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민, 29면체 주사위,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 162 x 130.3cm, 2021. [사진=제이무브먼트갤러리 제공]
김가민, 29면체 주사위,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 162 x 130.3cm, 2021. [사진=제이무브먼트갤러리 제공]

우리의 시간관념에 과거, 현재, 미래라는 구분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과거에서 현재로, 미래로 선형으로 시간이 흐른다는 것 자체가 절대 진리가 아니라면?

제이 무브먼트 갤러리(부산 금정구)는 과거와 현재의 시간성에 관한 성찰을 보여주는 전시 “비미래”를 5월 6일 개막한다.

먼저 전시장에 들어선 관람객이 벽에 붙은 정보무늬(QR코드)를 찍으면 시가 낭독된다. 전시에 참여한 안미린 시인이 직접 낭독한 두 편의 시, ‘비미래’이다. 관람객에게 낭독되는 음성을 들으며 동시에 다른 시각예술 작품들을 감상하도록 권한다.

어떤 언어에는 현재와 과거의 구분이 없으며, 이를 비미래 시제(non-future tense)라고 부른다. 이 전시 “비미래”는 ‘비미래(non-future)’ 라는 단어로 표상되는 새로운 시간의 지점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전시를 기획한 한수정 큐레이터는 “안미린 시인의 시 ‘비미래’ 시리즈에서 영감받아 기획했다”며 “기존의 전시 맥락에서 익숙한 장르인 시각예술 외에도 문학 또한 감상할 수 있어 다채로운 층위의 예술적 체험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 큐레이터는 “시각예술과 비시각예술의 느슨한 협업을 도모하는 전시”라고 설명하며, “‘비미래’로 대표되는 시간에 대한 다양한 인식이 각 예술 장르에서 어떤 식으로 펼쳐지는지 실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정균, 미래 연습,  싱글 채널 비디오, 7분 24초, 2021. [사진=제이무브먼트갤러리 제공]
신정균, 미래 연습, 싱글 채널 비디오, 7분 24초, 2021. [사진=제이무브먼트갤러리 제공]

 전시 “비미래”에는 시인이 참가하여 시각예술과 문학이 협업한다. 안미린 시인과 김가민(평면, 설치), 신정균(영상), 윤산(평면,설치) 작가가 참여한다.

안미린은 두 편의 시, 〈비미래〉 와 〈비 미래〉로 전시에 참여한다. 두 시는 안미린의 2022년 시집 《눈부신 디테일의 유령론》에 수록되어 있으며, 이번 전시의 주요한 레퍼런스이자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했다. 관람객은 QR코드를 통해 시인이 직접 녹음한 두 편의 시를 들을 수 있다. 또한, 천천히 낭독되는 음성으로서의 비미래를 감상하는 동시에 다른 시각 작품들을 함께 감상하는 것이 적극적으로 권유된다.

시인 안미린은 서울에서 태어나 2012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빛이 아닌 결론을 찢는》, 《눈부신 디테일의 유령론》이 있다.

작가 김가민이 만드는 전개도는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 〈29면체 주사위〉, 〈일상의 전개〉와 같은 이름을 가진 이 이상한 도형들은 ‘전개도’라는 평면의 형태로는 세상에 존재하지만 입체의 형태로는 완결되는 것에 실패한다. 마치 ‘비미래’라는 시간을 공간의 논리로 번역한 듯, 김가민의 전개도는 도래하지 않는 공간을 기다린다.

윤산, Glitch Satellite, 캔버스에 유채,  153.5cm×207.2cm, 2022. [사진=제이무브먼트갤러리 제공]
윤산, Glitch Satellite, 캔버스에 유채, 153.5cm×207.2cm, 2022. [사진=제이무브먼트갤러리 제공]

부산 출신 김가민은 경성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석사)을 수료했다. 주요 개인전으로 《보이지 않는 선》, 《Unfold》 등을 개최하고 단체전 《불투명한 문》, 《잔상의 결》 등에 참여하였다.

영상 작품으로 참여하는 신정균 작가는 재난 상황의 모의 연습을 그리는 영상 〈미래 연습〉을 출품한다. 신정균의 〈미래 연습〉은 가상의 재난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며 진행되는 대피 훈련을 보여준다. 대피훈련은 우리가 열망하는 미래의 모습과는 반대의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며 미래에 대한 통제권을 확인하고자 한다. 신정균은 이러한 연습을 통해 우리가 재난을 미연에 방지하며 미래를 통제할 수 있었는지를 묻는다.

신정균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주요 전시로 개인전 《리프트 & 드리프트》, 《아크로뱃》과 단체전 《젊은 모색》, 《Past. Present. Future》등이 있다.

윤산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여섯 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작가는 물감을 얇게 쓰며 대상의 표면을 풀어내는 방식으로 지나간 시대의 게임이나 만화 같은 가상의 세계에서 빌려온 이미지들을 현재의 시공간으로 소환하며 이미지들을 중첩하는데, 이때 서로 다른 시간이 엇갈리며 새로운 세계를 구축한다.

윤산은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석사 과정에 재학중이며, 주요 개인전으로 《Three of swords》, 단체전으로 《Contact youth》, 《New Drawing Project》 등이 있다.

“비미래”전은 제이무브먼트 갤러리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서 5월 6일부터 6월 15일까지 진행된다. 월요일과 수요일은 휴관이며, 평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주말은 예약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