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민들은 세계적으로 투자에 적극적인 사람들이다.  단지 부동산 투자뿐만 아니라 주식에도 투자가 상당히 활발하며 자신들의 자산을 어떻게 보호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중 하나가 가상화폐이며 한 때는 김치 프리미엄이라 불릴 정도로 한국의 투자열기가 높았던 때가 있다. 

하지만 루나와 테라라는 가상화폐의 폭락으로 전 세계의 투자자들이 약 50조원의 피해를  입은 것이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세계 2-3위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소인 FTX가 파산하고 한국의 위믹스가 상장 폐지되며 다시 수많은 피해자들이 생겼고 다시금 가상화폐는 자산이나 화폐로서의 기능에 대해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대부분 이런 논란은 비트코인, 혹은 가상화폐의 가치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가인 워렌 버핏은 전 세계의 모든 비트코인을 단 25달러에 판다고 해도 사지 않을 것이라고 했으며, 가상화폐는 그 어떤 것도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가치가 없다고 이야기 했다.  반면 헤지펀드 투자자로 유명한 캐시 우드는 여러 악재에도 비트코인은 2030년까지 130만 달러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렇다면 과연 누구의 말이 사실일까?  현재까지는 다른 가상화폐는 몰라도 최소한 가상화폐의 시조격인 비트코인은 분명히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가치라는 것은 결국 누군가가 필요로 하면 생기는 것이다. 수익을 노리고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사람을 빼고서라도 자금흐름을 추적당하고 싶지 않아하는 범죄단체 등이나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지정한 베네수엘라와 같이 다양한 이유로 자국의 화폐보다 가상화폐를 더 선호하게 된 국가들도 있다.  

하지만 가상화폐 전체에 대한 미래 전망은 가치로 논할 수 없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자신한테는 쓰레기여도 타인에게 쓰임새가 있으면 그것의 가치를 없다고 말하긴 어려우며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무슨 이유에서인지 상식에 벗어날 정도로 높은 가치가 정해진 상품들은 수없이 많다. 가상화폐의 미래를 더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비트코인이 목표로 내걸었던 탈중앙화의 미래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결국 가상화폐의 진정한 모습은 탈중앙화이기 때문이다. 

2008년 전 세계가 미국 월스트리트 주도의 도박에 가까운 돈놀이로 엄청난 금융위기에 빠지고 결국 그 사태를 일으킨 이들은 정부의 개입으로 구제되고 오히려 피해자인 서민들이 대부분의 피해를 받게 되었다. 비트코인은 이로 인해 생긴 정부와 기존 금융기관에 대한 거대한 불신으로 부터 만들어 졌다고 할 수 있다. 아직 실존인물인지 명확하지 않은 사토시 나카모토는 2009년 한 논문을 통해 화폐가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할 신뢰가 정부나 금융기관으로 인해 훼손됐기 때문에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해결책으로 그가 제시한 것이 탈중앙화 기반의 화폐이다.

보통 비트코인 신봉자들이 자신 있게 이야기 하는 것이 비트코인을 탈중앙화 기반의 화폐로 만들어주는 블록체인으로 불리는 알고리즘의 우수성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확실히 알기가 어려우며 자세히 아는 사람도 이론상의 우수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인정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들은 탈중앙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최대한 애매하게 이야기하거나 아주 이상적인 것만 이야기 한다는 것이다. 한때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크게 인기를 얻은 적이 있다. 

가상의 세계에서 지금까지 인간이 했던 모든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미래를 제시하며 이에 페이스북과 같은 대기업이 회사명을 메타로 바꿀 정도로 많은 이들이 메타버스의 미래에 투자했다.  이 시기에 웨스 펠론이라는 한 컬럼니스트가 메타버스에 대해 이미 존재하는 인터넷이라는 단어를 포장한 말일 뿐이라고 비평한 일이 있다. 탈중앙화의 의미를 잘 생각해 보며 가상화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본다면 이 역시 이미 존재하는 단어를 포장한 용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화폐의 탈중앙화라는 것은 말 그대로 중앙을 벗어난다는 뜻으로 여기에서 중앙은 결국 정부를 의미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한 국가 화폐의 신뢰는 금융기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국가, 더 정확하게는 정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화폐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정부가 개입하여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화폐가 가진 신뢰의 핵심이다. 

이 신뢰의 주체를 개인, 혹은 수많은 작은 집단들에게 옮기는 것이 탈중앙화이다. 이 말 역시 확실히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가 가기 어려울 수도 있다. 더 쉽게 이야기 하면 어떠한 이유에서든 탈중앙화 된 화폐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개인에게 책임이 가며 문제의 해결은 당사자들끼리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탈중앙화의 진정한 모습, 가상화폐의 진정한 모습은 무정부사회이다.

무정부사회에서 누군가가 성공하거나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당연히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정부사회를 원하지도, 꿈꾸지도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들만이 성공하며 그들로부터 피해를 입은 다수는 자신들의 무력함을 탓할 수밖에 없는 사회임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이 근본적인 문제로 가상화폐는 아무리 블록체인이 상용화 된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신뢰가 생기기 어렵다. 

언젠가는 누군가로 인해 신뢰가 깨지는 상황이 나오고 피해를 보는 사람이 생기게 된다. 그렇다고 가상화폐를 정부가 규제하게 된다면 가상화폐가 생긴 이유 자체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가상화폐가 중앙화 된다면 어떠한 알고리즘을 만들더라도 기존의 방법보다 비효율적이 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부가 관리하게 될 경우 블록체인은 그 어떤 시스템보다 무시무시한 감시수단이 된다. 블록체인의 기능으로 인해 국민들이 어디에 돈을 썼는지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권력자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사회가 더 이상 권력화된 기존의 화폐를 받아들일 수 없게 되고 가상화폐만이 이에 대한 답이라면 우리는 가상화폐 기술보다도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 있다. 정부의 개입 없이 그 어떠한 범법자도 존재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 방법, 화폐에 문제가 생긴다면 국민 전체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방법이다. 

권력자들의 간섭이나 개입 없이 개인이 자신의 삶과 자유, 그리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오래 동안 인류가 목표로 해 왔던 일이다. 초기의 공산주의 사상 역시 이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시도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탈중앙화에는 하나의 큰 숙제가 따라오게 된다. 권력의 공백을 대중들의 선한, 그리고 단합된 의지로 메꿀 수 있는 방법, 서로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는가이다. 이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가상화폐의 미래도 소수의 강자들이 좌지우지하는, 불안정한 자산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