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 할머니가 그를 찾아와 무조건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하얗게 옷을 입었는데 걸음이 무지하게 빠른 할머니였다. 할머니가 근화를 소래산으로 데리고 가서 마애여신상 앞에 세웠다. 장군바위라 불리는 넓적한 바위에 부조로 새겨져 있는 여신상이었다. 마애여신은 얇은 신의로 몸을 감싸고 있었고 관직을 가진 도사처럼 관모를 쓰고 있었다.

“이 여신이 나이니라. 이 마애상에 내가 있으니 찾아오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소래여신은 산을 훌쩍 뛰어넘어 성주산으로 갔다. 성주산이 소래산에 붙어 있었다. 

“이 산의 이름을 아느냐?”

“모릅니다.”

“이 산은 장차 네가 와서 좌정해야 할 산이다. 잘 보아 두어라.”

할머니는 또 산을 훌쩍 뛰어 넘어 옆 산으로 갔다. 아파트가 들어서 산의 형상이 거의 다 없어졌고 뒤쪽에 산의 형태가 약간 남아 있었다. 

“이 산은 할미산이다. 이 산의 주인이 지금 행방불명이다. 네가 찾아보도록 하라.”

“왜, 제가 찾아야 합니까?”

“그건 할머니를 찾으면 알게 될 게야.”

갑자기 할머니가 사라졌다. 근화는 혼자 남게 되었다. 그는 혼자서 집으로 돌아가야 하였다. 산 밑으로 가야 택시를 잡아 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산 밑을 걸어오고 있는데 복숭아나무 밭이 있고 복숭아나무 밭 건너편에 굿당이 있었다. 그는 굿당으로 갔다. 날이 저물어서 그런지 굿당에 있는 방들이 조용하였다. 그는 방 하나의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백마를 탄 백마신장이 벽에 걸린 그림 속에 있었다. 그림 속에서 백마신장이 말을 달려 나왔다.

“내 등 뒤에 타라.”   

백마신장이 소리쳤다. 그가 올라타자 백마가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하였다. 말에서 떨어질까 봐 너무나 무서웠다. 그는 낑낑거리다가 잠에서 깨었다.  

날이 밝자 근화는 수트케이스에 한복 한 벌을 넣어서 계주의 집으로 갔다. 계주는 그를 데리고 산 3개를 밟아야 한다고 차에 태워 데리고 나갔다. 산 3개를 밟고 와서 내게 전화를 걸었다. 계주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일 굿당에서 내림굿을 할 것이니 굿 보러 오세요.”

아마 다른 사람이 내림굿을 한다면 나를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전화를 받고 나니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잠이 오지 않았다. 거의 뜬눈으로 밤을 밝히다시피 하였다. 나는 좀 일찍 집을 나섰다. 우리는 밤길을 조심하면서 칼바위로 다가갔다. 이곳은 무당들의 기도터였다. 칼바위에 모인 사람은 계주와 계원 1사람, 악사 3사람. 혁거세 선생과 나, 근화의 어머니, 모두 8사람이었다.

“오셨습니까?”

근화의 어머니가 나와 혁거세 선생에게 인사하였다.

“오셨군요.”

“일찍 오셨습니다.”

“선생님이 수고하시는군요.”

“수고랄 것이 있습니까?”

“좋은 날입니다.”

“동쪽으로 뻗은 솔가지 하나 꺾어 와라.”

계주가 근화에게 시켰다. 근화가 솔가지를 꺾어 오는 동안 거적을 펴고 제물을 차렸다. 계주가 기도하여 오늘 차리라고 계시 받은 제물이었다. 제물은 검소하고 조촐하였다. 근화가 나무들 사이로 들어가더니, 솔가지 1개를 꺾어 왔다. 계주는 나무 가지에 대신 할머니의 옷을 입히고, 머리를 명두로 붙이고, 쌀이 담긴 그릇에 꽂아 일월대를 세웠다. 음악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장고소리와 제금소리와 징소리였다. 산이 떠나갈 듯하였다. 계주가 근화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대고 신을 받게 해 달라고 축원을 하였다. 

“춤을 추어라.”

계주가 명령하였다. 근화가 억지로 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양팔을 벌려 너울춤을 추고 있었다. 

“신명이 오르면 뛰어라!”

잠시 후에 근화가 회무回舞를 추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도무跳舞로 들어갔다. 회무와 도무는 신이 오르면 누구나 출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춤이다. 원시 춤이라 말할 수 있다. 

“잘한다. 잘해.”

장구가 칭찬해 주었다. 근화는 눈을 감고 있었다. 신이 강하게 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근화의 허리가 뒤로 꺾이기 시작하였다. 계주가 뒤에서 받쳐주었다. 

“신이 오셨다. 어떤 신이 오셨느냐?”

“감응신령이 오셨습니다.”

“어떤 모양으로 오셨느냐?”

“붉은 갓을 쓰고 홍포를 입고 오셨습니다.”

감응신령이 조선시대 무관인 별감의 복장을 하고 오신 것이다. 

“이번엔 어느 신이 오셨느냐?”

“백마신장이 오셨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오셨느냐?”

“백마를 타고 오셨습니다.”

“또 누가 오셨느냐?”

“오시는 분이 없습니다.”

“눈을 떠라.”

근화가 눈을 떴다. 장구와 징소리가 멈추었다. 

“신명을 모셔라.”

근화가 솔가지를 들었다. 그들이 일어섰다.

“산을 내려가십시다.”

계주가 말하였다. 날은 아직 밝지 않았다. 우리는 산 밑으로 내려왔다. 우리가 차에 타자 차가 출발하였다. 집에 도착하니 날이 밝기 시작하였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굿을 시작할 것이다. 계주의 집에는 몇 명의 계원들과 근화의 어머니가 와서 일행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단 앞에  명두로 얼굴을 만들고 옥색 두루마기를 입힌 일월대가 비스듬히 세워져 있다. 굿이 시작되기 전에 계주가 신단 앞 중앙에 좌정하였다. 굿청에서 하얀 신다리를 길게 펼쳐져 마당에 놓인 검은 물동이에 걸쳐 놓았다. 신딸들이 계주를 가운데에 두고 좌우로 늘어섰다. 하얗게 소복한 근화가 계주 앞에 섰다.  무악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근화가 자동인형처럼 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신이 올랐다. 근화는 회무를 추고 도무를 추다가 앞으로 쓰러졌다. 

계주가 물었다.

“신명님께서 들어오셨느냐?”

“들어오셨습니다.”

“일어서라.”

근화가 일어섰다. 

“어느 신명이 들어오셨는가 물어보아라. 오늘 네가 모셔 들여야 할 신명은 특별하신 분들이다. 자미원의 중심에서 오시는 신명들이야. 알겠느냐?”

자미원의 중심에서 오시는 신명이라면 북극오성에 속한 네 분의 신명들이었다. 

“알겠습니다.”

“신명이 들어오시는 순서대로 거명해 보아라. 네가 받아야 할 신명과 다른 신명이 들어오면 아니 되니 다시 모시도록 할 것이다. 허주가 들어오지 못하게 정신 차려!”

근화는 다시 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아기 짐승의 걸음걸이를 흉내 내는 춤이었다. 혹시 곰의 걸음걸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곰 할머니가 들어오십니다.”

“곰 할머니가 누구이야?”

“웅녀입니다.”

“웅녀가 누구인가?”

“황후성입니다.”

“그분이 어느 분이신가 물어보아라.”

“마고대신입니다. 신당에 좌정시켜 달라고 하십니다.”

근화가 마고대신을 받아들여 신단에 좌정시켜 드린다. 

“다음에 어느 신이 들어오시느냐?”

“한웅천왕이 들어오십니다.”

“한웅천왕이 누구냐?”

“하늘 문을 여는 천왕이라 하십니다.”

“그래. 천왕님이 하늘 문을 열어 주어야 신명들이 오르내릴  수 있지. 어느 별에서 오셨다고 하더냐?”

“서자성에서 오셨다고 합니다.”

“어디에 모셔 달라고 하시느냐?”

“산신각에 모셔 달라고 하십니다.”

“우선 신단에 모셔 들이라.”

근화가 부채로 한웅천왕을 모셔 들여 신단에 좌정시킨다. 

“다음엔 어느 신이 들어오시느냐?”

“단군왕검이 들어오십니다.”

“어느 별에서 오셨다고 하느냐?”

“태자성에서 오셨다고 합니다.”

“이제부터 다른 신을 받아들이지 말라. 그만하면 되었다. 네 분의 신이 너에게 홍익신이 될 것이다. 감응신령께서 내게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러니 다른 신을 절대로 받아들여서는 아니 돼. 알았느냐?”  

“그렇게 하겠습니다.”

“천도가 어떻게 나 있느냐?”

“신명이 천하궁 삼원에서 들어오셔 지하궁 이십팔수로 나갑니다.”

“알겠노라. 그 길이 천도가 될 것이다.”

무악이 울리고 근화가 다시 춤을 춘다. 또 쓰러진다.

“다른 신명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

“일월성신이 드십니다.”

계주가 일월대를 들어 근화에게 준다. 

“일월성신을 명두에 받아라. 이제 명두가 다시 천부삼인이 될 것이다. 네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진사성인에게 천부삼인을 전수하는 일이다.” 

근화가 일월대를 가슴에 안고 춤을 춘다.

“천부삼인이 오셨습니다.”

“천부삼인이 신명으로 오시느냐? 신명을 호명해 보아라.”

“혁거세 선생, 근화가 너무 능숙하게 알고 있습니다. 외운 것이 아닐까요? 의심스럽습니다.”

내가 혁거세 선생에게 물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근화처럼 최고조상을 신으로 받은 무당은 아직 없었습니다. 나는 이런 장면을 처음 봅니다.”

“믿어도 되겠습니까?” “믿으세요. 이것은 새로운 우주적인 사건입니다.”

“호명해 보아라.”

계주가 재촉한다.

“한인천제, 한웅천왕, 단군왕검이십니다.”

“그분들이 삼성대왕님이시다.”

근화가 상 앞에 일월대를 놓고 3번 절한다. 근화가 다시 춤을 춘다. 몸을 과도하게 뒤로 젖혔다가 펴면서 동서남북 사방에 절한 후에 엎드린다.

“이번엔 어떤 신이 들어오시는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네가 국조신들을 모셨으니 앞으로 나라 위해 충성하고 백성 위해 일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근화가 춤을 추다가 벽에 걸린 신복 중에서 하얀 칠성복을 찾아 물동이 위로 허리를 숙여 계주에게 바친다.  

“검은 물동이에 무슨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느냐?”

“검은에 단군왕검이라는 뜻이 있고, 물동이에 동이족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되었다. 앞으로 네가 불릴 자격이 있는지 보겠다.”

무악이 울리고 춤이 계속된다.

“무엇을 찾으면 되겠습니까?”

“방울을 찾으라. 가까운 산에 가서 찾아오라.”

근화가 맨발로 뛰쳐나간다. 혁거세 선생이 따라 나선다. 

“아무래도 멀리 갈 것 같습니다.”

혁거세 선생이 말한다. 내가 혁거세 선생을 따라 나선다. 근화가 차에 오른다. 혁거세 선생과 내가 차에 오른다. 차가 출발한다. 차가 성주산 뒤쪽으로 들어간다. 차가 선다. 근화가 산신각으로 간다. 산신각의 문이 열려 있다. 누군가 신단 위에 방울을 올려놓았다. 근화가 방울을 집어 들고 차에 오른다. 차가 출발한다. 차가 계주의 집에 도착한다. 근화가 방울을 계주에게 바친다. 

“이번엔 부채를 찾아라.”

근화가 춤을 추다가 쓰러진다. 상장구의 치마 밑에서 부채를 꺼내어 계주에게 바친다. 

“춤을 추어라.”

근화가 춤을 추다가 멈춘다.

“말문이 열리는 것 같은데 무엇인가 말을 해 보아라.”

상장구가 말한다.

“말문을 열어 주세요.”

신딸들이 합창한다.

“여기에 모인 분들에게 한마디씩 말씀해 주세요.”

상장구가 말한다. 근화가 방울을 흔들고 나서 내게 와서 한마디 한다. 내 귀에 대고 귓속말로 말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알아듣지 못하였다. 

“수고했다. 말문이 터진 것을 축하한다.”

계주가 오방기를 들어 근화의 몸을 쓸어주고 나서 말한다. 

“말 문장이 내렸으니 글 문장이 내리게 될 것이다. 네가 네 어미에게 내려야 할 신을 네가 받느라고 이 고생이구나.”

계주가 말한다. 근화의 어머니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 숨어버리고 싶은 얼굴이 된다. 계주가 소창으로 만든 고를 풀어준다. 그러고 나서 미진한지 오색 천의 한 끝을 잡고 근화와 근화 어머니의 몸에 휘둘러 준다. 

오방기는 오방의 신장을 표현하지만 오색천은 오가五加에 속한 영가靈加들을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 내림굿을 할 때 신어머니는 새로 태어나는 새 무당에게 네가 “거므나 따(儉之地)에 희방나백성(熙那羅百姓)”이라고 일러준다. ‘거므나 따’는 초부정굿에서 감흥신명으로 오시는 ‘단군왕검의 땅’이라는 뜻이고, ‘희방나백성’은 ‘희의 후손’이라는 뜻이다. 희는 단군왕검의 3대조쯤 되는 조상으로 처음으로 걸립에 북어를 걸어 스스로 자신이 무당임을 표현한 분이다. 조선朝鮮이라는 문자의 선鮮자에 들어 있는 어魚자가 희의 인종 아이콘이다.

고를 하나 지으면 결승문자結繩文字로 사糸자가 된다. 고를 두 개 지으면 사絲자가 된다. 매어 있다는 뜻이다. 사자 하나는 서낭에 매어 있고, 사자 둘은 용궁에 매어 있고, 사자 셋은 허공에 매어 있다는 뜻이 된다. 근화가 고를 흔들어 뿌리치니 고가 풀린다.

“고가 풀렸다. 성주산의 고가 풀렸다. 성주산에 경사가 나게 될 것이다.”

신어머니가 말한다. 이어서 녹타기로 들어간다. 신딸이 상위에 녹이 든 주발 7개를 계주 앞에 대령한다. 주발에는 청수, 쌀, 재, 흰콩, 여물, 뜨물, 돈 7가지가 주발 1개에 1가지씩 들어 있다. 근화는 방울과 부채를 놓고 절한 후에 무악에 맞추어 춤을 춘다. 계주가 묻는다.

“벼슬 녹祿을 타겠는가? 진주 녹을 타겠는가?”

근화가 대답한다.

“벼슬녹과 진주녹을 다 타겠습니다.”

“그렇다면 은 녹도 타고, 진주 녹도 타고, 외길 녹도 타고, 드릴 녹도 탈 것인가?

“예, 은 녹, 진주 녹, 외길 녹을 타보렵니다.”

“그럼 녹을 타 보아라.”

근화는 상 앞에서 춤을 추다가 주발의 뚜껑 1개를 열고, 이어서 주발의 뚜껑 1개를 더 연다. 먼저 연 주발엔 청수가 들어 있고, 나중에 연 주발에는 쌀이 들어 있다. 신딸들이 됐다! 하며 만족 해 한다. 근화는 주발 뚜껑을 들고 춤을 추다가 상 위에 내려놓고 다시 뚜껑 2개를 더 연다. 재와 뜨물이 든 주발의 뚜껑을 연 것이다. 

“맨 먼저 청수를 열었으니 천수를 끌어들여 세상을 정화시킬 것이요, 다음에 쌀을 열었으니 가난한 자의 먹거리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녹을 열었으니 녹을 타게 될 것이고, 재를 탔으니 동서남북에 재를 불리듯 떼를 불리게 될 것이다. 하나 더 열어 보아라.”

근화가 춤을 추다가 주발 뚜껑 2개를 더 연다. 흰콩과 여물이 들어 있다.

“잘 열었다.”

계주가 말한다.

“아주 잘 열었어. 잘 여네. 돈만 남기고 다 열었어.”

상장구가 말한다.

“잿물은 만부정萬不淨을 씻어내고, 콩과 여물은 소를 먹이면 약대가 되고, 말을 먹이면 용마가 되리라. 개가 먹으면 사자가 되고, 오리와 닭이 먹으면 봉황이 되리라. 사람 다음에 우마牛馬가 대마大馬라 크게 성장할 징조라.”

계주가 칭찬한다.

“아주 잘하고 있습니다.”

혁거세 선생이 내게 말한다. 내 생각에도 그런 것 같다.

“이만하면 신의 제사로서 손색없이 자질을 갖추어 가는 것 같으니 이제는 춤을 추고 내 앞에 돌아앉으라.”

계주가 자기 앞에 돌아앉으라고 지시한다. 근화가 춤을 마치고 계주 앞에 돌아앉는다.

 “이제는 외길 문을 열어 놓았고, 불릴 문도 열어놓았다.”

계주가 물동이에 솔가지를 담가 청수를 찍어 올려 머리에 뿌려준다.  

“천지신명 다 맑은 물을 내려주니 마음을(이) 편히 하고 욕심을 갖지 말 지어다. 한없이 맑은 마음을 가지고 없는 사람 도와주고 마음의 부정을 풀어내는 것이다.”

신딸이 물그릇을 갖다 놓는다. 계주가 근화의 머리에서 비녀를 뽑고 댕기를 푼다. 물그릇에서 솔가지에 물을 찍어 머리를 빗긴다. 이때 계주와 신딸이 만수받이조로 내림굿 무가를 메기고 받는다.   

에라 만세 ~

허튼 말명 허튼 귀신 물러가고

인간 구설口舌 다 물러갈 때   

맑은 마음으로

거므나 따에 희방나 백성

보살필 때 불리러 가요

열러 가요 일월명두日月明斗 

솟을 명두 아흔아홉 상제

무지개를 걷어다 열 대신에 메기러 갈 때

불리러 가요 

동서남북에 불리러 갈 때…….

머리를 빗겨 비녀를 꽂아주며 내림굿 무가가 끝난다. 

 “치마를 벌려라. 무구를 던져주겠다.”

계주가 말한다. 근화가 치마의 양 끌을 잡고 벌린다. 키(기箕) 별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키 별자리에서 무구가 나왔다는 의미가 있다. 계주가 만수받이로 무가를 부르고 신딸들이 받는다.

불리러 가요 늘려 가요 거므나 따에 희방나 백성

중히 보살펴 잘 도와줄 때 정한 마음으로

원수가 있거든 내리 사랑하고 잘 도와줘라

불리러 가요 늘리러 가요

치맛자락 잡아라 가까이 오라

어떤 괴로움이 닥쳐도 참고 견디고 이겨내라

옳은 길로 바른 길로

선한 길로 착한 마음으로 

산을 넘어 물을 건너

넘어지면 일어서고 일어서면 넘어가라

또 넘어진다 또 넘어져라

또 일어서라 또 일어서면 또 넘어진다 

모든 의혹이 다 사라진다 이겨내라

받아보라 놓치지 마라

네 마음에 굳게 닫아라 외면하지 말라

네 마음에 굳게 닫아라

받아보아라

던진다 휘이~

계주가 방울과 쥘부채를 던져 준다. 방울과 쥘부채가 치마에 떨어진다. 

“됐다. 이제 무당 하나 생겼다.”

이상 황해도의 내림굿이 끝나고 신딸들이 돌아가며 일반 굿으로 들어간다. 초부정, 제석, 성주, 소대감, 성수, 대감, 서낭, 조상 등의 거리가 진행된다. 마지막으로 근화가 작두를 타면서 내림굿은 끝이 난다. 

(계속)

▲ 소설가 노중평

1985년 한국문인협회 ‘월간문학’에 단편소설 <정선아리랑>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천지신명>, <사라진 역사 1만년>, <마고의 세계> 등 30여 권을 저술했다. 국가로부터 옥조근정훈장, 근정포장, 대통령 표창장 등을 받았다. 현재 한국문인협회원, 한민족단체연합 공동고문, 한민족원로회원으로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