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의 면담이 정해진 날, 나는 전철을 타기로 하였다. 나는 12시에 집을 나서 완만하게 경사가 진 와우고개 길을 천천히 걸었다. 면담시간이 오후 2시이므로, 성주산에서 대통령궁으로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1시간 반으로 잡는다고 해도 30분의 시간 여유가 있었다. 그러므로 서둘러 갈 필요가 없었다. 와우고개에서 약간의 습기가 느껴졌다. 비가 오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류의 쿼크가 산신각에서 나와 분주스럽게 내게 따라 붙었다. 

“함께 갑시다.”
 
비류 쿼크가 말하였다.
 
“비류대왕과 함께 가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대통령궁 정문에서 대왕을 통과시켜 줄까요?”
 
나는 농담조로 말하였다. 그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형태의 쿼크이므로 사람인 문지기들이 그를 알아볼 리 없었다.
 
“쿼크 상태로 가면 되겠지.”
 
비류왕 쿼크가 파장의 끝으로 내 쿼크를 찔렀다. 그는 마치 요정 팅커 벨처럼 날고 있었다.
 
“농담입니다.”
 
내가 정정하였다.
나의 아우라는 쿼크들이 은밀하게 숨을 수 있는 무한대의 공간이었다. 감응신령이 가끔 나의 아우라를 이용하였다. 아우라는 빛의 파장이 그물처럼 촘촘히 짜여 있었다. 비류 쿼크가 내 아우라 안으로 들어와 붙었다. 
 
“무슨 목적으로 대통령궁에 가시려고?”
 
내가 비류왕 쿼크에게 물었다.
 
“오늘 낮에 비가 오려하기 때문이야. 비가 너무 많이 퍼부어서 서울이 떠내려가면 큰일이니까 비를 통제해 주어야지.”
“농담이겠지요.”
“농담은 무슨! “오늘 광화문에 시간당 400mm의 물 폭탄이 떨어질 것일세. 광화문은 3방향으로 흘러가는 강물의 발원지가 될 거야. 그대가 떠내려가지 않게 하려면 내가 있어야 해.”
“400mm나!”
“그렇다네.”
 
그 정도로 강력한 물 폭탄이 떨어진다면 피할 방도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종대왕 동상과 이순신장군 동상이 떠내려가게 되지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동상은 괜찮을까요?”
“괜찮을 리가 있겠어?”
“그럼 대책을 세워야지요.”
“물폭탄을 용트림을 시켜 물기둥을 만들어 백악 뒤로 뺄 거야.”
“비류왕께서 그런 능력이 있습니까?”
“내 이름이 무엇인가? 비류야, 비류, 내 백성들의 쿼크가 물의 원소에 달라붙어 하늘로 끌어 올릴 거야. 그러면 물기둥이 되겠지.”
 
참으로 멋진 발상이었다. 그렇다면 비가 400mm가 오든, 500mm가 오든 물폭탄이 되든 안심이었다. 걱정할 것이 없었다. 이번엔 감응신령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네 혼자만 갈 생각이었나?”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감응신령은 백호를 앞세우고 있었다. 백호가 나를 노려보았다.
 
“죄송합니다. 출발을 보고한다는 것을 깜박했습니다.”
“건망증을 핑계로 삼다니! 그래서 인간이라는 것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이야.”
 
산응신령이 화를 내었다.
 
“다음엔 이런 일이 없을 것입니다.”
 
감응신령은 빗갓을 쓰고 있었다. 오늘 감응신의 임무를 철저하게 수행하려는 의지가 보였다.
 
“비류! 어디에 있나?”
“거리검의 아우라 속에 있습니다.”
 
감응신령이 나의 아우라 안으로 들어왔다. 
 
“질문이 있습니다. 감응신령께서는 오늘 왜 저와 함께 가시려 합니까?”
 
내가 물었다.
 
“자네를 보호해야 할 임무가 내게 있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자네는 지금 악귀들과 쿼크 주파수의 전쟁을 하러 가고 있다, 그러니 내가 도우려는 것이야.”
“주파수의 전쟁이요?”
“자네, 주파수의 전쟁에 대하여 연구해 보았나?”
“아뇨.”
“자네가 가는 곳은 앞쪽이 화해방禍害方고 뒤쪽이 악귀방惡鬼方이야. 이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는가?”
“양택陽宅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다네. 대통령궁이 앉은 방위를 말하는 것이야. 대통령궁은 경복궁과 같은 방위야. 이 나라의 방위가 서사택西舍宅 방위이므로 경복궁의 건물들이 서사택 방위로 앉아야 하는 데 700년 동안 반대로 앉아 있었어, 그래서 늘 북두칠성에서 날아오는 서사택 방위의 기와 태양에서 날아오는 동사택 방위의 기가 충돌해 왔어. 이렇게 양택의 방위를 잘못 잡아 충돌을 일으키는 방위는 흉방凶方이 될 수밖에 없어. 궁의 전면이 화해방이 되고 후면이 악귀방이 된다는 것이야. 인간이 악기惡氣와 싸우면 지게 되어 있어, 인간이 흉방의 기운을 이기지 못하지.”
“그런데 왜 조선왕조시대에 대궐을 흉방에 앉혔을까요?”
“원래 인왕산 밑에 대궐을 앉혔어야 흉방을 면할 수 있었지. 그랬으면 대한제국이 일제에게 멸망하지 않았을 것일세. 무학대사가 대궐을 인왕산 밑에 앉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조선왕조 창건 당시에 실세였던 정도전鄭道傳이 자금성의 방위에 맡도록 대궐의 좌향을 정했기 때문에 오늘날의 비극이 잉태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야.” 
“이제는 집들이 많이 들어차서 인왕산 밑으로 대통령궁을 옮겨가는 것이 불가능하겠군요.”
“당연히 불가능하지.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야.”
“무슨 방법이 있습니까?”
“대통령궁이 세종시로 옮겨가고 대통령궁을 민족의 신들을 모시는 국가사당으로 개조하여 용도를 변경하면 되지.”
“그런 방법이 있을 수 있겠군요.”
“지금까지 대통령궁에 들어가서 어떤 사람들이 해를 입었는지 생각해 보게.”
 
나는 생각해 보았다. 그러자 여러 얼굴이 떠올랐다. 처음에 떠오는 사람은 대한제국의 명성황후였다. 그는 일본 첩자인 낭인 패거리에게 칼질을 당하여 비명에 횡사하였고 신무문 가까운 곳에서 시신이 불태워졌다. 다음에 떠오른 사람은 이승만 대통령이었다. 그는 대한민국을 건국했고, 무장이 열악한 적은 수의 국군을 가지고 탁월한 외교력을 동원하여 북한 공산군의 남침을 저지하여 나라를 지켰다. 그러나 부정선거 원흉과 독재자로 낙인이 찍혀 데모대에게 쫓거나 하와이 망명지에서 세상을 떠났다.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가 없는 이 나라에 경제를 만들어 경제 강국이 되게 하였지만 그의 오른팔인 정보부장에게 시해 당하였다. 민주투사라는 사람들이 그를 독재자로 몰아 매도하였다. 
 
다음에 대통령이 된 전두환, 노태우 두 분은 쿠데타와 부정부패로 감옥살이를 하였다. 김대중 대통령도 내란음모죄로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살아났다. 노무현 대통령은 알기 힘든 불분명한 이유로 자결하였다. 김영삼 대통령은 IMF를 당하여 나라의 경제가 무너졌고, 이명박 대통령은 좌파가 획책한 광우파동에 놀아나 나라가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분들의 얼굴이 한 분 한 분 떠오르면서 화해방과 악귀방의 의미가 내게 각인되었다. 
 
“역대 대통령이 대부분 화를 당하였습니다.” 
“또 다시 화를 당하지 않게 막아야 해.”
“어떻게 하면 화를 당하지 않겠습니까?”
“화를 받지 않으려면 대통령궁에서 우글거리는 귀신들을 쫓아내야 해. 흉기가 귀신을 들끓게 하니까. 그러나 사람들이 귀신들을 보지 못하니 귀신을 물리칠 도리가 없어.”
 
감응신령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렇다면 그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다. 내가 귀신을 상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내가 도와야 하겠지.”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걱정할 것이 없겠습니다.”
 
우리가 귀문관에 도착했을 때, 도깨비 대장이 인사하였다.
 
“요즈음 잡귀들이 나타납니다. 잡귀들이 성주산에 침입하지 못하게 막고 있습니다.”
“잡귀들을 잡아다가 한웅천왕이 정하신「무여율법無餘律法」에 따라 자체발화로 화장시켜 버려.”
 
감응신령이 지시하였다.
 
“잡아 없애도 계속해서 나타날 것 같습니다.”
“성주산을 청정지역으로 보존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어.” 
▲ 양택 중에서 서사택방위. 서사택방위는 북두칠성의 기가 조응하는 방위로 밤에 길방이 된다. 반대방위가 되는 동사택방위는 태양의 기가 조응하는 방위로 낮에 길방이 된다.
 
우리는 부천역에 도착하였다. 나는 전철 카드를 단말기의 스크린에 대고 붕붕 신호음이 나자 통과하였다. 그러나 감응신령과 백호는 단말기를 무시하고 통과하였다.  우리는 계단을 올라가 플랫 홈으로 들어갔다. 우리의 도착시간에 맞추어 ‘백악산행’이라 행선지판을 붙인 열차가 들어왔다. 순간이동열차였다. 여러 개의 객차가 붙어 있었다. 한때 은하열차 999라 불리는 열차가 우주를 날아다녔다는데 만화영화에서 본 그 열차와는 달라 보이는 열차였다. 좀 고급스러워 보였던 것이다. 열차는 즉각 떠나지 않았다. 
 
“왜, 안 떠나지요?”
“출동부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어.”
 
감응신령이 말하였다.
 
“어디에서 옵니까?”
 
성주산에서 올 리가 없으므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전국 각지에서 오지.”
 
기다리고 있으려니까 유령부대들이 도착하여 승차하였다. 인원은 수만 명이나 되는 것 같았다. 열차가 출발하였다. 
 
“이번에 가면 도깨비부대와 귀신부대를 대통령궁에 상주시키고 올 생각이다. 흉방에 앉은 대통령궁의 경비가 너무 허술해서 잡귀의 침투를 막지 못하고 있어.”
“도깨비부대와 귀신부대의 상주를 대통령에게 통보하실 것입니까?”
“아니. 통보하지 않을 것이다. 모르는 것이 좋다. 그래야 마음이 편할 것이니.”
 
생각해 보니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호야! 열차 안을 수색해라.”
 
감응신령이 백호에게 명령하였다. 백호가 열차 안을 수색하더니 청룡, 주작, 현무를 데리고 나타났다. 청룡은 초록색의 용이고, 주작은 붉은 색의 붕이고, 현무는 검은 색의 뱀이 엉켜있는 거북이였다. 백호가 이들과 나란히 서니 한 세트의 거대한 장난감처럼 보였다.
 
“근화를 불러라. 오늘 근화가 필요한 날이다. 청와대로 오라고 해.”
 
감응신령이 내게 명령하였다. 나는 근화에게 스마트폰을 걸었다. 
 
“근화 씨! 광화문으로 와. 감응신령의 호출이다.”
“곧 가겠습니다.”
 
나는 걱정이 되었다. 대통령이 부른 사람은 나인데 불청객이 여럿 붙은 셈이기 때문이었다. 쿼크야 인간들이 보지 못하니 통과가 되겠지만 근화가 출입이 허락될지 의문이었다. 북악산 행 열차는 순간이동으로 경복궁역景福宮驛에서 순식간에 정차하였다. 우리는 순간이동열차에서 내렸다. 우리를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근정전에 가서 안보회의를 하고 가자.”
 
감응신령이 앞장섰다. 지하 통로를 지나서 지상으로 올라서니 근정전勤政殿이 보였다. 근정전 앞에 관광객들이 있고 수문장守門將들이 광화문에서 교대의식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근정전 안으로 들어갔다. 근정전은 회의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서서 회의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청동팔령을 울려 북극오성에 계신 초상님들을 청배하라.”
 
감응신령이 내게 명령하였다. 
 
나는 웃옷 오른쪽 주머니에서 청동팔주령을 꺼내어 흔들었다. 나는 먼저 마고대신을 청배하였고 다음에 순서대로 한인천제와 한웅천왕을 청배하였다. 
 
“삼성대왕 / 장瘴 가사실가 삼성대왕 / 일 아사실가 삼성대왕 / 장瘴이라 난難이라 쇼셰란대  / 장난瘴難을 져차쇼셔 / 디롱다리 삼성대왕 / 다롱다리 삼성대왕 / 녜라와 괴쇼셔” 
 
나는 삼성대왕을 반복하여 외웠다. 
 
“삼성대왕 / 질병 가져가실까 삼성대왕 / 일 앗아가실까 삼성대왕 / 질병이라 액운이라 있을 진데 / 질병과 액운을 없애주소서 / 시작하는 다리 삼성대왕 / 끝나는 다리 삼성대왕 
/ 내려와 뵈소서” 
“웅녀대신(마고대신)이 오셔야 대통령의 영안이 열리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감응신령이 말하였다. 나는 마고대신이 오시라고 삼성대왕을 되풀이하여 외웠다. 그러나 삼성대왕 가사에 마고대신이 없었다. 그러니 마고대신이 올지 오지 않을지는 미지수였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청동팔주령에 감응이 오기 시작하였다. 머리 위 하늘에서 별들의 쿼크들이 날아오는 불빛이 보였다. 순간이동이었다. 쿼크들은 갑자기 홀로그램으로 변하여 우리 앞에 섰다. 홀로그램들이 여러 가지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누가 보아도 귀신들이었고, 귀살鬼殺을 시행하기 위하여 모여든 귀신들의 집단이었다. 
 
내가 삼성대왕이 오시라고 감응주술을 외우고 있는데 먼저 귀신들이 들이닥친 것이다. 나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일이 잘못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내가 감응신령에게 말하였다. 
 
“오늘 무슨 일이 있을 것을 알고 허주들이 먼저 주인 행세를 하려는 것이야.”
 
감응신령이 말하였다.
 
“근화가 마고대신을 불러봐.”
 
감은신령이 근화에게 말하였다. 나는 청동팔주령을 근화에게 주었다. 근화가 청동팔주령을 받아 흔들며 마고대신을 청배하였다. 서쪽에서 영등풍瀛登風이 불어오기 시작하였다. 영등풍이 멎으면서 마고대신의 자태가 나타났다. 이어서 명서풍이 불어오더니 한웅천왕이 나타났다. 그의 손에 불로초가 들려 있었다. 
 
“인간의 몸에 들어가서 인간과 함께 죽지 않으려면 불로초를 드셔야 합니다. 후손들이 마고대신과 한웅천왕을 부부의 연을 맺어 주었으니 제가 마고대신에게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웅천왕이 마고대신에게 말하였다.
 
“고맙소.”
 
한웅천왕이 마고대신에게 불로초를 드렸다. 마고대신이 불로초의 기운을 흠향하였다. 내가 보니 아직 오지 않은 분은 한인천제였다. 한인천제만 오시면 북극오성의 시조회의始祖會議는 성원이 된다. 
 
“한웅천왕이 한인천제가 어디에 계신지 관觀해 보아.”
▲ 사신도. 우리은하의 동쪽에 청룡, 서쪽에 백호, 남쪽에 주작, 북쪽에 현무가 지키는 영계 터미널이 있다.
 
마고대신이 한웅천왕에게 지시하였다. 한웅천왕이 도리천忉利天을 관하였다. 도리천은 한인천제가 주인으로 있는 곳이다. 한인천제는 하늘에서는 북극오성의 천제성에 있다가 지상으로 내려오면 수미산 정상에 있는 희견성喜見城(제석천의 거성居城으로 수미산 정상에 있다고 알려졌다.)에 머무른다고 알려진 분이다. 하늘에 모두 3원垣이라는 우주공간이 있는데, 3원이 열려 있는 상태를 33천(三十三天)이라 하였다. 삼십삼천三十三天에서 십十이 열린다는 뜻인데, 불가에서 수자 10으로 해석하여 33천이라 하였다. 
 
3원은 자미원紫微垣, 태미원太微垣, 천시원天市垣의 셋인데 자미원의 주인은 단군왕검이고, 태미원의 주인은 한인천제이고, 천시원의 주인은 한웅천왕이다. 우주공간을 3개로 나누고 각 공간마다 주인을 임명한 것이다. 
 
한인을 범어梵語로 석가제한인타라釋迦提桓因陀羅(S‘akra deva-na-m indra)라 하였다. 범어에서 보면 한인桓因은 ‘인도로 간 한桓’이라는 뜻이다. 석가제한인타라를 약하여 ‘석제한인’이라 하였다. 석가는 한자로 능能, 천제天帝의 성姓이라 하였다. 한桓은 천天, 인타라因陀羅는 제帝라는 뜻이다. 즉 능천제能天帝라는 뜻이다. 지금은 범어 능천제를 반전시켜 제석帝釋이라 부른다. 
 
능천제를 제석이라 하였다는 것은 천제라는 호명을 제석이라는 호명보다 먼저 썼다는 말이 된다. 그것을 어디에서 증명할 수 있을까? 한인(한이 인도로 왔다는 뜻)에서 찾을 수 있다. 한인이 인도로 오기 전에 천제라 호명하였다가 인도로 온 이후에 제석으로 바꾸어 썼다는 말이 된다.   
  
『대일경일大日經ㅡ』에서, 한인천제를 석천왕釋天王이라 부르고, “처음 거하게 된 곳이 묘고산妙高山이다. 보관寶冠을 쓰고 구슬목걸이瓔珞를 하였다. 권속眷屬을 많이 거느리고, 지혜로운 자들이 많이 퍼져 있다.”고 하였다.
『대일경일소오大日經ㅡ疏五』에서, “동방의 남쪽 봉우리인 화인타라畵因陀羅의 주인이다.”라 하였다. 이 말은 동쪽에서 온 그림으로 그린 한인천제(화제畵帝)이다. 한인천제는 수미산에 좌정하였고, 천제의 주변을 무리가 둘러싸고 있다. 머리에 보관을 쓰고, 여러 종류의 구슬목걸이를 하고 있다. 절라인을 밟고 있다. 여러 권속들과 시중드는 사람들이 있고, 육욕천六欲天(사천왕천四天王天、도리천忉利天、야마천夜摩天、도솔천兜率天、화락천化樂天、타와자재천他化自在天)등이 있다. 도편圖片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다고 하였다. 
 
도리천忉利天(Trayastrimśa)은 제석이 사는 수미산 정상, 즉 삼십삼천을 말한다. 도忉는 마음에 근심을 품고 있다는 뜻으로 근심을 끊어내면 이익이 있다고 보는 하늘이다. 그래서 이 도忉는 도道와 통하는 도로 볼 수 있다.   
 
수야마천苏夜摩天은、문자 알고리듬으로 해석하면 소야마천苏夜摩天(梵Suyama), 즉 소도에서 섬기는 마고의 하늘로 해석이 되는 하늘이다. 
 
도솔천兜率天(梵语: Tu ita)은 문자 알고리듬으로 해석하면 살풀이하는 하늘이다. 불가에서 성불하기 이전의 하늘이라 한다. 살을 풀고 고를 풀면 성불이 되는 하늘로 볼 수 있다. 
 
화락천化樂天(巴利语Nimmànarati)은 기쁨으로 변하는 하늘이다. 
 
육욕천은 천문을 해석한 글로 보인다. 사천왕천은 사신인 청룡 백호 주작 현무가 있는 하늘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부소보서」에서 한인천제를 적제赤帝라 했는데, 적제란 남쪽 봉우리를 다스리는 제라는 뜻이다. 
 
『법화의소이法華義疏二』에서, “석제한인釋提桓因은 외국어로 석가제한인다라釋迦提桓因陀羅라 한다”고 하였다. 석가釋迦는 능能하다는 뜻이고, 제한提桓은 천天이라는 뜻이다. 인다라因陀羅는 주인이라는 뜻이다. 이로서 선법당善法堂에 있어 치화治化를 칭하여 회천심會天心이라 한다. 고로 능히 천주天主가 되는 것이다.    
 
『법화현찬이法華玄贊二』에서, 범어로 “석가제파인달라釋迦提婆因達羅의 석가釋迦는 성이다.”라 하였다. 이를 번역하면 능能이다. 제파提婆는 천天이다. 인달라因達羅는 제帝이다. 제대로 말하면 능천제能天帝이다. 석제한인釋提桓因은 말하자면 천제석天帝釋이다. 발음이 와전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인천제는 묘고산 정상에 살며, 33천의 제주가 된다. 주석을 붙이면, 이 말은 한인천제가 삼원에 속한 묘고산에 살며 삼원의 주인이 된다는 말이다. 한인천제를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마고 다음 차순위次順位의 조상이 되기 때
문이다.  
 
“일부 불자들이 한인천제를 둘러싸고 가지 못하게 떼를 쓰고 있습니다.”
 
한웅천왕이 한인천제를 관하고 나서 마고대신에게 보고하였다. 
 
“이유가 무엇인가?”
 
마고대신이 묻는다.
 
“무조건 보내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그게 말이 되는 말인가? 빨리 오라고 해!”
 
마고대신이 소리친다. 
 
“이 나라의 멸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뿌리치고 빨리 오세요. 스톱워치를 정지시켜야 합니다.”
 
한웅천왕이 한인천제를 향하여 소리친다.
 
“알았소!”
 
하는 소리가 들린다. 
 
“좌파 귀신과 우파 귀신이 무슨 모의를 하는지 염탐해 봐.”
 
감응신령이 내게 지시하였다. 내가 보니, 광화문의 질서가 깨져 보였다. 음과 양의 균형이 무너졌고, 좌파 귀신과 우파 귀신이 뒤엉켜 광화문을 쑥대밭을 만들고 있었다. 차들의 쿼크와 사람들의 쿼크들이 사람들의 눈에 띠지 않게 뒤엉켜 싸우고 있었다. 그들의 파장이 내 쿼크에 전달되어 오고 있었다. 광화문엔 비명소리, 신음소리가 넘쳐나고 있었다. 
대통령궁으로 올라가는 2개의 길을 경찰이 막고 있고, 핏빛 머리띠를 한 젊은이들이 경찰에 시비를 걸고 있었다. 경찰이 버스로 차단벽을 만들었는데 싸움꾼들이 화염병을 던져 버스들이 불타고 있었다. 전임 정권 때, 전전임 정권 때, 전전전임 정권 때에도 볼 수 있었던 고질적인 광경이었다. 그들은 대통령이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쳐대고 있었다. 나는 문득 나의 멘토 이명지가 내게 충고한 말이 떠올랐다. 
 
“반골기질은 죽이고 사랑스러운 여자 대통령을 사랑해 보란 말이야.”
 
내가 그에게서 이 말을 들었을 때, 한마디로 웃기는 말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광화문이 뒤죽박죽이 되어 있어서 그의 충고를 받아들여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네가 저자들을 해산시킬 수 있겠는가?”
 
감응신령이 내 아우라 안에서 내게 물었다.
 
“백호를 제게 주신다면 한번 뚫어 보겠습니다.”
 
내가 감응신령에게 요청하였다.  
 
“알았다. 백호를 데려가라.”
 
백호 쿼크가 내 아우라에서 나와 내 곁에 섰다. 나는 청룡, 주작, 현무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룡, 주작, 현무도 데려가게 해 주십시오.”
“데려가.”
 
감응신령이 흔쾌히 승낙했다. 그러자 사신의 쿼크들도 내 아우라에서 나와 내 주변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자기들이 지켜야 할 방위로 들어오려는 악귀들을 막기 시작하였다. 
 
“청룡! 사해용왕四海龍王을 동원할 수 있겠소?”
 
내가 청룡에게 물었다.
 
“동원할 수 있습니다.”
“불러 주시오.”
“고풀이 무가를 불러주십시오.”
 
나는 무당이 아니므로 근화처럼 고풀이 무가를 부르지 못하였다. 그래서 근화에게 고풀이 무가를 불러달라고 하였다. 내가 근화에게 요청하자 근화가 고풀이 무가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동해용궁에 들어가서 청의동자靑衣童子 쿼크 모셔내어
청룡수 분해하여 목의 생수生數 3과 목의 성수成數 83‧8 木에 받쳐놓고 서해용궁에 들어가서 백의동자 쿼크 모셔내어 
 백룡수 분해하여 금金의 생수 4와 금의 성수 94‧9金에 받쳐 놓고  남해용궁에 들어가서 적의동자赤衣童子 쿼크 모셔내어 
 적룡수 분해하여 화火의 생수 2와 화의 성수 칠 7 27 火에 받쳐 놓고  북해용궁에 들어가서 흑의동자 쿼크 모셔내어 흑룡수 분해하여 수水의 생수 1과 수의 성수 61‧6 水에 받쳐 놓고 중해용궁에 들어가서 황의동자 쿼크 모셔내어 황룡수를 분해하여 토土의 생수 5와 토의 성수 10 5‧10 土로 받쳐 놓고  일심정성으로 빌어 용신고를 풀어내자 
동해 용신고는 3‧8 목에 풀으시고 
서해 용신고는 4‧9 금에 풀으시고
남해 용신고는 2‧7 화에 풀으시고 
북해 용신고는 1‧6 수로 풀으시고
중해 용신고는 5‧10 토로 풀으시고 천상승천 하옵소서…….” 
 
근화가 용신고풀이 무가를 부르는 동안 청룡이 구름을 일으키며 하늘로 올라갔다. 그러나 사람들은 하늘에서 무슨 변화가 일어나는 알지 못하였다. 
 
“사해용왕을 동원하러 왔습니다.”
 
청룡이 창수사자蒼水使者에게 청원하였다. 창수사자가 명하여 사해용왕이 거동한다. 사해용왕은 동해용왕, 서해용왕, 남해용왕, 북해용왕이다. 그들은 용머리 관을 머리에 쓰고 있다. 물방울 목걸이가 목에 걸려 있다. 
 
 “광화문을 호수로 만들라!”
 
 청룡이 명령한다. 비류왕 쿼크가 나의 아우라에서 뛰어나온다.
 
“400mm야!”
 
비류왕 쿼크가 내 귀에 대고 낮은 파장으로 말하였다.   용왕들이 동서남북의 하늘에서 구름을 검게 만들더니 비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비류왕 쿼크가 비를 맞으며 빗속을 날아다닌다. 
 
“근화 씨! 내 곁에 붙어.”
 
내가 근화에게 말한다. 근화는 용춤을 추기 시작한다. 몸을 꿈틀거리는 춤이다. 꿈틀꿈틀 파장을 일으키니 구름 속에서 번개가 치기 시작한다. 
 
“비야! 쏟아져라!”
 
비류왕 쿼크가 외친다. 번개가 친다. 이순신장군이 서있는 입대立臺가 물에 잠기기 시작하였다. 세종대왕의 좌대座臺도 물에 잠기기 시작하였다. 
 
“이러다 광화문이 물에 잠기는 것이 아니요?”
 
나는 걱정이 되어 비류왕 쿼크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걱정하지 마시오.”
“이러다가 광화문이 떠내려가겠소.”
 
내가 종종거린다. 내가 보니, 창수사자 쿼크가 홀로그램으로 바뀌어 수침水針을 가지고 광화문 앞에서 물의 깊이를 재고 있다. 
 
“부천에서 언제 홍수가 날지 알아보아 주시오.”
 
비류왕 쿼크가 창수사자에게 말한다.
 
“400mm가 오면 물길이 보일 것이요.”
 
비 400mm가 오면 부천에서 부하富河를 찾을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어이없는 말이다. 여기에 있으면 확인할 방법이 없다. 
 
“부하의 물길을 찾아야지.”
 
비류왕 쿼크가 느긋하게 말한다.
 
“국가멸망의 시계는 어떻게 할 거요? 그냥 가게 둘 거요?”
 
내가 소리 지른다. “이 나라가 망하면 다른 나라가 들어서겠지. 중국을 보시오. 수명 200년을 넘긴 나라가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G2국가가 되어 있소.”
 
한강이 넘치면 홍수가 된다. 벌써 국가 멸망의 시간이 임박한 것인가? 이런 것은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데모꾼들에게 겁을 주어 해산시키면 그것으로 되었다.
 
“부하가 나타났다! 물길이 소래로 가고 있다!”
 
비류왕 쿼크가 소리쳤다. 
 
“나는 뭘 하지요?”
 
내가 비에 갇혀 꼼짝하지 못하자 백호가 불평하였다.
 
“백호는 앞으로 할 일이 많을 것이다. 불평하지 마라.”
 
감응신령이 책망하였다. 백호는 더 불평하지 않았다.
데모꾼들은 청룡의 지휘아래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움직이는 사해용왕을 보았을 것이다. 사해용왕은 용 꼬랑지로 땅바닥을 두들겼다. 땅이 들썩거려 데모꾼들의 심장이 몽둥이로 두들겨 맞는 감각이 들게 하였다. 데모꾼들은 폭우의 집중공격을 받고 흩어졌다. 물줄기가 도망치는 그들을 길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청룡이 3번 꿈틀꿈틀 재주를 넘자,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인간 쿼크들이 새까맣게 작은 물방울에 달라붙어 일제히 하늘로 끌어올렸다. 물방울들이 뭉쳐 거대한 물기둥이 되었다. 물기둥이 용트림을 하며 대통령궁 앞마당을 돌아 백악 뒤로 넘어갔다. 이 광경을 보고 기절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이제 대통령궁으로 가는 길이 터졌으므로 나는 대통령궁을 향하여 질주하였다. 면담시간이 임박하였다. 
 
나는 사신과 사해용왕을 비노출非露出로 만들어 아우라로 불러들여 쉬게 하고 정문을 통과하여야 하였다. 
 
“이제부터 여러분은 쿼크 상태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대로는 정문 통과가 불가능합니다. 쿼크 상태로 돌아가시오.”
 
내가 다급하게 말했다. 나의 뜻에 따라 감응신령과 사해용왕은 모두 사람의 눈에 띠지 않는 쿼크 상태로 돌아갔다. 그들은 작은 빛의 알갱이가 되어 나의 아우라 속에 숨었다. 나의 아우라는 오방색이 절묘하게 섞여서 빛이 났다. 
 
“근화 씨는 내일 한 번 더 대통령궁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할 거야.”
 
내가 근화에게 말했다. 근화는 경복궁의 주차장으로 가서 그곳을 떠났다. 혁거세 선생도 주차장으로 가서 그곳을 떠났다. 이제 비는 완전히 그쳤고, 광화문에 고인 물도 빠지기 시작하였다. 비의 쿼크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광화문은 음양의 차서를 회복하였고, 전투적인 분위기가 사라졌다. 관화문의 정문을 지키고 있는 해태 2마리는 눈을 뜨고 졸기 시작하였다. 나는 광화문 앞을 지나서 효자동 길로 들어서 대통령궁의 정문을 향하여 곧장 걸어갔다. 나의 몸에서 김이 나고 있었다. 비에 젖은 나를 정문 지킴이들이 정신이 돈 사람으로 오인하면 큰일이었다. 정문에서 비에 흠뻑 젖은 나를 제지하였다. 
 
“누구십니까?”
 
정문지킴이가 내 몰골을 관찰하며 물었다. 그들에게 나의 아우라는 눈에 띠지 않았다. 그들은 정복으로 정장을 한 그라운드 가드들이었다. 
 
“14시에 대통령님과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는 거리검이라는 사람입니다.” 
“왜 차량으로 오지 않았습니까?”
“차가 없어서 그럽니다.”
 
정문 안내실 근무자가 의전담당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거리검이라는 분이 오셨습니다. 들여보내 드릴까요?”
“통과시켜 드리세요.”
 
정문지킴이는 나를 통과시켜 주었다. 나는 곧장 대통령전大統領殿을 향하여 걸어갔다. “옷이 젖어서 대통령에게 실례가 되지 않을까?”
 
단군왕검이 내 아우라 속에서 물었다.
 
“할 수 없지요. 집에 가서 갈아입고 올 수도 없고…….”
“감기 조심하게. 인간은 감기에 약하니까.”
 
대통령궁의 경내에는 도깨비부대와 귀신부대가 재빠르게 들어와 진을 치고 있었다. 그들이 교대로 초소를 경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비가 왔어도 그들은 비에 젖지 않았다. 그들이 경내를 지키고 있으니 안심이 되었다. 경내의 분위기가 무거워 보였다. 의전담당비서관이 현관 앞에 나와서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친근한 인상을 가진 사람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비를 많이 맞으셨군요.”
“광화문에서 맞았습니다.”
“비가 오시는 바람에 데모대가 해산했다면서요?”
“갑자기 광화문이 호수가 되니까 데모꾼들이 겁에 질려 해산한 것 같습니다.”
“그 사람들이 비가 온다고 겁을 낼 사람들이 아닌 데요.”
“비가 광화문 일대에만 폭포수처럼 쏟아졌기 때문이지요. 겁에 질리기에 충분했을 것입니다. 하늘이 무서웠던 것입니다.”
“그게 무슨 일이지요?”
“우리의 최고 조상들이 이 나라의 운명에 간섭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입니다.”
 
그는 나를 곧장 집무실로 안내하였다. 커다란 집무실 안에 여자 대통령이 혼자 있었다. 외로워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왜소하게 보였다. 의전담당관이 방을 나가고 나는 대통령과 독대하였다. 
 
“어서 오십시오. 비에 젖으셨군요.”
 
대통령이 말하였다.
 
“데모를 해산하고 오느라고 젖었습니다.”
“네?”
“농담이 아닙니다.”
 
나의 아우라 속에서 조상 쿼크들이 주변을 밝게 하였다. 
 
“선생님이 이 방에 들어오시니까 세상이 밝아지는 군요.”
“조상님들을 청배할까요?”
“부탁합니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어 삼성대왕풀이 무가를 검색하였다. 삼성대왕풀이 무가가 떴다. 
 
“이 무가를 읽으시면 마고대신과 삼성이 오실 것입니다.”
 
대통령이 삼성대왕풀이 무가를 읽었다. 감응신령이 홀로그램으로 현신하였다. 이어서 한인천제와 한웅천왕과 마고대신이 현신하였다. 나의 아우라가 사라졌다. 대통령이 긴장하였다. 
 
“긴장하지 마시오.”
 
감응신령이 대통령에게 말하였다. 
 
“조상님들께서 저의 시대에 현신하고자 하시는 이유가 듣고 싶습니다.”
 
대통령이 긴장을 풀고 물었다.
 
“이 시대의 사람들을 도우러 왔지.”
“그럴 이유가 있습니까?”
“그대가 가지고 있는 멸망의 시계가 수명이 다하여 가기 때문이다.”
“시계가 언제 멈출지 알 수 없어서 불안합니다.”
“그대가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국가멸망시계가 멈추지 않도록 해 주겠다.”
“감사합니다.”
 
대통령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시계의 수명을 늘리고 오겠다. 수명을 늘리면 국가가 멸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삼성이 갑자기 사라졌다. 비가 온 끝이라 그런지 검은 구름이 아직 걷히지 않아서 방 안이 부분적으로 어두웠다.  
 
“아까 본전 위로 물기둥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 것을 본 적이 없어서 몹시 놀랐습니다.”
 
대통령이 말하였다.
 
“용을 보셨습니까?”
“보았습니다. 용을 보았으니 길조이겠지요?”
“길조입니다.”
 
내가 손짓했다. 경내에 배치된 도깨비와 귀신들이 모습을 드러내 보였다. 
 
“보입니까? 도깨비와 귀신 경호원들입니다. 영계 터미널에서 유령군대를 파견하여 배치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6천 년 전에 전쟁하다 죽은 군인들의 쿼크입니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눈앞에 새로이 펼쳐지는 세상을 보고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시계가 있는 방으로 가보시지요. 시계수리가 끝났을 것입니다.”
 
대통령은 7인 원로회의를 했던 방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방은 내가 보았던 방 그대로였다. 테이블과 의자가 그대로 있었고, 시계도 벽 한쪽에 그대로 서 있었다.
 
“어서 오게.”
 
한인천제가 우리를 맞았다. 국가멸망의 시간이 가고 있었다. 시계를 고친 것 같은데 겉으로 보아선 어디를 고쳤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시계 소리가 커진 것 같습니다.”
“수리를 했더니 소리가 커졌어.”
 
한웅천왕이 말하였다. 
 
“시계가 고장이 나면 시간이 멈춥니까?”
 
대통령이 물었다.
 
“시계가 고장이 났다고 시간이 멈추는 일은 없어. 시간이 더 빨리 갈 뿐이지.”
 
감응신령이 말하였다. 나는 시계를 관찰하였다. 잘 고장이 나지 않는 시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누누이 강조해 왔지만 시계에 손을 대는 자들이 있다.”
 
한인천제가 화를 내었다.
 
“손을 대는 자들이 있으면 잡아서 처벌하겠습니다.”
 
대통령이 말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시계에 손을 댈만한 자들이라면 역사의 진도에 악영향을 미치고 국가를 흠집 내려는 자들이 틀림없었다. 좌파와 우파, 마피아들이 그 짓을 하는 자들이다. 이들을 척결해야 하였다. 
 
“아날로그 기계를 디지털 기계로 바꾸었어.”
한웅천왕이 말하였다.  디지털시계는 ‘리셋’을 누르고 ‘조정’을 눌러서 연도와 월‧일과 시‧분‧초를 조절할 수 있었다. 
 
“대통령은 멸망시계 담당관을 임명하라.”
 
한인천제가 명령하였다.
 
“거리검 선생님을 담당관으로 임명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대통령이 한인천제에게 물었다.
 
“그대의 생각은 어떤가?”
 
한인천제가 내게 물었다. 
 
“제가 맡을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나는 사양하였다.
 
“이 나라에서 마땅한 인재를 찾기 힘이 듭니다.”
 
대통령이 말하였다.     
 
“그대가 이 일에 관여해 왔으니 그대가 맡아라.”
 
한인천제가 내게 명령했다. 그러니 맡지 않을 수 없었다.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시계를 미래에 메시아로 올 도부신인이 태어날 관음사로 옮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천군들이 튼튼하게 지키고, 제가 사는 집과 산신각도 가까워서 관리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대통령의 의향은 어떻소?”
 
한인천제가 물었다.
 
“좋습니다.”
 
대통령이 대답하였다. 국가멸망시계는 날짜를 정하여 성주산으로 가져가기로 하였다. 
 
“사모를 불러다 굿을 하라. 그러면 역사의 암 덩어리인 살과 고가 풀릴 것이다.”
 
감응신령이 대통령에게 권하였다. 대통령은 감응신령이 권하는 대로 굿하기로 결심하였다. 나는 삼성을 보내드렸다. 나는 대통령궁을 나와야 하였다. 젖은 옷이 꾸덕꾸덕 말라가고 있었다. 나는 대통령궁을 나왔다. 나는 걸어서 시청전철역에 도착하여 인천행 전철을 기다렸다. 그런데 뜻밖에도 성주산행 열차가 와서 도착하였다. 나는 혼자서 순간이동열차를 탔다. 순간이동열차는 성주산역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앞 칸에서 감응신령이 열차가 맞붙어 있는 통로의 문을 열고 내가 타고 있는 칸으로 왔다.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였다.
 
“내가 인간 세상에 이주했는데 나를 북극오성으로 보내면 어떻게 하나?”
 
“죄송합니다. 깜빡했습니다.” 
 
열차의 스피커에서 낭랑한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시를 낭송하는 소리였다.(계속)
 
 
▲ 소설가 노중평
 

1985년 한국문인협회 ‘월간문학’에 단편소설 <정선아리랑>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천지신명>, <사라진 역사 1만년>, <마고의 세계> 등 30여 권을 저술했다. 국가로부터 옥조근정훈장, 근정포장, 대통령 표창장 등을 받았다. 현재 한국문인협회원, 한민족단체연합 공동고문, 한민족원로회원으로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