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국무총리는 10월 9일 “듣지 못하거나 글을 보기 어려운 분들도 우리 말과 글의 혜택을 함께 누려야 한다.”라면서 “그것이 ‘한글 정신’이다”고 말했다.

김부겸 총리는 575돌 한글날 경축식 기념사에서 “한글은 우리 모두의 글자이다. 한글을 말하고 쓰는 일에서, 차별이나 배제는 있을 수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10월 9일 제 575돌 한글날 경축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KTV 갈무리]
김부겸 국무총리가 10월 9일 제 575돌 한글날 경축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KTV 갈무리]

 

이어 김 총리는 “‘한글 정신’은 또한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정의롭고 평등한 삶을 누리는 ‘포용 사회’로 가는 길이다”라면서 “정부는 코로나19 상황과 여러 정책 현안들을 한국어로 된 수어로 통역해서 알려드리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필요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점자 문서도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모든 농인과 시각장애인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언어적 권리를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더욱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총리는 “우리 겨레의 말과 글을 지키고 닦는 일도 멈추지 않겠다.”며 “정부는 언론, 공공기관 등과 함께 불필요한 외국어 사용을 줄이고, 어려운 전문용어를 쉬운 우리 말로 바꿔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자동통번역 기술 등, 우리말의 미래를 책임질 인공지능의 개발과 여기에 필요한 ‘언어 빅데이터’인 말뭉치를 구축하는 사업도 꾸준히 추진해 나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행정안전부(장관 전해철)는 오백일흔다섯돌 한글날을 맞이하여 10월 9일 오전 10시, ‘우리의 한글, 누리를 잇다’라는 주제로 한글날 경축식 행사를 사전 녹화된 영상으로 개최했다.

이번 경축식은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따라 현장 행사 없이 사전녹화 영상으로 개최됐다. 김부겸 총리의 기념사는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사전 촬영했다.

다음은 김부겸 국무총리 제575돌 한글날 경축식 기념사 전문

 

575돌 한글날 경축식 기념사(국립세종수목원)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해외동포 여러분, 

한글을 사랑하시는 세계인 여러분,

 

오늘은 세종대왕께서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글을 만들어 세상에 펴신 지, 

오백일흔다섯 돌이 되는 날입니다.

 

올해는 특히 세종대왕의 뜻을 이어받은 한글 도시, 

세종시에서 이날을 맞이하고 있어서 더욱 뜻깊습니다.

 

먼저 우리 말과 글을 지키고 가꾸어 오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 소중한 한글을 널리 알리고 빛내주신 공로로 

오늘 상을 받으신 모든 수상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와 축하의 마음을 전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한글날을 맞아서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의 뜻을 

다시 한번, 되새겨 봅니다.

 

세종대왕께서는 한글을 통해서, 신분과 계급을 뛰어넘어 

모든 지식과 지혜를 온 백성과 함께 나누고자 하셨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하늘과 땅, 사람을 본떠 만든 스물여덟 자는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전염병을 이겨내며,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고, 

온 백성의 마음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참 소통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강토와 동포가 외적의 손에 유린당할 때,

우리 백성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쉬운 글,

그러나 적이 알 수 없는 우리글로 민족의 힘을 모았습니다.

 

역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방법을 

읽기 쉬운 우리글로 알리고,

한글로 쓰인 시와 소설을 통해서

민족 모두가 같은 노래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모두가 쉽게 배울 수 있는 우리글로 만들어진 이야기들은

신분의 차별이 없는 사회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우리말과 우리글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겨레는 하나가 되었고, 

수천 년을 이어온 겨레의 혼이 전해질 수 있었습니다.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과 모두가 지식을 공유해야 한다는 

그 정신으로 만들어진 한글을,

우리 선조들께서는 생명처럼 아끼고 지켜내셨습니다.

 

특히, 일제강점기 당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과 선열들께서는 

‘민족 어문 운동’을 통해서 목숨을 걸고 

우리 말과 글을 보존했습니다.

 

오늘 한글날을 맞아, 겨레의 말과 글을 지켜내신 선조들께

다시 한번, 깊이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세계의 수많은 글자 중에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든 글자는 오직 한글뿐입니다.

 

만든 사람과 만든 시기, 

만든 원리가 명확한 글자 역시 

우리 한글뿐입니다.

 

이렇듯 한글은 과학적인 창제 원리 덕분에 

디지털 시대의 정보화에도 매우 유리합니다.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되고 

세계 최고의 디지털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도,

K- 팝과 K- 컬처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한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한글은, 

이제 온 세계의 한민족을 이어주는 든든한 끈을 넘어서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세계인들의 언어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한국어를 채택한 해외의 초중등학교가

서른아홉 나라, 1,669개에 이릅니다.

 

2007년에 3개국 13곳에서 문을 열었던 세종학당은

불과 십여 년 만에 82개국 234곳으로 늘어나서

지금은 7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한글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젊은이들이

우리 말과 글로 된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한국어와 한글의 가치를 알리는데 

최선을 다하고 계신 한국어 선생님들,

그리고 우리 말과 글을 사랑해주시는 세계의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올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한글은 우리 모두의 글자입니다. 

한글을 말하고 쓰는 일에서, 차별이나 배제는 있을 수가 없습니다.

 

듣지 못하거나 글을 보기 어려운 분들도 

우리 말과 글의 혜택을 함께 누려야 합니다. 

그것이 ‘한글 정신’입니다.

 

‘한글 정신’은 또한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정의롭고 평등한 삶을 누리는 ‘포용 사회’로 가는 길입니다.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상황과 여러 정책 현안들을 

한국어로 된 수어로 통역해서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들께서 필요한 정보에 쉽게 접근하실 수 있도록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점자 문서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모든 농인과 시각장애인 여러분께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언어적 권리를 충분히 누리실 수 있도록,

더욱 세심하게 살피겠습니다.

 

우리 겨레의 말과 글을 지키고 닦는 일도 멈추지 않겠습니다.

정부는 언론, 공공기관 등과 함께 불필요한 외국어 사용을 줄이고, 

어려운 전문용어를 쉬운 우리 말로 바꿔 나가고 있습니다. 

 

자동통번역 기술 등, 우리말의 미래를 책임질 인공지능의 개발과

여기에 필요한 ‘언어 빅데이터’인 말뭉치를 구축하는 사업도 

꾸준히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조선어연구회는 1926년, 일제강점기라는 엄혹한 상황 속에서도

첫 한글날인 ‘가갸날’을 선포했습니다.

 

만해 한용운 선생님께서는 이날을 기념하는 축시에서,

‘혀끝에서 물결이 솟고, 붓 아래에 꽃이 피어나고

우리의 향기로운 목숨이 살아 움직인다’고 노래하셨습니다. 

 

그렇게 우리 선조들이 지켜내신 한글은 

이제 우리의 말과 글을 넘어서

세계인이 함께 쓰고 누리는 언어가 되었습니다. 

 

저는 오늘 한글날을 맞아서,

“온 누리의 모든 사람으로 가갸날을 노래하게 해주세요“라고 

소망하셨던, 한용운 선생님의 말씀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서

참으로 기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한글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를 접하고

우리 민족의 지혜를 나눌 수 있도록 온 겨레가 함께 노력합시다. 

바로 이것이,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의 뜻을 기억하고 이어나가는 일일 것입니다.

 

다시 한번, 한글날을 온 겨레와 함께 축하하면서,

국민 여러분과 8천5백만 동포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