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의 발달이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과거에도 개인용 컴퓨터를 산 지 얼마 되지 않아 최신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한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경험한 적이 없는 속도로 진행되는 기술 발전에 인공지능 전문가조차도 공포를 느낀다. 새로운 기술들이 단 며칠 만에 등장하며, 때로는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변화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은 다른 분야의 기술 개발도 크게 촉진한다. 인간이 많은 시간을 소요해야 할 일을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처리해 주기 때문에 모든 업무의 효율이 급격히 향상되고 있다.

이미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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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노화에 대한 모든 비밀을 밝혀내어 다시 젊어지는 약을 개발할 수도 있다는, 불로불사의 꿈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존재하는 현시대에서 오직 단 하나의 분야만이 발전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퇴보하는 듯 보인다. 바로 정치제도이다. 정치제도는 개인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의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다지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섣불리 개선을 시도한다면 더 큰 악영향이 발생할 것을 두려워하여 아예 손을 대지 않고 있으며, 정치로 인해 발생하는 수많은 재난이 그냥 방관하는 것처럼 보인다.

진보와 보수로 나뉘는 한국의 정당은 아무래도 매우 비효율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특정 사안이나 이슈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에서 논의를 통해 최선의 선택을 도출해 내는 것이 아니라, 각 당은 자신의 이익을 챙기느라 바빠서 법 제정이나 국정감사와 같은 본업에는 전혀 충실하지 못하다. 국민의 실생활에 관심을 기울이는 척하지만, 사실은 문제가 발생할 때만 신경을 쓰고 대북 관계, 한일 갈등, 세대 갈등과 같은 더 큰 이슈들을 선동하는 것에 더 많은 열정을 쏟고 있다. 조금 과장한다면 과거 조선시대의 붕당정치와 비교하더라도 개선된 점은 오직 유혈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나 할까.

현행 대통령제도 역시 허점이 많다는 것은 분명하다. 단 한 사람에게 너무나도 많은 권력이 집중되는 이 제도는 과거부터 문제로 둘러싸여 왔다. 게다가 대통령제는 암묵적으로 대통령이 전 국민 중에서 가장 도덕적이고 현명하며, 나라를 보호하고 국민을 이끌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전제한다. 그러나 이에 부합하는 대통령이 우리 역사 속에서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오히려 개인의 야심으로 인해 특정 정책을 강행하거나 부적절한 인물을 장관이나 중요한 직책에 임명하여 국가와 국민에게 큰 피해를 준 사례가 무수히 많다. 역대 대통령들의 능력과 자질은 별개로 애초 그렇게 완벽한 인간이 존재하여 모든 이에게 만족스러운 정치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가득하다.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를 살펴보면, 문제가 특정 인물이나 정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 시스템 자체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어느 나라든 정당 정치로 인해 국민 간의 분열이 발생하거나 합리적이지 못한 국정운영에 빠져들지 않는다는 점이 뚜렷하다. 전 세계에서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는 선거제도조차도 독재정치와 같은 최악의 상황에 대한 예방책이 될 수는 있겠지만, 최선의 결과를 항상 가져다주지는 못한다. 미국은 양당 간의 분열로 인해 다시 국가 부도의 위기를 겪고 있으며, 영국은 보수당의 계산 착오로 인해 유럽연합 탈퇴 이후 심각한 경제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책임을 지고 이러한 사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또한, 우리에게 형제 국가로 알려진 터키의 경우 대통령이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를 고집하여 80% 이상의 물가 상승에 시달렸던 사례가 있었다.

현대 민주주의의 기초는 놀랍게도 수천 년 전의 형태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정부는 국가라는 공동체 내에서 모든 국민의 이익과 행복을 존재하는데, 정치 시스템은 그보다는 부패와 권력 남용 방지에 주로 집중되어 있다. 물론 이것이 불필요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러나 인류 문명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오직 정치만이 여전히 수천 년 전의 고민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현재 전 세계의 민주주의 시스템은 대부분 미국의 대통령제를 벤치마킹한 경우가 많다. 미국의 시스템은 삼권분립으로 유명하며, 그 시초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고대에도 소수의 권력층이나 세력에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고, 모든 시민에게 평등한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법치주의를 기반으로 권력을 분산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이후 중세를 거쳐 군주정치로 퇴보된 후 겨우 민주주의를 갖춘 현대 정치의 모습은 누구에게도 권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임기제로 왕을 두 명을 두었던 스파르타나 왕이라는 말만 꺼내도 치를 떨었던 공화정 시대의 로마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현대 정치는 대부분 국민에게 필요한 법을 제정하고, 그 법을 기반으로 국가를 운영하며 법의 기준에 따라 죄와 벌을 판단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으며 각각의 기관들은 서로를 감독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맡아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역할을 국민이 직접적으로 참여한다면 의사결정이 느려지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분도 많기 때문에 국민의 대리자와 대변인을 선출하는 선거제도가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현재 이러한 시스템이 여전히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 현대의 기술력을 활용한다면 많은 부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선거를 통해서만 국민의 의견을 알아내는 세상은 아니며, 국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민생 관련 법안들에도 국민이 직접 참여할 기술적인 가능성이 생겼다.

이제는 국민이 모두 과거의 독재와 부패의 공포에서 벗어나 인터넷이나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이 정치 시스템의 발전에 어떻게 정치 시스템의 발전에 활용될 수 있는지 함께 연구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핀란드나 스웨덴과 같이 정치가 성숙해질수록 정치가는 권력자에서 공무원의 형태로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부패 없는 정치,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정치는 뛰어난 정치인이 아닌, 우리의 의식 변화에 달려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