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024년 대통령 선거가 다시 바이든 현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결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80세로 미국 역사상 최고령의 대통령인 바이든은 재선의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고 트럼프는 수많은 법적 문제에도 정식으로 공화당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공화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었던 플로리다주 디샌티스 지사는 공화당 온건파와 강경파 두 세력의 지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양쪽의 불만만 키우고 여론조사에서 순위가 급격히 하락하였다. 다른 후보 경쟁자들도 트럼프와 비교해 지지도와 인지도 면에서 상대가 되지 못한다. 공화당은 이미 2022년 중간선거에서 기대한 만큼 흥행몰이를 하지 못한 트럼프가 보수 성향 이외의 국민에게서 지지받지 못해 결국 이번 대선에도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지만 당내에서는 인기가 압도적으로 높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지 픽샤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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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추문과 불법행위로 인해 정치생명이 끝났어도 이미 오래전에 끝났어야 할 트럼프가 아직도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우리에게도 의문이지만 사실 이는 미국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트럼프의 인기는 기존의 보수와 진보라는 이중적인 시각에서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다. 트럼프의 언행과 태도는 진보적 가치는 물론이고 보수적 가치까지도 전혀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그가 인기가 많아서 그의 행동을 지지자들이 방관하거나 용서한다고 보기에는 그 도가 지나친 경향이 있다. 흔히 ‘베이비붐 세대’라고 불리는 전쟁 이후 경제성장기의 세대와 그 직후의 X세대가 만든 보수와 진보의 정치 구도가 더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며 이러한 변화로 인해 약자의 위치에 서게 된 이들의 상실감을 제대로 대변하는 진영이 없는 상황이다. 이를 트럼프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자신의 마케팅 능력을 발휘해 지지층을 확보한 것이다.

미국만의 상황이라고 볼 수 없는데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믿고 따를 수 있는 가치관이 사라진 신세대에게 이상한 민족주의가 발생하고 있다. 역사가 짧은 미국의 경우 자체적인 민족의식이 형성되기 힘든 상황에서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는 고립주의와 백인우월주의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 백인우월주의가 과거와는 다른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백인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미국에서 모든 혜택은 유색인종이 누리고 백인은 오로지 원주민을 학살하고 흑인을 노예화한 파렴치한 인종으로 낙인찍혀 굴욕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일본 극우들이 하는 주장의 미국판과 같은 이야기가 미국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이와 비슷한 일들이 유럽을 비롯하여 중국, 러시아와 같은 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가장 큰 배경은 각 국가의 ‘징고이즘Jingoism’ 혹은 광신적이고 배타적인 민족주의이다. 그 후 여러 차례 엄청난 전쟁의 비극을 겪고 세계는 공통의 가치관을 추구하고자 유엔(UN)을 기반으로 큰 노력을 하였다. 그러나 과거의 비극이 반복되듯이 우리와 많은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들이 점점 이기주의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전 세계 경제망이 매우 촘촘히 엮여 있어 쉽게 과거로 돌아가기는 힘들겠지만,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세계는 다시금 큰 혼란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는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현재 우리는 과거 독립투사들이 꿈꾸던 문화강국에 매우 근접한 상황이며 수많은 나라가 여러 방식으로 한국의 문화를 접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미래를 위해 새로운 세대에 알려줘야 하는 것은 피해의식을 기반으로 한 삐뚤어진 민족의식이 아니다. 광복 이후 오랫동안 우리는 우리의 진정한 가치는 찾으려 하지 않고 국민에게 피해의식을 주로 주입하였다. 전 세계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문화의 힘을 얻게 된 현시점에서 우리 자신을 위해서라도 새로운 역사관과 가치관의 정립이 필요하다.

비록 정확한 날짜가 아닐지라도 우리는 우리 민족의 국가 출발을 10월 3일로 정했다. 숱한 것이 잊히고 파괴되었지만 우리는 아직 우리의 건국이념인 홍익 정신을 간직하고 있다. 생존경쟁이 치열한 세상에서 결국 모두 살아남는 길은 서로에게 이로운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지혜로 우리 민족은 생존해 왔다. 개천절은 이러한 홍익 정신을 되새기는 날이기도 하다. 우리의 개천절이, 홍익의 가치가 우리의 문화에 스며들어 있음을 자각하는 기념일이 되길 바라며 더욱 널리 이 가치를 세상에 알려 새로운 세대가 더 발전된 세계화 시대를 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