한류와 K팝의 글로벌 유행은 디지털 매체를 기반으로 한 초국적 소통의 가능성을 바탕으로 했으며 한국의 음악은 이러한 문화적 전 지구화의 흐름에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그러한 ‘적응’의 배경을 이루는 정치경제적 차원과 수행적인 차원에 ‘한국적인 것’이 작용하고 있으리라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며 “요컨대 음악에서 ‘한국적인 것’은 근대성과 탈근대성의 모순적 상호작용, 혹은 엔리케 두셀의 개념적 맥락에서 전통과 현대의 횡단근대적(transmodern) 만남을 관찰하면서 구체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만남은 단순히 ‘혼종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만남은 전통의 타자성이 강조되고 그에 대한 억압과 배제, (근대로의) 포섭의 과정을 겪으면서도 동시에 그 타자화된 전통이 발휘한 ‘반근대성’의 역설적 힘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교수는 “20세기의 ‘국악’은 한편으로 근대화(서양화)에 거슬러 타자화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근대화(국가주의화·민족주의화)에 복무했다”며 이상과 같은 문제의식을 공동연구 과제로 연결시키기 위해서 세 가지 연구 주제를 제안했다. 즉 ① 근대로의 이행기 음악적 공공성의 구조변동과 ‘한국적인 것(조선적인 것)’의 발견 ② 해방 이후 ‘민족음악’ 개념의 전개 ③ 전 지구적 음악 문화에서 ‘K’가 의미하는 것.

최 교수는 “세 가지 주제는 어느 정도 통시적 흐름을 고려하고 있지만, 공시적 관점이 동시에 견지되어야 할 주제들이다. 또한 세 주제 모두 기존의 ‘국악-서양음악-대중음악’의 삼분법적 연구대상 분리로는 접근해 들어갈 수 없는 학제적이고 융합적인 주제이기도 하다”라면서 “③의 경우 ‘K’는 ‘K팝’에 한정될 수 없으며, 최근 ‘K클래식’과 ‘K국악’까지 운위되는바 ‘K컬처’로 일컬어지는 새로운 국면의 지역적 문화 정체성에 대한 관심을 포괄적으로 지시하는 기호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진달용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 교수는 2010년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신한류의 맥락에서 대중문화와 디지털기술의 컨버전스를 고찰한 “신한류 시대 초국가적 대중문화와 디지털기술 구축”를 발표했다.

진 교수는 “디지털기술과 소셜미디어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한국이 발전시킨 몇몇 디지털기술과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전 세계적으로 대중화되었다”며 “디지털 물결(digital wave)은 K-POP, 영화, 애니메이션과 같은 문화 장르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는 디지털기술과 문화콘텐츠의 컨버전스를 의미하기도 한다. 글로벌 플랫폼은 특히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에서 브랜드를 구축했으며, 충분한 양의 자본, 데이터,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고유한 비즈니스 모델로 인해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은 방송매체에 의존하지 않고 입소문을 통해 한류를 홍보하고 문화콘텐츠를 확산적으로 유통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디지털기술 자체가 현재 한류의 주요 부분이 되어왔다”고 말했다.

또한 진 교수는 “즐긴다. 한류는 디지털 미디어 컨버전스 실현에 깊이 관여해 왔다. 예를 들어, 웹툰은 독립적인 문화 형태로서뿐만 아니라 비서구권 국가에서 개발한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원천으로서, 가장 중요한 디지털 청년 문화 중의 하나가 되었다”며 “디지털 플랫폼은 글로벌 문화산업, 특히 한류의 생산과 소비에서 급격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디지털기술로의 광범위한 통합으로 인해 신한류는 진정한 글로벌 규모로 유통된 최초의 비서구권 대중문화 유행 중 하나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진 교수는 “디지털 플랫폼 시대의 신한류는 글로벌 문화 및 기술의 흐름으로서, 그 어떤 비서구권 국가들의 대중문화와 기술의 글로벌 유통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더 폭넓다. 콘텐츠, 기술, 이용자문화로서 한류의 글로벌 유통은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으로 문화산업을 효과적으로 통합하여 그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요컨대, 디지털 한류가 한류연구의 지도를 확실히 바꾸어 놓았는데, 이는 주로 한국에서 창안되거나 발전한 디지털기술이 세계 청소년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디지털기술의 성장으로 이러한 종류의 물질적 소유는 여러 미디어 플랫폼에 걸쳐 가상 연결되어 참여적인 소비형태로 점점 더 보완되거나 대체되었다”고 말했다.

나아가 진 교수는 “한류는 디지털 및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역할 증대와 함께 현대 대중문화의 흐름을 이해해야 함을 확실히 보여주었다”며 “한류의 경우 미디어 컨버전스는 여전히 진화하고 있어, 그것이 향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한류의 역사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아직은 충분히 파악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2부 ‘한류의 장면과 비전, 과제’에서 음악평론가 김영대 박사는 “메타버스, 사이버 가수, 그리고 케이팝의 미래”라는 제하의 발표에서 “미래사회는 분명 과거에 비해 인공지능과 로봇이 사람의 많은 부분을 대체할 것이며, 이미 스마트폰 기술에 지배당한 사람들은 비교할 수 없는 효율과 예기치 못한 위험으로부터의 안전을 위해 가상의 공간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될 것이다”며 “당연히 이는 인간관계를 비롯해 엔터테인먼트의 속성을 뒤바꾸게 될 수밖에 없다. 이미 많은 상상이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 박사는 “케이팝 산업에서 메타버스와 버추얼 휴먼은 다양한 방식으로 상상할 수 있되 그것이 무엇일지 혹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청사진은 존재하지 않은 불완전한 개념이다”라면서 “다만 서사, 캐릭터, 세계관, 테크놀로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상화라는 태도로 점철된 케이팝의 다음 단계는 당연한 듯 메타버스라고 여겨지고 이 같은 생각의 기저에는 확고한 논리보다는 일종의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박사는 “모든이들이 결국 서로 다른 이유로 메타버스의 세계를 향해 갈 것이라는 일종의 당위 아닌 당위 같은 것이다. 물론 이 기대감은 앞서 고찰한 바와 같이 그 나름의 충분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라면서 “기술은 필요해서라기보다는 가능하기 때문에, 좋은 것이어서가 아니라 새로운 것이어서 시도되고 진화되는 성격을 갖기도 한다. 우리는 그 새로운 흐름을 거부할 수 없고 다만 언제 어떻게 활용할지만을 고민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메타버스는 케이팝의 ‘유망한’ 미래라기보다는 ‘불가피한’ 미래로 자리잡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학술회의에서 김보름 안양대학교 교수가 “유서(類書)를 통해 본 조선 후기 지식의 집적과 체계”, 조원희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AAS 발표 자료를 통하여 보는 최근 해외 한국학의 동향 분석”을 발표했다.

또한 프랑스 파리대학교 빈센조 치첼리 교수와 프랑스 문화부의 실비 옥토브르 박사가 유럽에서의 한류 열풍을 진단한 “한류에 대한 서구의 성찰: 대안적 세계화를 향한 길로서 팝 세계시민주의”(Reflexions from the West on Hallyu: Pop Cosmopolitanism as a Path toward an Alternative Globalization)를 발표했다.

아울러 영국 리버풀 대학교의 엄혜경 교수는 “K-POP에 대한 사회적 상상과 메타장르 형성: 창의성, 장소성, 시청각 통합”(Social Imaginaries of K-pop and the Making of a Metagenre: Creativity, Placeness and Audio-Visual Synthesis), 미국 유타 대학교 아시아 캠퍼스의 정재현 교수가 “한국 웹툰의 세계화 과정”(The Globalization Processes of Korean Webtoons)를 각각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