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충남 부여 동쪽 외곽(응평리)에서 발견된 석실묘의 긴급발굴조사 내용과 성과가 담긴 《부여 응평리 석실묘 긴급발굴조사 보고서》가 발간됐다.

부여 응평리 석실묘 긴급발굴조사 보고서 [사진=문화재청]
부여 응평리 석실묘 긴급발굴조사 보고서 [사진=문화재청]

부여 응평리 석실묘는 지난 2021년 4월 경지정리 과정에서 발견된 백제 굴식돌방무덤[橫穴式 石室墓]으로, 내부에서 인골, 귀걸이, 관재(棺材) 등이 도굴되지 않은 상태로 확인되었다. 

이에 따라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문화재청과 부여군, 토지소유자와 협의를 거쳐 6월에 긴급발굴조사를 시행하여 보존 조치했다. 굴식돌방무덤은 판 모양의 돌을 이용하여 널(관)을 넣는 방을 만들고, 방의 한쪽에는 외부에 통하는 출입구를 만든 뒤에 흙을 덮어씌운 무덤이다.

조사 결과, 고분의 구조와 형태로 보아 백제 사비기에 유행하였던 전형적인 굴식돌방무덤임을 확인하였다. 내부에서 인골은 두개골 2점을 비롯해 엉덩뼈와 다리뼈, 차이 등이 출토됐고, 금동제 귀걸이 1쌍, 목관 부속구 등을 확인하였다. 특히, 출토된 금동제 귀걸이는 귀족무덤으로 추정되는 부여능안골고분군, 염창리고분군 등지에서도 확인되어 피장자의 위계와 신분을 추정할 수 있다.

또한, 2개체의 인골과 무덤 입구에서 시신을 두는 방까지 이르는 길에서 확인된 두 차례의 파낸 흔적은 당시 매장풍습인 추가장(追加葬)이 이루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추가장은 한 명의 시신을 먼저 매장하고 뒤이어 다른 한 명의 시신을 안치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번에 발간한 긴급발굴조사 보고서는 조사 내용과 성과를 담은 책자로 유적의 이해를 돕기 위해 3가지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였다. 먼저, 유적의 조사 과정을 영상으로 제작한 ‘정보무늬(QR코드)’를 조사내용과 함께 첨부하여 유적의 현장감을 제공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보고서 지면 한쪽에는 종이의 묶인 부분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한 장씩 훑는 애니메이션의 한 방식인 ‘플립북(flip book)’ 형태를 도입해 발굴한 석실을 재미있고 생동감 있게 그려 넣었으며, 마지막으로는 조립 가능한 ‘고분 모형 전개도’를 첨부하여 고분의 구조와 형태를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보고서는 전국의 박물관, 대학교 도서관 등 관련 기관에 배포되며,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누리집에도 공개하여 누구나 무료로 읽고 활용할 수 있다. 딱딱했던 기존의 보고서의 틀을 벗어난 만큼 이러한 입체적이고 다양한 시도로 조사 유적뿐만 아니라 이 일대의 고분 분포양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