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 저녁, 서울시립대에서 열린 <더 큰 대한민국을 위한 시민 대토론회>에서 정래권 전 유엔(UN) 사무총장 기후변화 수석자문관을 처음 만났다. 십 수 년간 국제무대와 유엔에서 일한 환경전문가의 주제발표는 간결하고 설득력 있었다. 논리는 명확하고 제시하는 실천방안은 더 정확했다. 이렇게 국민에게 환경문제를 설명해 준다면 누구나 알아듣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기적인 경제성과와 이익이 아니라, 인간 중심, 자연 중심으로 사회 운영목표가 변화되어야 한다’는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에 대한 더 깊은 이야기를 듣고자 정래권 전 유엔(UN) 사무총장 기후변화 수석자문관을 다시 만났다. 정래권 전 유엔 사무총장 기후변화 수석자문관은 외무고시에 합격하여 외교부에서 주인도네시아 공사와 과학환경심의관, 국제경제국장, 기후변화대사 등 환경외교분야에서 주로 근무했으며, 유엔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 환경국장, 유엔사무총장 기후변화수석자문관을 역임했다.  

▶ 경제학 전공자로서 환경외교전문가가 되어 유엔과 국제무대에서 활동하셨는데요. 원래 꿈이었습니까?

  어릴 때 꿈은 한국의 대표로서 국제사회에 나가서 발언하는 거였어요. 1907년에 이준 열사가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가서 발언도 못 한 역사를 보고, 내가 나중에 한국대표로 국제사회에 나가서 우리나라 입장을 이야기해야겠다는 꿈을 가졌어요. 그런데 외교부에 들어가서 우연히 환경문제를 접했는데, 우리나라가 불합리하고 억울하게 규제를 당하고 있더라고요.


  몬트리올 의정서에 따라서 오존층 보호를 위해 프레온 가스 사용을 규제했는데, 우리나라가 그 규제의 가장 큰 희생자가 되었어요. 오존층파괴는 선진국이 다 하고, 그들은 이미 대체물질기술을 만들어 놓고, 우리나라에는 더 적게 쓰라고 규제를 하는 거예요. 우리나라는 대체물질기술도 없어서, 그대로 받아들이면 반도체산업을 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 국익을 보호하고 산업이익을 보호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어요.

정래권 전 유엔사무총장 기후변화 수석자문관은 우리 사회가 인간중심, 자연중심의 중장기적인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정래권 전 유엔사무총장 기후변화 수석자문관은 우리 사회가 인간중심, 자연중심의 중장기적인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 국익을 넘어 지구환경에 전념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자국 이익을 위한 환경 외교를 하다 보니까, 모든 나라가 국가 산업이익을 앞세우고 충돌해서, 지구환경문제는 해결이 안 되는 거예요. 언제까지 한국이라는 나라의 경제이익을 내세우는 일을 해야 되는가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한 국가의 경제이익이 아니라 지구환경문제의 본질적인 해결방안을 찾아보고 싶었어요. 우리의 산업이익보다 오존층파괴를 막으면서도 산업이익이 되는 방안은 무엇인지 찾고 싶었어요. 그래서 외교부를 그만두고 유엔으로 갔어요. 유엔에서 일하면서 경제이익 중심의 운영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으면 환경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았어요. 경제이익만을 내세우는 한 오존층 파괴, 기후변화, 미세먼지, 이 모든 것들이 다 해결 불가능해요.

▶ 2년 전에 오랜만에 귀국한 우리나라는 어땠습니까?

귀국 전에 태국에 있는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에서 근무했어요. 태국이 우리나라보다 국민소득은 5분의 1 정도로 낮지만, 행복지수는 훨씬 높습니다. 최근 50개국의 신뢰 지수를 조사했는데, 우리나라가 가장 낮고 이집트와 같게 나왔어요. 태국에서는 자동차 사고가 나면 서로 먼저 미안하다고 사과합니다. 우리는 책임 공방이 먼저죠. 신뢰 지수가 낮으면 안심하고 살기 어렵고 사회갈등이 심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예전보다 청년실업, 빈부격차, 저출산, 자살률이 더 심각해졌어요.  

신뢰 지수가 낮고 사회갈등이 심하니까 복지정책이 어렵습니다. 한쪽에는 복지를 하자고 하고, 한쪽에서는 돈이 어디서 나와서 퍼주냐고 이야기를 합니다. 후자는 돈을 퍼주면 사람들이 나태해져서 경제가 불안해지고 나라가 망한다고 이야기해요. 이런 선입견이 맞는 이야기일까요?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리는 바람에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고 고용을 줄여서, 최저임금 아르바이트 찾기가 힘들어지고 청년실업이 더 나빠졌다고 합니다.

이런 틀에 박힌 출구 없는 논쟁을 하면 안타깝지요. 최저임금 인상은 인간 중심의 개발 패러다임으로 가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당장 단기적으로 성과가 날 수가 없습니다. 장기적으로 봐야지요. 그런데도 단기적인 경제성과 위주의 기준으로 비판하기 때문에, 특히 많은 경제 전문가라는 분들이 전문적인 분석이라고 하면서 비판하는데, 중장기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근시안적인 단기경제성과기준으로 비판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것과 같지요. 인간중심, 자연중심의 중장기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추구하는 데는 소위 경제학자라는 사람들의 분석에 좌지우지 될 필요가 없습니다. 현재 수준의 경제학은 중장기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평가할만한 어떤 분석기법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 사회갈등의 근본 원인이 무엇이며 해결책이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아직도 1차, 2차 산업혁명 시대의 생각으로, 3차,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우리 미래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1차, 2차 산업혁명에서는 단기적인 경제성이 중요하고 경제 지상주의였습니다. 생산만 많이 하면 되고, 경제성장률이 높으면 됩니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큰일 나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이렇게 경제성장과 생산에만 집중하면, 거기에 사람과 자연의 자리는 없습니다. 사람도 비용으로, 자연도 원재료로만 여깁니다. 그러니까 사람과 자연을 비용 측면에서만 보는 거지요.

이런 경제운영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합니다. 사람 위주, 행복 위주로 바꾸고, 자연을 보호하는 것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이제까지 경제는 대량으로 생산하고 계속 소비하는 구조였고 단기적인 성과 위주였습니다. 이제 사회적인 형평과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위주로 환경적인 목표까지 고려한 장기적인 경제운영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 환경적인 목표까지 고려한 장기적인 경제운영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단기적인 경제성과만을 생각하면, 석탄을 사용하는 값싼 화력발전을 확대해서 미세먼지를 심화시킵니다. 이익을 내야 한다는 논리에 우리의 경제정책과 사회조직이 묶여 있습니다. 그런 논리는 절대빈곤이나 국민소득이 2, 3천 불일 때는 불가피하겠지만, 지금은 200불이 부족한 3만 불 시대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공기를 환경과 생명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원료라고만 생각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요.

그래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석탄발전소를 가장 빨리 증설하는 나라가 되고 있습니다. 전체 전력 생산의 48%를 석탄으로 쓰고 있어요. 우리나라 전기의 대부분이 석탄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어떻게 미세먼지가 없겠습니까? 미국, 영국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조차도 늘이지 않고 있는 석탄발전소를 계속 짓고 있어요. 석탄발전 증가량이 세계 최고입니다. 오로지 값싼 전기만을 추구하는 것이지요.

우리 국민이 진정으로 미세먼지가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석탄발전에서 나온 더러운 전기를 안 쓰겠다고 해야 합니다. 비싸더라도 깨끗한 전기를 쓰겠다는 주장해야 합니다. 무엇을 위해서 경제를 운영해야 하는가를 정말 고민해야 해요. 경제를 위해 사람과 자연을 원료로 쓰던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180도 전환해야 합니다. 생산량이 아니고 행복량, 평화의 양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우리나라는 행복량과 평화량이 많아지는 경제운영목표가 필요합니다.

▶ 환경과 복지를 비용 측면이 아니라 새로운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복지비용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는 건 잘못된 정보예요. 국가 부도 위기와 사태를 맞은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같은 나라들은 복지비용이 20%밖에 안 돼요. 북유럽 국가는 40~60%인데요. 복지비용 때문이 아니라 부자들이 세금을 안 내서 망한 겁니다. 그런 나라들은 경제가 투명하지 않아서, 경제도 안 좋고 산업경쟁력도 떨어지고 환경도 나빠지고 사회적 갈등도 심해집니다. 우리나라에 교훈을 주지요.


 그런데 조사해 봤더니 환경에 더 투자하고, 복지에 더 투자하는 나라일수록 더 잘 살고 행복지수도 높고, 산업경쟁력과 사회경쟁력이 더 높은 나라였습니다. 바로 북유럽 나라들은 가장 복지가 완벽하고 환경도 잘 지키고 산업경쟁력도 높습니다. 네덜란드는 1주일에 25시간 일하는데 21시간으로 줄인다고 합니다. 대학 학비도, 의료도, 연금도 걱정하지 않고 삽니다. 사람들이 행복하니까 창의력이 많아 나와요. 이걸 보고 저는 깨달았어요. 단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 사람과 자연을 희생하면 나중에 오히려 경제도 망한다는 것을요. 더욱이 사회복지는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고, 환경 분야는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와 직종을 만듭니다.

정래권 전 유엔사무총장 기후변화 수석자문관은 환경문제에서는 토론과 참여가 중요하다, 토론문화가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학원과 지구경영연구원이 주요 도시에서 개최한 더 큰 대한민국 시민 대토론회에 패널로 참여한다. [사진=김경아 기자]
정래권 전 유엔사무총장 기후변화 수석자문관은 환경문제에서는 토론과 참여가 중요하다, 토론문화가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학원과 지구경영연구원이 주요 도시에서 개최한 더 큰 대한민국 시민 대토론회에 패널로 참여한다. [사진=김경아 기자]

 

▶ 미세먼지 절감을 위해서 시급히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요?

 미세먼지에서는 먼저 우리 할 일을 하고 난 다음에 중국 얘기를 해야 해요. 대기보존법을 당장 개정해야 합니다. 공장의 오염물질 배출에 대해 과거에는 환경부에서 직접 측정하고 벌금을 물렸어요. 근데 이게 기업 우호적인 정책을 편다고 자가측정 및 신고로 바뀌었어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지요.

 2016년 12월, 의정부지방검찰청은 환경오염측정을 하지 않고 무려 27,458장의 허위 측정서를 발급한 경기 북부지역의 측정대행업자 15명을 구속기소하였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이들은 화력발전건설 사업 등 사전 사후 환경평가를 받아야 하는 대규모사업장을 포함한 588개의 사업장을 허위로 측정하여 환경영향 평가서를 제출하였다고 합니다. 이런 거짓 신고가 만연한데 어떻게 대기오염을 막을 수 있겠어요? 대기보존법 개정을 위한 국민청원을 당장 해야 합니다.

 정부에서는 미세먼지 절감 대책으로 시민들에게 대중교통 이용을 권고합니다. 인구가 가장 많고 미세먼지도 심한 서울을 예로 들어보지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자가용을 자제하고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야 하는데요. 서울 지하철이 이용하기가 편리한지를 봐야 합니다. 최근에 개통한 9호선이나 신분당선은 괜찮아요. 에스컬레이터가 잘 되어있어서 무거운 가방을 들거나 아이를 업고도 동선 이동이 편리한 편이에요.

 근데 다른 노선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요즘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을 많이 찾는데 2호선 강남역에는 에스컬레이터가 많이 없어요. 그래서 외국인들이 무거운 가방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부모들이 유모차를 들고 올라가는 모습도 봐요. 이래서는 관광도 안 되고 교통복지도 안 되는 겁니다.

 서울에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 무료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했고, 서울시가 3일 동안 150억 원을 썼다고 합니다. 그 돈으로 지하철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했다면 아마 수백 개의 에스컬레이터를 놓을 수 있었을 겁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지하철이 적자라고 죽는 소리를 하는데, 지하철은 적자가 나는 게 정상입니다. 국민을 위한 공공 교통서비스인 겁니다. 이익을 내기 위한 비즈니스가 아닙니다. 대중교통에 투자하는 것을 아까워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야 사람도 살고 환경도 삽니다.

▶ 환경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의식도 바뀌어야 하고, 시스템도 바뀌어야 합니다. 의식이 바뀌어야 하는 건 기본전제고요, 근데 의식이 바뀐다고 다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전 국민이 자가용 안 몰고 지하철 탄다고 해도, 미세먼지는 해결이 안 됩니다. 석탄 발전해서 계속 매연을 내뿜고 있는데 미세먼지가 줄겠어요? 공장 매연을 자가측정해서 보고하게 하고 27,000여 장씩 허위보고서가 나오는데 되겠습니까? 그런 시스템이 바뀌어야 합니다.
  
 환경정책은 목표와 시스템과 과정이 모두 중요합니다. 목표만 앞세우고 과정을 무시하면 안 됩니다. 태양열 사업자가 정부 보조금에 눈이 멀어 뒷산을 밀어버려 주민들은 폭우에 산사태가 날까 봐 불안해하고, 석탄발전소에서 유연탄을 야적해서 주민들을 고통스럽게 한다는 뉴스가 나와요. 그 지역에 발전하려면 지역주민들과의 협의가 선행되어야 해요. 그런데 지역 환경문제에 대해서 주민참여제도와 같은 시스템이 없는 겁니다.

 의식이 중요한 부분도 있어요. 전기라고 똑같은 전기가 아니에요. 환경을 오염시키는 석탄발전과 같이 더러운 에너지가 있어요. 근데 값이 싸요. 국민이 더러운 전기를 안 쓰겠다고 나서야 해요. 우리나라에 LNG 발전소가 있어도 가동을 안 하고 있어요. 전기를 생산해도 단가가 비싸니까 전력거래소에서 사 주지를 않아요. 국민이 비싸지만, 친환경으로 생산된 전기를 쓰겠다고 선택해야 합니다. 물론 저소득층이나 독거노인가구는 특별히 보호해주어야 하겠지요. 정부가 석탄발전을 줄이겠다고 하면 일부 언론이 전기료 오른다고 비판을 하는데, 어떻게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겠습니까?

▶ 우리나라의 환경문제에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물과 공기인데요. 물 문제와 하천오염과 해양오염에 관해서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환경은 규제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규제가 강화되면 자유시장의 원칙에 위배되고, 개인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반대하죠.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물을 많이 쓰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미국이 1인당 500ℓ로 1위고, 한국이 350ℓ로 2위예요. 일본이나 다른 나라는 150ℓ 예요. 그런데 우리나라 물 소비가 많은 이유가 상수도관의 노후화로 인한 누수 때문이라고 합니다. 40%가 누수되던 것을 그동안 정비해서 10~20%로 줄였다고 하는데, 그것도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그러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입니다. 물값이 싸서 함부로 쓰는 것도 있습니다. 물값을 올려서 물을 아껴 쓰게 해야 하고, 그 돈으로 상수도관의 노후화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합니다. 그리고 빗물과 중수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도시는 하수도 정화시설이 잘 되어있지만, 시골은 안 된 곳이 많아요. 그런 곳에도 정화시설을 정비해서 하천으로 오염물질이 흘러 들어가지 않게 해야 합니다. 공장들의 오·폐수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화해야 하고요. 의식 개선의 문제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규제를 강화해야 합니다. 환경은 그만큼 중요한 문제입니다.

▶ 최근에 태평양에 떠있는 남북한 7배 크기 쓰레기 섬에 관한 기사가 나오고, 우리나라의 폐플라스틱과 비닐제품이 재활용이 안 된다는 문제가 나오고 있는데요.

환경부가 강하게 규제를 들고나와야 해요. 미세먼지 대책으로 석탄발전소도 절반으로 줄이자고 해야 합니다. 재활용이 안 되는 페트병은 산업자원부가 허가해 주는 거예요. 환경부가 개입할 수 없어요. 지난 10년 동안 기업에 우호적으로 해야 한다고 규제를 완화해 왔어요. 이제 시스템을 바꾸어야 해요. 적게 만들고 많이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환경 규제와 안전규제는 강화되어야 합니다. 핵심은 규제하게 되면 산업에 부담이 되고 경제가 나빠질 그거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새로운 산업과 사업의 기회가 생겨요.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매년 1조 달러가 필요한데, 정말 매년 1조 달러를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면 20년 후에 전 세계 경제가 망할까요? 저는 확신합니다. 안 망합니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생기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겁니다. 청년 실업도 해결됩니다. 없는 것에 투자해야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 아닙니까? 근데 우리는 복지하면 안 돼, 환경에 하면 안 돼, 투자할 기회를 너무 막아버렸어요. 막아버리고 기존 경제에서만 일자리를 찾겠다는 겁니다. 여기서만 일자리를 찾으면 나옵니까? 안 나옵니다. 새로운 분야에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거든요.

▶ 우리나라와 인접해 있는 동북아 국가들은 대기오염이나 해양오염 등 환경문제에 공동의 대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93년 2월에 동북아 환경협의체를 만들었어요. 25년 됐네요. 92년 리우 환경회의 참석하고 돌아와서 6개국이 협의해서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사무실이 인천에 있어요. 처음에는 소극적이었던 일본과 중국이 요즘은 더 열심히 움직이고 있어요. 중국은 지금 국가 차원에서 환경을 제어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합니다. 미국에서도 중국의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를 해요. 이미 전기자동차가 100만대고요. 전기버스가 수만 대입니다. 아마 전기자동차와 전기버스는 중국산을 수입하게 될 거에요. 테슬라보다 많이 팔았어요. 우리나라도 더 적극적으로 환경 규제를 해야 합니다. 그 후에 중국에 미세먼지 대책 이야기를 해야 해요. 우리 내부의 규제가 약하면 국제적으로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 환경문제와 관련하여 국민의식에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에게 이미 좋은 정신이 있어요. 홍익정신과 선비 사상. 홍익정신은 나도 좋고 너도 좋고 모두 좋고 자연도 좋아야 하니까, 그런 정신으로 정책을 만들고 실천하면 됩니다. 그리고 환경에 관해 필요한 지식을 갖추고, 검소하고 절약하고 절제하는 삶의 자세가 필요한데 조선 시대 선비의 정신과 생활상에서 볼 수 있어요.

환경문제에서는 토론과 참여가 중요합니다. 토론문화가 살아나야 합니다. 유엔에서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해서 합의를 도출해낸다고 늘 이야기합니다. 너무 쉬운 이야기지만, 이것만 잘되면 최고 선진국입니다. 우리가 서로 의식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어떤 실천을 할지 치열하게 논쟁도 하고 토론을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토론문화가 있어요. 만장일치제를 채택했던 신라의 화백 제도도 있고, 정신적 가치를 치열하게 논쟁했던 조선 시대의 유학자들의 좋은 전통을 살려서 활용한다면 우리가 좋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겁니다.

▶ 최근에 홍익정신을 교육하는 국학원을 방문하였는데, 어떠셨는지요?

한편 놀라기도 했고, 한편 좋았습니다. 홍익정신에서 출발해서 인성 회복과 민족정신, 지구환경 실천까지 다 연결되어 있더군요. 설립자 이승헌 총장님이 일찍 그런 생각을 하고 국학이라는 개념도 정리해 놓은 걸 보니 선각자인 것 같아요. 국학원의 설립취지인 ‘한민족의 새로운 탄생과 지구경영’은 제가 붙들고 있던 화두와 일치했어요.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확산되었으면 좋겠어요.

▶ 2년 전에 퇴임하고 제2의 인생을 사시는데요. 인생 2막은 어떻게 설계하셨어요?

국학원을 방문하게 된 계기가 <나는 120살까지 살기로 했다>는 책을 읽고 나서입니다. 제가 찾고 있던 소중한 메시지를 발견했고, 120살까지 살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동안 공직생활을 하면서 나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어요. 앞으로 나 자신을 좀 돌아보고, 그 다음에 그간의 경험을 기초해서 내가 느낀 것들을 확산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국학원을 만난 것은 의미가 깊다고 생각합니다.

▶ 사단법인 국학원과 지구경영연구원 주최로 전국 주요 도시에서 열리는 <더 큰 대한민국을 위한 시민 대토론회>에 이만열 교수님과 주제발표자로 참가하고 계신데요. 12일, 천안토론회도 대한민국의 의식이 인류와 지구로 확대되는 의미 있는 토론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바쁘신 중에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