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철 법무법인 충정 고문변호사가 제헌절을 맞아 '헌법상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을 검토한 글을 보내왔다. 곽 변호사는 "우리 헌법은 헌법전문을 통하여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을 선언하고 있는데 헌법학계나 법조 실무 상 지금까지 별 관심을 끌지 못하였다"며 "어느 국가나 국가의 정체성과 건국이념이 무엇이냐 하는 문제는 국가의 기본을 이루는 매우 중차대한 일이므로 앞으로 헌법학계의 활발한논의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문을 3회에 걸쳐 게재한다.[편집자 주]

헌법상 대한민국의 건국이념

1. 헌법전문과 건국이념

우리 헌법은 1948년 7월 12일 제정되었고 그 후 9차에 걸쳐 개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130개 조문에 달하는 헌법 규정 중에서 헌법의 최고원리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전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헌법은 헌법전문을 통하여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을 선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헌법학계나 법조 실무 상 지금까지 별 관심을 끌지 못하였지만, 어느 국가나 국가의 정체성과 건국이념이 무엇이냐 하는 문제는 국가의 기본을 이루는 매우 중차대한 일이다. 앞으로 헌법학계가 활발히 논의하기를 기대한다. 국가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이 문제에 관하여 관심을 당연히 가져야 한다고 본다. 국민으로서의 기본적 책무이기도 하다.

▲ 곽영철 법무법인 충정 고문변호사.

2.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

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의 의미

우리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 ” 라고 시작된다. 여기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이란 무슨 의미인가? 역사학에서 보면 여러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겠으나 법적인 관점에서 보면 의외로 간단하다. 즉 1961년 12월 2일 제정‧공포된 연호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공용연호는 서력기원으로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으나 1948년 헌법제정과 함께 시행된 본래의 우리나라 공용연호는 단기(檀紀) 즉 단군기원으로 하는 것이었으므로 ‘유구한 역사와 전통’이란 바로 이 단기연호에 따른 우리나라의 역사와 전통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1948년 7월 우리 헌법을 제정할 당시의 헌법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 우리들의 정당 또 자유로히 선거된 대표로서 구성된 국회에서 단기 4281년 7월 12일 이 헌법을 제정한다.”라고 되어 있는데 이와 같은 헌법 제정 당시의 헌법전문에 비추어 보면, ‘유구한 역사와 전통’이란 바로 단기연호에 따른 우리 민족 고유의 역사와 전통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함이 더욱 명백해진다.

 올해가 단기 4348년인데 이 단기 역사가 있으므로 우리 민족의 역사를 가리켜 반만년 역사, 유구한 역사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도 세계적 추세에 맞추어서 현재 서력기원을 쓰고는 있으나 서력기원이 우리의 역사는 아니다. 서력기원 이전에도 우리의 역사가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서력기원 이전에 이미 세계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한 정신문화의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일제 식민주의 사관과 중화 사관 그리고 소위 실증주의 사관 등의 영향으로 마치 우리의 역사는 삼국시대부터 비로소 시작되었고 삼국시대 이전에는 신화일 뿐 역사가 없었다는 그런 견해가 우리 사회에 일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역사의 진실이 아니다. 단군조선의 존재는 우리 사학계도 이제는 정면으로 인정하는 역사적 실체이고 우리나라 초‧중‧고 역사교과서에서도 단군조선의 실체를 인정하고 역사적 사실로 기술하고 있다.

나. ‘대한’의 의미

‘대한국민’ ‘대한민국’이라 할 때 이 ‘대한’은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나라의 국호에 ‘대한’이란 말을 처음 쓴 사람은 고종황제이다.『조선왕조실록』 1897년 10월 11일자의 기록을 보면 “우리나라는 곧 삼한三韓의 땅인데 개국초에 천명을 받고 하나의 나라로 통합되었으니 지금 천하의 호칭을 ‘대한’으로 정한다고 해서 안 될 것이 없다” 라고 하고 앞으로 “모두 대한으로 쓰도록 하라”라고 명한 바 있다.(我邦乃三韓之地, 而國初受命, 統合爲一, 今定有天下之號曰大韓, 未爲不可, … 竝以大韓, 書之可也. 「고종실록」 1897. 10. 11.) 그리고 이틀 후 고종황제는 원구단에서 하늘에 천체를 올리고 대한제국의 출범을 천하 만방에 선포하였다.

우리나라는 본래 삼한이었다. 즉 고조선시대에 초대 단군왕검이 나라를 진한(眞韓), 번한(番韓), 마한(馬韓)으로 나누어 다스린 것이 삼한의 시초이므로 그 ‘한’을 되살려 국호를 대한으로 정하도록 명한 것이다. 19세기 말 고종황제가 ‘조선’ 대신 ‘대한’이란 새로운 국호를 선포한 것은 우리나라가 고조선의 삼한을 계승한 자주독립국임을 천명한 것이다.           [계속]

 

글. 곽영철 법무법인 충정 고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