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청장 김현모)은 1월 13일 오후에 열린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 회의에서 ‘양주 회암사지’를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Tentative List)으로 선정할 것을 의결했다.

‘양주 회암사지’는 지난 2018년과 2020년 잠정목록 선정 심의에서 부결된 바 있으나, 이번 심의에서 문화재위원회는 유산의 성격, 명칭, 부도군과 사찰(유적) 구역 간의 연결성과 비교 연구 등에 대해 지속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를 권고하면서 ‘잠정목록’ 선정을 의결하였다.

양주 회암사지 전경 항공사진. [사진=문화재청]
양주 회암사지 전경 항공사진. [사진=문화재청]

 

세계유산 등재신청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하기 위한 국내 심의 단계는 <잠정목록> → <우선등재목록> → <등재신청후보> → <등재신청대상> 순으로 진행된다.

문화재청은 2022년 상반기 중 ‘양주 회암사지’를 대한민국의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정식 등록할 예정이다. 이는 2017년 1월 ‘화순 운주사 석불석탑군’을 신규 등록하고 2019년 1월 ‘가야고분군’을 확대 등록한 이후 약 3년 만의 잠정목록 등록이다.

잠정목록으로 선정된 ‘양주 회암사지’는 1964년에 사적으로 지정되었으며 유산구역에는 ‘양주 회암사지 사리탑’ 등 보물 4건을 포함한 총 9건의 지정문화재가 있다.

양주시립회암사지박물관에 따르면 회암사가 언제 창건되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으나 원증국사탑비(圓證國師塔碑)나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등의 기록에 회암사라는 사찰명이 있는 것으로 보아 12세기에는 창건되었을 것으로 본다. 회암사가 현재의 회암사지와 같은 대규모의 사찰로 중창(重創)된 것은 고려 말이다. 당시 인도의 고승 지공이 “회암사의 산수형세가 천축국(天竺國 : 현재의 인도)의 나란타사와 같기 때문에 이곳에서 불법을 펼치면 크게 흥할 것”이라고 하여 그 제자인 나옹이 그러한 뜻에 따라 대대적인 불사를 이루면서이다.

조선초에는 태조 이성계, 효령대군, 정희왕후(貞熹王后), 중종의 계비 문정왕후(文定王后, 1501~1565년) 등의 왕실인물이 회암사에 대규모의 불사를 단행하여 전국 제일의 수선도량(修禪道場)이 되었다.

회암사는 문정왕후의 후원을 받은 승려 보우의 활동기에 전국 최대 규모의 왕실 사찰로 번창하다 이후 쇠퇴하여 19세기 초 폐사지가 되었고, 1964년 ‘회암사지(檜巖寺址)’라는 명칭으로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다.

 회암사지는 1997년부터 2015년까지 12차에 걸쳐 사찰의 중심권역을 발굴, 조사하였다. 발굴조사 결과 회암사는 일반적인 사찰과는 달리 궁궐과 유사한 건축양식을 갖추고 있음이 확인되었고, 왕실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되었던 도자기류와 기와류 등 귀중한 유물이 다량으로 출토되어 고려말, 조선초 최대의 사찰로서의 위상과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절터의 북쪽 능선 위에 지공(指空), 나옹(懶翁)의 승탑과 함께 회암사의 주지였던 무학대사(無學大師)의 묘탑이 있다. 조선 전기의 양식을 보여주는 이 탑은 규모가 웅대하고 모양도 가지런하다. 보물로 지정된 양주 화암사지 무학대사탑은 무학대사묘비의 기록으로 보아 1407년에 건립되었음을 알 수 있다.

보물로 지정된 “‘회암사’명 약사여래삼존도(‘檜巖寺’銘 藥師如來三尊圖)”는 1565년(명종 20년) 중종 계비 문정왕후가 아들인 명종의 만수무강과 후손 탄생을 기원하며 제작한 400점의 불화 중 하나로, 경기도 양주 회암사(檜巖寺)의 중창에 맞춰 조성된 것이다.애초에 제작된 총 400점의 불화는 대부분 흩어져 현재 미국과 일본 등지에 총 6점이 전해 내려오고 있으며, 국내에는 ‘약사여래삼존도’만이 유일하게 알려져 있다. ‘회암사’명 약사여래삼존도‘는 조선 시대 최대 규모 왕실 불사 회암사에서 제작한 역사적, 불교사적으로 상징성이 높은 작품이다. 조선 전기 왕실불교 부흥에 영향을 끼친 왕실 여성들의 활동과 궁중화원이 제작한 불화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양주 회암사지 사리탑. [사진=문화재청]
양주 회암사지 사리탑. [사진=문화재청]

보물로 지정된 양주 회암사지 사리탑은 조선 전기 왕실에서 발원하여 건립한 진신사리탑으로 규모가 장대할 뿐만 아니라 보존상태도 양호하며, 사리탑의 형식과 불교미술의 도상, 장식문양 등 왕실불교미술의 여러 요소를 알 수 있는 귀중한 탑이다. 탑에 새겨진 다양한 조각은 조선 시대 왕실발원 석조물과 양식적인 부분이 비슷하다. 

올해 1월 기준 대한민국의 세계유산 잠정목록은 총 12건으로 잠정목록은 해당 국가가 신청서를 제출하면 세계유산센터의 서류 형식 검토를 거쳐 유네스코에 등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