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소프트 파워
대한민국과 소프트 파워
  • 이정한 국학연구소 소장
  • luminapierce2020@gmail.com
  • 승인 2022-07-04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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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Brady Bellini on Unsplash]
[사진 제공 Brady Bellini on Unsplash]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을 끝내고 귀국했다. 본래 유럽을 공산주의로부터, 정확하게는 소련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지키고자 미국의 주도로 만들어진 군사 동맹은 냉전 이후 정체성 상실로 인해 이전의 영향력을 유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회원국들 사이에 러시아 견제라는 명확한 목표의식이 만들어졌고 유럽의 국가들이 중국을 러시아의 우방이자 군사동맹국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중국을 포함한 군사적 포위망을 구축하기 위해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 같은 글로벌 파트너 국가들을 더 긴밀한 협력국가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 속에 한국은 새로운 악재에 직면했다 할 수 있다.

소련의 붕괴 이후 전 세계가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움직이던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 시대는 세계의 패권 변동으로 서서의 종말을 맞이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이 G2로 부상하며 작게는 아시아의 맹주, 크게는 새로운 세계 최강국이 되고자 하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고 러시아는 소련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주변국들에 대해 군사적 행위를 확대하고 있다. 현 상황은 세계를 미국의 우방국과 소련, 중국의 우방국으로 가르고 있으며 그 사이에서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국가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실리를 챙기려 하고 있다. 글로벌리제이션의 최대 수혜국가 중 하나였던 한국으로서 현 상황은 어떠한 각도에서 보더라도 위기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미 높은 물가와 세계 무역망의 균열로 모든 나라들은 몇 년간 심각한 경제 침체를 예상하고 있고 한국이 가장 큰 피해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는 거대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현 정부가 외교력을 증강하고 더 활발히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함은 그 누가 보기에도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단지 우방국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강국들 간의 분쟁을 해소할 수 없으며 한국은 다른 각도에서 평화중재의 역할을 생각해 내야만 한다. 세계의 수많은 국가들 속에서 우리는 그저 타국과의 무역에 의존하는 작은 나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지리적 조건이 세계의 평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한국은 러시아, 중국, 일본에 둘려 싸여 있고 이는 한민족의 역사가 끊임없는 전쟁과 비극에 시달리는데 가장 큰 요인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지리적인 불리함을 다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아시아 평화를 이룩하는 데 있어서 한민족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지형적인 특성 때문에 중국 대륙은 통일국가를 이루기가 유럽에 비해 수월했고 이로 인해 아시아의 평화는 대체로 중국이 얼마나 통일되고 강성했는가에 따라 좌우되었다고 판단하기 쉽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아시아의 평화는 한반도의 역량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어떠한 평화가 유지되는가에 대해서 역사적으로 우리는 매우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한민족의 국가가 안정되고 단합되었을 때 중국 대륙의 국가들은 대체로 이웃 국가들과 화친 정책을 유지하려 노력했고 분열되고 국운이 쇠했을 때 중국은 무력으로 이웃 국가들을 탄압하며 분쟁의 불씨를 키웠다. 이는 우리가 국제정세에서 경제적, 군사적으로 요충지의 역할을 해왔고 항상 주변국에 있어 우리를 무시하고 함부로 처신하기에 곤란한 상황을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현재의 한국은 전 역사를 통틀어 과거 우리 민족의 역할이 가장 부각되는 시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은 그 어떤 국가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며 우리가 외교적으로 어떠한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국제정세가 크게 변동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로 인해 미국과 유럽, 중국과 러시아 양 진영이 자신들의 편에 서게 하기 위해 우리에게 회유와 압박을 동시에 하고 있지만 우리가 내려야 할 결정은 결코 누구 편에 서는가가 아닐 것이다. 현대사회는 강대국들이 분쟁을 일으키고 직접적으로 싸우기를 마다하지 않는 상황을 방치하기에는 너무도 과학이 발달해 있다. 한국이 어떤 진형의 편에 선다고 해도 분쟁이 사라지지는 않으며 분쟁의 결과로 가장 먼저 피해를 입게 되는 국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역할은 강대국들이 무의미한 패권 싸움을 견제하고 중재하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시키고 서로 공존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는 데 있어 조율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당장 불가능해 보이는 이 역할은 우리에게 새로운 힘을 추구하게 한다. 바로 부드러운 힘, 소프트 파워(Soft Power)이다. 이것이 어떠한 힘이며 무슨 이점이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있어 현재 유럽의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독일을 보면 된다. 독일은 유럽 역사를 보면 전통적인 강국도 아니었으며 상대적으로 근대에 통일된 신흥강국이었고 역사의 대부분 다른 국가들의 지배와 견제를 받으면서 존속해왔다. 특히 근대에는 세계 1차 대전과 2차 대전을 일으킨 원흉이었으며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이 행했던 수만은 만행들에 비해서도 심했으면 심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타 유럽 국가들이 독일이 유럽의 질서를 이끌어 가는 것에 대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독일은 자신들이 신뢰할 수 있는 국가이며 유럽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대변하며 이웃들에게 도움이 되는 국가라는 것을 자신들이 만행을 저질렀던 대상들에게 인식시키고 받아들이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것이 소프트 파워의 힘이며 독일이 막대한 규모의 자금과 군사력을 쓰고도 가능하지 못했던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소프트 파워의 가장 큰 장점은 소프트 파워 역시 일정 수준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요구하지만 기존의 하드 파워와 같이 규모의 싸움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프트 파워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는 바와 같이 문화의 파급력도 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보다 더 필수적인 요소는 대중적인 의식의 수준과 가치관이다. 많은 지식인들은 독일에 대해, 더 정확하게는 독일의 국민에 대해 이러한 평가를 내린다. 독일 국민들은 이웃 국가들이 자신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안다는 것이다. 보통 민족의식이 가질 수 있는 단점은 이기적이라는 것에 있다. 타민족이 가지고 있는 피해의식이나 그들만의 세계관을 철저히 무시하며 자신들의 피해의식과 야망에 집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우리의 이웃 국가들인 중국, 일본, 러시아가 이런 상황에 빠져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

독일은 자신들의 죄를 뼈저리게 반성하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며 다시금 유럽 사회에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한 결과 소프트 파워 강국이 될 수 있었다. 피해국으로서 국민들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의지와 협동정신으로 발전을 이룬 우리로서는 따라 할 수 없는 사례다. 우리는 결국 우리의 역사와 전통을 통해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한국은 홍익으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가치관과 뛰어난 공동체 의식이 있다. 널리 이롭게 한다는 우리의 건국이념을 시작으로 우리만의 해법을 찾을 때 단순히 문화강국에서 소프트 파워로 가는 길이 열릴 것이며 그것만이 우리의 안보를 지키는 수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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