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약 800만 마리의 야생조류가 건물의 유리와 방음벽에 부딪혀 폐사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생태모방연구를 통해 개발되었다.

국립생태원 생태모방연구팀과 연세대학교 글로벌융합학부 여종석 교수팀는 2018년부터 공동으로 조류의 깃털 구조색을 모방한 ‘반사형 디스플레이 원천기술’과 함께 조류 충돌방지를 위한 ‘광학 요소 어레이(array)’를 최근 개발해 2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조류 충돌방지를 위한 광학 요소 어레이는 유리창이나 방음벽 등 투명구조물 표면을 선형, 방사형 등 특정형태의 나노구조 배열로 제작하면 이 나노구조에서 반사되는 빛을 감지한 조류가 구조물을 인식하고 충돌을 피하는 원리가 적용되었다.

기존의 충돌방지 장치는 투명구조물 표면에 스티커나 필름 등을 부착하는 방식인데 주변 환경에 따라 색의 대조가 잘 되지 않아 조류가 인식하지 못하거나 쉽게 손상되는 단점이 있었다. 게다가 사람의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시야를 방해하기도 했다.

새로 개발된 구조색 모방기술은 조류에게는 인식되나 사람의 시야는 방해하지 않기 때문에 심미적으로 뛰어나다. 또한 유리 등 투명자재 제작 공정에서 설치되기 때문에 사후에 별도의 재료나 장치를 부착하는 번거로움이나 오염, 손상의 위험도 적다.

해당 기술은 조류 깃털의 구조를 모방하여 자연광을 이용하는 ‘반사형 디스플레이 원천기술’연구 과정에서 파생되었다고 한다.

(위) 어치, 어치의 깃털, 깃털의 구조색 부분확대 모습. (아래) 파랑새, 파랑새의 깃털, 깃털의 구조색 부분확대 모습. [사진=국립생태연구원]
(위) 어치, 어치의 깃털, 깃털의 구조색 부분확대 모습. (아래) 파랑새, 파랑새의 깃털, 깃털의 구조색 부분확대 모습. [사진=국립생태연구원]

‘반사형 디스플레이 원천기술’은 공작이나 파랑새, 어치 등 일부 조류 깃털에서 나타나는 파란색, 녹색 등의 화려한 색채가 색소가 아닌 깃털 내부의 특수한 미세구조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착안해 개발되었다.

연구진은 깃털의 구조색이 베타-케라틴((β-keratin)과 멜라닌 나노입자의 배열에 따른 빛의 선택적 반사에 의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히고 이 구조를 모방한 광학소자를 제작해 구조색을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기존 디스플레이는 컬러필터나 백라이트를 사용하는데 반해 자연광 반사에 의해 색상을 재현함으로써 저전력, 고색재현의 디스플레이 개발을 위한 핵심기술로 활용될 전망이다.

국립생태원 박용목 원장은 “생태모방연구 등 자연에서 배우는 친환경 기술은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하다.”며 “향후 국가 녹색산업을 선도할 생태와 관련된 응용연구에 더욱 박차 가하겠다.”고 밝혔다.

생태모방은 인간 사회의 기술공학적 문제 해결을 위해 생태계 또는 생물자원의 기본구조, 기능 및 생태계시스템 원리를 모방, 응용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생태모방 제품은 1955년 스위스에서 식물 도꼬마리의 가시를 모장한 잠금장치 '벨크로(일명 찍찍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