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신각이 있는 동네 이름이 대야동大也洞이다. 대야란 거대한 여음女陰이라는 뜻이다. 이 세상에서 거대한 여음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마고 이외에는 없었다. 마고의 거대한 여음이 있는 산이 소래산蘇萊山이다. 소래산에 있는 장군바위는 대야(거대한 여음)에 대비되는 거근巨根(거대한 남근)으로 볼 수 있는 바위다. 거근에 새겨진 여신상이 관모를 쓰고 있어서 소래에 상륙한 인종의 통치 이데올로기를 세상에 알리기 위하여 조각한 마애상으로 볼 수 있다. 지명 소래에 래이족이 상륙했다는 뜻이 있으므로 래이족의 통치 이데올로기가 반영되었다고 나는 보고 있다. 

▲ 소래포구에서 바라보이는 (왼쪽) 큰 봉우리 소래산과 (오른쪽) 그 옆의 작은 봉우리 성주산. 마치 엄마와 아들 같다. 성주산 넘어가 부천시이다.소래산과 성주산은 한남(한강이남)정맥을 구성하는 산이다. 한남漢南의 동쪽에 하남河南이 있다. 소래에 상륙한 비류와 온조가 비루(리)고개에서 갈라서 비류가 소래산 일대에 정착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래이족이 남긴 마애상으로 보는 것이다. 래이족은 산동반도의 동쪽을 떠나서 한반도로 들어와 마한과 백제를 세운 인종이다. 이들이 숭상하는 여인이 있다면 누구일까? 래이족을 멸망한 조선을 계승한 인종으로 보면, 조선의 신모였던 하백녀라 할 수 있다. 하백녀는 단군왕검의 부인이므로 옛날에 조선의 소도蘇塗에 있었음직한 분이다. 
 
장군바위에서 북쪽으로 1Km 거리에 산신각이 있고, 산신각 가까운 곳에 굿당이 있다. 굿당 뒤쪽에 복숭아나무가 몇 그루 서 있다. 그 뒤쪽에 감응신령이 은밀하게 만들어 놓은 자체발화 화장장이 있다. 앞으로 내가 감응신령의 수족이 되어 일한다면 이 화장터에서 무슨 일을 하게 될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 화장부火葬夫가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어깨가 무겁고 난감하였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나는 집을 나섰다. 이제 막 4월이 시작되고 있었다. 구름 밑으로 내리꽂히는 오전 햇빛이 찬란하게 보였다. 나뭇가지 사이로 내리 비치는 햇볕 속에서 산신각을 지키는 신장들이 막 기지개를 하고 있었다. 
 
와우고개 길에서 갈라져 굿당으로 들어가는 길은 차가 하나 통행할 수 있는 비좁은 길이다. 굿당으로 들어오거나 굿당에서 나가는 차 이외에 다른 차가 없어서 그런지 대단히 한적했다.
 
산신각 앞에 도착하니, 산신각 문이 닫혀 있었다. 누군가 자물통을 잠가놓은 것이다. 나는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혁거세 선생이 도착하여 문을 열 때까지 기다려야 하였다.
 
근화보다 먼저 혁거세 선생이 도착하여 공터에 차를 세우고 산신각을 향하여 걸어왔다. 
 
“일찍 오셨습니다.”
 
내가 먼저 인사하였다. 
 
“거리검 선생이 저보다 먼저…….”
 
그가 잠겨 있는 자물통을 내려다보았다. 
 
“오늘도 잠겨 있군.”
 
그가 중얼거리더니 맨손으로 잠긴 자물통을 끌렀다. 자물통이 덜컹하고 떨어졌다. 그가 자물통을 주워 문고리에 걸고 문을 열었다. 산신과 동자 그리고 동녀와 호랑이가 신단에서 밖으로부터 들어오는 햇볕을 받았다.    
 
“밤새 별일이 없으신지요?”
 
내가 감응신령에게 인사하였다. 
 
“별일이 있었네.”
 
감응신령이 즉각 감응하였다.
 
“네?”
“관리인이라는 자가 오밤중에 와서 내게 소주를 들어 붇고 행패를 부렸어.”
 
감응신령은 화가 나 있었다. 바닥을 보니 술로 보이는 물기가 흥건하였다. 소주 냄새가 진동하였다. 나는 관리인에게 관대한 감응신령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산신각을 둘러보니 빗자루와 삽이 산신각 뒷벽에 기대어져 있었다. 가까운 곳에서 삽으로 흙을 퍼다 바닥에 깔아 술기를 닦아냈다. 흙을 걷어 밖에 버리고 바닥을 쓸어 청소를 마쳤다. 
“관리인을 혼을 내 주겠습니다.”
 
혁거세 선생이 말했다.
 
“그냥 놓아두게. 혼을 낸다고 말을 들을 위인이 아니니.”
 
감응신령이 한숨을 쉬었다.
 
“혼을 내지 않으면 또 소주로 목욕을 하게 될 텐데요.”
 
내가 말하였다.
 
“그래도 내버려 두어.”
“왜, 행패를 부렸습니까?”
 
나는 신장으로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싫증이 난 게야.”
“수입이 변변치 않아서 그렇군요.”
“자네가 관리인을 하게. 자네가 관리인을 하면 느닷없이 행패를 부리진 않겠지.”
“제가 관리인 되기를 원하십니까?”
“자네가 오겠다면 내가 관리인을 낙상시켜 오지 못하게 할 거야.”
“정말 낙상을 시키실 생각입니까?”
“내가 왜 헛소리를 하겠나.”  
 
곧 근화가 차를 직접 몰고 왔다. 그는 차를 혁거세 선생의 차 곁에 세우고 내렸다.   
 
“신장! 뭐 하나? 자네의 임무를 망각하지 마.”
 
감응신령이 내게 말했다.
 
“예!”
 
나는 후딱 산신각 밖으로 나갔다. 
 
“안녕하셨어요?”
 
근화가 내게 인사하였다. 
 
“요새 상당히 바쁜 것 같아.”
“네. 몸 주께서 틈을 주지 않으시는 군요.”
“직장은 어떻게 하고?”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습니다.”
“결국 그렇게 되었군.”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무당이 된 이상 몸 주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언젠가 프리랜서마저 하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 나는 근화가 할 수만 있다면 직업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랐다. 신도에게서 돈을 받아 생활하는 것 보다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벌어 생활하는 것이 내가 바라는 것이었다. 거듭 말하지만 나는 근화가 신도에게서 돈을 빼앗는 일에 연연하지 않는 무당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근화가 차에서 음식이 담긴 상자를 내렸다. 둘이서 상자를 맞잡고 산신각 안으로 들어왔다. 근화가 신단에 제기에 담긴 음식을 차렸다. 과일과 밥과 떡과 나물이 신찬神饌의 전부였다. 물론 술도 있었다. 세 사람이 산신각 안에 있으니 산신각이 꽉 찬 느낌이 들었다. 
 
혁거세 선생이 초에 불을 붙이고 향로에 향을 꽂았다. 근화가 조용하게 축원하였다. 근화가 축원을 하고 나자 혁거세 선생이 축원하였다. 감응신령은 호랑이에게 등을 기대고 앉아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근화가 축원하며 음식 드시기를 권했다. 
 
“몸에서 술 냄새가 가시지 않아 영을 움직이는데 지장이 있군.”
“물 티슈로 닦아 드릴까요?”
 
근화가 물었다.
 
“닦아 주게.”
 
근화가 가방에서 물티슈를 꺼내어 감응신령의 도포를 닦아 드렸다. 
 
“이제 되었군.”
 
감응신령의 얼굴이 펴졌다. 
 
“이제 밖으로 나가시죠.”
 
혁거세 선생이 말하였다. 우리는 근화가 가져온 음식이 든 상자 하나를 들고 산신각을 나와 숲 속으로 들어갔다. 산신각 안에서 음식을 먹을 수 없었던 것이다. 백호가 뒤따라 왔다. 동자와 동녀도 뒤따라 왔다. 근화가 감응신령에게 말하였다. 
 
“오늘 뜻있는 구경을 하고 가게 될 게야.”
“네?”
 
근화는 말로 반응을 보였고 나와 혁거세 선생은 감응신령을 바라보았다.
 
“오늘이 내가 성주산에 좌정하여 홍익을 배반한 인간을 처벌하는 첫 날이 될 것이다.”
 
산신이 딱딱한 음성으로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처벌하실 것입니까?”
 
홍익을 배반한 자들을 처벌하는 일이 나와 관련이 있을 것이므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홍익인간의 시대를 앞당기려면 어쩔 수 없다.”
“왜 처벌로 홍익인간시대를 열려 하십니까?”
“이 나라를 청소하기 위해서야. 마고대신은 자손이 패악해지자 모두 마고성에서 추방하고 천수를 끌어들여 대청소하였다. 나는 마고대신과는 달리 선별청소를 하려는 것이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나라에 홍익을 배반한 자들이 득시글거려 홍익인간들이 희망을 가질 수 없게 될 것이다.”
 
감응신령의 결심이 확고해 보였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우리는 한 나무 밑에 앉을 곳을 정하고 자리를 펴고 앉았다. 산신각이 내려다보였다. 근화가 음식이 담긴 일회용 용기들을 늘어놓았다. 
 
“한 잔 하시지요. 오늘 술을 마실 수 있는 분은 감응신령님과 거리검 선생님 두 분뿐입니다.”
 
근화가 말하였다. 
 
“그런 것 같군.”
 
감응신령이 말하였다. 근화가 종이컵에 소주를 딸아 먼저 감응신령에게 드리고 나서 내 잔에도 술을 따랐다. 나는 종이컵을 기울여 소주를 마셨다. 속이 싸해 왔다. 근화가 싸가지고 온 밥은 김밥이었고 반찬은 김치와 된장국이었다. 나는 김밥을 안주로 삼았다. 
 
“두 분에게 내가 전해야 할 말이 있어요. 두 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나는 술을 마시고 나서 혁거세 선생과 근화 두 사람에게 말했다. 두 사람은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기다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홍익인간 연습 포럼 일정이 잡혔는데, 내가 논문을 완성하면 두 분이 퍼포먼스를 하여 협조해 주었으면 합니다.”
“어떤 퍼포먼스인데요?”
 
혁거세 선생이 물었다.
 
“원로회의 회원들이 진짜 신이 어떤 신인지 알 수 있게 회원들에게 보여 주어야 할 포럼입니다. 그래서 두 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진짜 신을 보여준다…….”
 
혁거세 선생이 근화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가능하냐고 묻는 의사표시였다.
“해 보겠습니다.”
 
근화가 말하였다.
 
“감응신령님께서 출연해 주시면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내가 감응신령에게 말했다.
 
“자네가 원한다면 내가 그 자리에 나가 주지.”
 
감은신령이 말하였다.
 
“내가 자네와 시청역에서 처음 만나던 날 말이야. 대통령궁에 가서 현장답사를 했는데 말이야. 자체발화 화장(火葬)하기 좋은 장소가 있더군.”
 
나는 가슴이 철렁하였다.
 
“경복궁 안에 있습니까?”
“음”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통령 궁 안에 자체발화 화장터가 없다니 천만 다행이었다. 
 
“어디입니까?”
“대한제국의 명성황후가 왜귀倭鬼에게 생화장을 당한 곳이야. 원귀(寃鬼)의 기운이 서려 있더군. 왜귀를 불태우기 전엔 원귀의 기운이 풀리지 않을 것이야.” 
“진짜 그곳에서 왜귀를 화장하실 생각입니까?”
“물론이지. 백호에게 이미 지시를 해 두었으니까 백호가 행동을 멈추려 하지 않을 거야. 나로서도 어쩔 수 없어.”
“중지시키면 되지 않습니까?”
“자네는 이 나라의 멸망시계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해. 멸망시계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시침과 초침을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할 역사力士가 필요해. 역사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려면 제물이 있어야 해.”
“멸망시계를 멈추어야 한다!”
 
나는 신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원귀공양이 없으면 멸망시계가 생산하는 시간은 계속해서 앞으로 가기만 할 거야. 의식이 없거든.”
 
감응신령이 냉정하게 말했다.
 
“원귀를 어디에서 잡아 오지요?”
“왜귀가 춘무산공원春畝山公園이라 부르는 곳이지.”
“춘무산이요?”
“남산의 장충단공원獎忠壇公園.”
 
남산의 장충단공원이라면 대한제국 충절들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곳인데 일제가 헐어버리고 이등박문의 위패를 모신 박문사博文寺를 지은 곳이다. 그곳에서 왜귀를 잡아와야 한다니 끔찍한 사건이 터지게 될 것으로 생각되었다. 
 
“제가 빨리 논문을 완성하여 두 분에게 이 메일로 보내겠습니다.”
 
내가 말했다. 두 사람은 이 메일이 오기를 기다리겠다고 하였다.
 
“내게도 하나 보내.”
감응신령이 말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포럼 건에 대한 말씀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저기를 봐.”
 
감응신령이 손으로 산신각 뒤 공터를 가리켰다. 약 1백 평 규모의 공터가 산신각 뒤에 있었다. 
 
“저기가 소래산의 자체발화 화장터가 될 것이다.”
“화장터요?”
 
혁거세 선생이 놀라서 물었다. 근화도 놀랐다. 
 
“신장이 설명해 주라.”
 
감응신령이 내게 지시하였다. 
 
“인체가 내부에서 스스로 고도의 열을 발생하여 육신을 태워버리는 것을 자체발화 화장법이라 합니다. 감응신령님께서 신과 인간을 팔아 치부하거나 사기 치는 자들을 잡아다가 저 자리에서 자체발화 화장법으로 화장을 시키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감응신령님께서 하시겠다면 아무도 말릴 자가 없을 것입니다.”
 
혁거세 선생이 말하였다.
 
“사기꾼과 협잡꾼을 누가 어떠한 방법으로 선별하지요?”
 
근화가 물었다.
 
“백호야. 네가 설명해,”
 
감응신령이 백호에게 지시하였다. 백호가 일어서 어슬렁거리며 인간의 몸에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악취가 나는 자를 골라서 자체발화 화장을 시킬 것입니다.”
 
백호가 말하였다. 
 
“앞으로 많은 원혼이 이곳을 떠돌게 되겠군요.”
 
근화가 말하였다.
 
“포럼을 열기 전까지 악한 자들을 잡아다 자체발화 화장터에 집어넣게.”
 
감응신령이 내게 명령하였다. 
 
“제가 그 사람의 죄가 있고 없음을 어떻게 판단하지요?”
“백호가 따라 갈 거야. 그 일은 백호에게 맡겨.”
“백호야. 네가 실습할 물건을 하나 구해 와라.”
 
감응신령이 백호에게 명령하였다. 백호가 산 밑으로 내려갔다. 누군가 백호에게 떠밀려 산신각  뒤쪽으로 오고 있었다. 회의는 자연히 중단되었다. 내가 보니 나에게 사기 친 사기꾼이 틀림없었다. 
 
“저런 자들이 신을 팔아먹는 자들이다.”
 
감응신령이 말하였다. 백호가 사기꾼을 코끝으로 밀면서 공터로 가고 있었다. 사기꾼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드디어 사기꾼이 공터 안에 도달하였다. 백호는 공터 밖으로 나가 어슬렁거리며 공터 밖을 배회하였다. 사기꾼의 몸에서 갑자기 화약이 발화하는 것처럼 불길이 솟아올랐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단 1분도 되지 않아서 사기꾼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혁거세 선생과 근화는 몸을 떨고 있었다. 나는 사전 교육이 되어 있어서 그런지 몸이 떨리지 않았다. 
 
“잘 보았는가? 눈을 감은 사람은 없었지?”
 
감응신령이 엄중한 음성으로 물었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습니다.”
 
혁거세 선생이 말하였다.
 
“나는 앞으로 이런 광경을 자주 보게 될 것 같습니다.”
 
내가 말하였다. 우리는 상자와 빈 도시락과 자리를 걷어서 산신각 앞으로 내려왔다. 감응신령은 산신각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백호 곁에 앉았다. 감응신령이 좌정하신 것이다.  혁거세 선생과 근화는 아직도 속이 허한 듯 몸을 떨고 있었다. (계속)
 
 
 
▲ 소설가 노중평
 
1985년 한국문인협회 ‘월간문학’에 단편소설 <정선아리랑>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천지신명>, <사라진 역사 1만년>, <마고의 세계> 등 30여 권을 저술했다. 국가로부터 옥조근정훈장, 근정포장, 대통령 표창장 등을 받았다. 현재 한국문인협회원, 한민족단체연합 공동고문, 한민족원로회원으로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