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생물자원관은 2016년부터 최근까지 진행한 식물다양성 조사 연구를 통해 제주 곶자왈 등 우리나라 특이생육지에서 털들깨 등 미기록 식물 5종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특이생육지는 지형 및 지질적인 특징이 다른 지역과 달라 특이한 생태계를 보이는 곳으로 강원도 석회암 지대, 제주도 곶자왈 지대, 경상도 퇴적암 지대, 서남해 섬지역 등을 말한다. 특이생육지는 과거 특정시기(빙하기 또는 기후최적기)에 생육했던 식물들에게 지속적인 생육이 가능한 안정적인 피난처를 제공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다양한 미기록 식물들이 집중 발견되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미기록 식물 5종은 지금까지 일본 고유종으로 알려진 2종(털들깨, 넓은잎대가래)과 중국 고유종으로 알려진 2종(네잎주걱비름, 여름개밀)이 포함되어 있으며, 나머지 1종(섬쇠무릎)은 우리나라를 제외한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에 넓게 분포한 것으로 알려진 종이다.

꿀풀과에 속한 털들깨(Perilla hirtella)는 제주도 곶자왈 지대에서 발견되었다. 들깨에 비해 줄기와 잎에 털이 많고, 잎의 밑부분이 얕은 심장 모양인 것이 특징이다. 꽃은 9월~10월에 연한 적자색으로 피고 열매는 10월~11월에 익는다. 털들깨는 우리나라의 주요 식용작물인 들깨의 품종개량을 위한 유전자원으로서 가치가 높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제주 곶자왈 등 우리나라 특이생육지에서 미기록 식물 5종을 발견했다. [사진=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제주 곶자왈 등 우리나라 특이생육지에서 미기록 식물 5종을 발견했다. [사진=환경부]

가래과에 속한 넓은잎대가래(Potamogeton anguillanus)는 강원도 석회암 지대(영월군)의 작은 하천에서 발견되었다. 대가래와 넓은잎말의 자연교잡종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가래에 비해 잎자루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꽃은 6월~9월에 피지만 열매는 맺지 않는다.

돌나물과에 속한 네잎주걱비름(Sedum kiangnanense)과 벼과에 속한 여름개밀(Elymus shandongensis)은 서남해 섬지역(신안군)과 경상도 퇴적암 지대(의령군)에서 각각 발견되었다. 여름개밀은 봄철에 개화하는 개밀과 속털개밀에 비해 여름철에 꽃이 피는 것과 작은 이삭에 털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네잎주걱비름은 중국의 안후이성(安徽省)의 황산(黃山)과 구화산(九華山) 일대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식물로서 중국 자생지와 수백 km 떨어진 국내에서 발견된 것은 식물지리학적으로도 특이한 경우다. 네잎주걱비름은 꽃과 잎이 예뻐서 관상용 식물로 활용될 수 있다.

비름과에 속한 섬쇠무릎(Achyranthes bidentata)은 전라남도 신안군의 섬지역 민가 주변에서 발견되었다. 국내에서 자생하는 쇠무릎에 비해 꽃이 꽃차례에서 빽빽이 모여 달리며 잎끝이 길게 뾰족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미기록 식물들의 대부분은 자생지가 제한적이고 개체수가 매우 적어서 적극적인 보호가 필요한 상태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들 종이 우리나라 자생생물로 국제 학계에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관련 학술지에 올해 하반기까지 논문을 투고하고, 절멸 방지를 위해 종자확보 및 개체 증식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