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이집트 정부의 요청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이집트 룩소르 라메세움 신전 복원과 기존에 발굴되지 않은 이집트 파라오 투트모세 4세 신전 조사‧발굴 및 복원에 참여한다.

이집트 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룩소르 라메세움 신전 현장. 이집트 정부의 요청으로 우리나라 문화재청이 복원작업에 참여한다. [사진=문화재청]
이집트 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룩소르 라메세움 신전 현장. 이집트 정부의 요청으로 우리나라 문화재청이 복원작업에 참여한다. [사진=문화재청]

이집트 최대 신전 중 하나인 룩소르 라메세움 신전은 ‘이집트의 태양왕’이라 불리는 람세스 2세 시기 테베의 나일강 서안에 세워진 람세스 2세의 장례 신전이다. 이집트 신왕국 제19왕조 제3대 파라오였던 람세스 2세는 서기전 13세기 신왕국 시대 전성기를 이끈 인물이다.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던 크리스티앙 자크의 소설 ‘람세스’가 실존인물인 그를 주인공으로 했으며, 영화 ‘십계’, 애니메이션 ‘이집트의 왕자’에도 등장할 만큼 유명하다.

람세스 2세는 본래 왕족이 아니라 군인의 자식으로 태어나 파라오가 될 신분은 아니었다. 그가 파라오가 된 계기는 소년 파라오 투탕카멘이 채 스물이 되지 않은 나이에 자손 없이 사망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투탕카멘의 후계는 총사령관이자 '왕세자'의 칭호를 받은 호렘헵(Horemheb)이나 재상 아이(Ay)가 계승할 예정이었다. 호렘헵이 아시아에 나가 있는 동안 재상 아이는 투탕카멘의 왕비 앙케센나멘을 자신의 부인으로 취해 먼저 파라오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그의 재위기간은 4년에 지나지 않았다. 

호렘헵이 쿠테타를 통해 파라오가 되었으나, 그 또한 자식을 두지 못해 죽기 전 자신의 충직한 재상 파람세스를 후계자로 지명했다. 나일 삼각주 중 옛 힉소스족이 점령했던 지역 출신으로 아시아계 핏줄이 섞인 것으로 추정되는 피람세스가 람세스 1세로 등극해 이집트 제19왕조의 시조가 되었다. 람세스 1세는 아들 세티1세에게 파라오를 승계했고, 이어 손자 람세스2세가 그 뒤를 이었다. 

한국과 이집트의 국제개발협력(ODA) 사업대상지인 라메세스 신전 복원현장을 방문한 양국 관계자들. [사진=문화재청]
한국과 이집트의 국제개발협력(ODA) 사업대상지인 라메세스 신전 복원현장을 방문한 양국 관계자들. [사진=문화재청]

람세스 2세는 60년 이상 왕위를 머물러 19왕조 전체 존속기간 110년 중 약 2/3 기간을 다스렸다. 길었던 재위 기간만큼 그는 자신의 기념물을 어디서든 찾을 수 있도록 국토 구석구석에 역대 최고로 거대하게 세워 이집트 역사상 ‘대왕’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큰 명성을 누렸다.

하지만, 20여 년에 걸친 공사 끝에 세워진 이집트 최대의 신전들 중 하나로 칭송받던 룩소르 라메세움은 신왕국이 서서히 쇠퇴하고 완전히 무너지면서 약탈되어 현재 일부만 전해지고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 기술로 복원에 참여할 투트모세 4세의 신전은 라메세움 신전 옆에 위치하며,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지표조사 및 발굴조사가 전혀 되지 않은 유적지이다. 투트모스 4세는 이집트 제18왕조의 8번째 파라오로, 파라오는 고대 이집트의 최고 통지자로, 살아있는 신의 존재로 우러러볼 정도의 힘을 가졌다.

지난 20일 한국의 김현모 문화재청장과 이집트의 모스타파 와지리 국가유물최고위원회 사무총장 간 고위급 회담이 진행되었다. [사진=문화재청]
지난 20일 한국의 김현모 문화재청장(왼쪽)과 이집트의 모스타파 와지리 국가유물최고위원회 사무총장 간 고위급 회담이 진행되었다. [사진=문화재청]

이번 한국과 이집트의 세계유산 복원 협력은 지난 20일 한국과 이집트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루어졌다. 이집트 모스타파 와지리 국가유물최고위원회 사무총장은 한국의 뛰어난 석조유물 보존․복원 기술 등을 활용해 이집트 내 세계유산의 조사․발굴과 복원에 한국 문화재청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이에 문화재청이 흔쾌히 이를 수용해 20일 현지 시각 낮 12시 이집트 룩소르 카르낙 신전에서 한-이집트 문화유산 분야 고위급 회담에서 주요내용을 논의하고, 21일 양 기관 간 문화유산 교류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문화재청은 ’익산 미륵사지 석탑‘의 성공적인 보수 등 풍부한 문화유산 보존·복원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인류 문화 발상지 중 하나인 이집트의 문화유산 복원·보수에 한국전통문화대학교의 우수한 문화재 보수‧복원 분야의 인적 자원과 대한민국의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을 종합적으로 투입할 방침이다.

지난 21일 현지시각 오후 7시 이집트 카이로에서 양국 기관 간 문화유산 교류협력 양해각서가 체결되었다. [사진=문화재청]
지난 21일 현지시각 오후 7시 이집트 카이로에서 양국 기관 간 문화유산 교류협력 양해각서가 체결되었다. [사진=문화재청]

붕괴된 신전 탑문의 전체를 해체·복원하고 진입로를 정비하는 복원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더불어, 이집트의 중요 6개 박물관 및 연구소(이집트박물관, 콥트박물관, 고고연구센터 등)가 소장한 유물들에 대한 디지털 원형기록과 디지털 데이터 베이스와 플랫폼을 구축하는 이집트 문화유산 디지털화 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협력은 정부의 2022년도 신규 중점협력국(이집트, 인도, 키르키스탄, 타지키스탄, 우크라이나) 대사업 발굴 확대 정책 기조에도 부응·연계하여 진행하는 것이다. 문화유산 ODA 다각화와 다변화를 추구하고 아프리카 지역까지 문화유산 외교력을 넓히는 것에 그 의미가 있다.

또한, 우리나라가 문화유산 분야에서 무상원조 사업의 공여자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케이(K)-헤리티지로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대한민국 문화재청과 이집트 국가유물최고위원회의 만남은 문화유산 협력의 새로운 신호이자 창조적 문화 발전을 열어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