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나라엔 이상한 유언비어가 돌고 있다. “우파는 분열하여 망하고 좌파는 자충수를 두어 망한다”는 유언비어이다. 

미국과 일본을 옹호하는 사람들을 우파로 볼 수 있고, 북한을 옹호하는 사람들을 좌파로 볼 수 있다. 안보를 미국에 의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우파로 볼 수 있고, 우리는 핵을 갖지 않아도 북한이 핵을 갖는 것이 우리 안보에 도움이 되니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좌파로 볼 수 있다. 
 
우파는 끼리끼리 파당을 지어 분열하여 자신을 망치고 나라를 망치고, 좌파는 똘똘 뭉쳐 자신을 망치고 나라를 망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이 나라 경제발전의 양극화가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이들을 키웠는데, 이렇게 나라가 돌아가는 꼴을 보고 걱정에 빠진 사람들은 좌파나 우파가 아니라 늙은이들이었다. 그들은 역사에 깊은 지식은 없지만 나라가 위기에 빠졌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았다. 그들이 체득해 온 경험이 본능적으로 나라가 위기에 처하였음을 깨닫게 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좌파는 자충수를 두어 망하고 우파는 분열하여 망한다”고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 중국의 사대요희四大妖姬. (왼쪽에서부터) 말희, 달기, 포사, 여희의 4사람이다. 하의 매희(夏之妺喜), 상의 달기(商之妲己), 주의 포사(周之褒姒), 춘추의 여희(春秋之骊姬)가 이들이다. 나라를 쓰러뜨릴 만큼 미색을 타고나서,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는 말은 이들에게서 나왔다. 이들은 외침을 받아 멸망한 자신의 나라의 원수를 갚기 위하여 모략전술로 원수 나라를 멸망시킨 분들이다.
 
나는 좌파나 우파에 속하지 않았다. 공직생활을 오래 한 나는 본능적으로 좌파나 우파에 들어갈 수 없었다. 나의 머리가 그런 처신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중도적인 성향도 띠지 못하고 늙은이들 성향을 띠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멘토가 되어 준 사람이 이명지였다.
나는 이명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요즈음 어떻게 지내?”
“백수로 잘 지내고 있어.”
 
그는 명퇴신청을 하여 학교에서 퇴직한 후에 이숙의 집에서 마당쇠처럼 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였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내게 전화한 이유가 있을 텐데?”
“있지. 의전실에서 내게 대통령이 독대를 원한다고 연락이 왔어. 그래서 조언을 구하려고.”
 
그는 두어 번 밭은기침을 하였다. 
 
“대통령이 무엇을 알고 싶어 할까?”
 
그가 물었다.
 
“글쎄……. 경제야 경제전문가들이 많으니까 물을 리 없을 것이고, 정치야 정치전문가가 많으니까 물을 리 없을 것이고, 의료, 보건, 사회, 교육 등등 어느 것 하나 물을 리 없을 것 같단 말이야.”
“답변하기가 대단히 곤란한 질문을 하겠지. 국가의 안전망에 대하여? 그것도 자네에겐 해당하지 않을 거야.”
“그러면 무엇을 물을까?”
“혹시, 대통령궁의 양택陽宅에 대하여 묻지 않을까?”
“설마……. 그것도 나의 전공이 아니고 들은 풍월일 뿐인데…….”
“하여간 생각해 보자.”
 
두 사람의 대화 사이에 근화가 보내는 전화소리가 끼어든다.
 
“잠깐, 사모의 전화 좀 받고.”
 
나는 이명지와의 통화를 잠깐 정지시킨다. 
 
“근화 씨, 내게 전화할 일이 있소?”
 
내가 묻는다.
 
“기도중인데요……. 몸주께서 살을 풀고 고를 풀라고 하시네요.”
 
나는 그 말을 듣자 번개가 스치듯 귀가 번쩍 떠졌다.
 
“몸주가 그렇게 하라고 하셨으면 그대로 준비해야지.”
“선생님 덕에 결심했습니다.”
 
근화가 통화를 끝냈다. 나는 다시 통화로 들어갔다. 
 
“이제 감을 잡았어.”
“감을 잡았다고?”
“근화 씨가 몸주의 말씀이라고 하면서 살을 풀고 고를 풀어야 한다는군.”
“그거 일리가 있는 말인데. 그러면 그쪽에서 콘텐츠를 찾아보아야지.”  
 
우리는 생각해 보고 다시 통화하기로 하였다. 1시간 후에 이명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네 중국의 사대요희四大妖姬에 대하여 알고 있나? 하나라의 매희(夏之妺喜), 상나라의 달기(商之妲己), 주나라의 포사(周之褒姒), 춘추시대의 여희(春秋之骊姬)를 사대요희라 하지. 매희, 달기, 포사는 동이족 출신인데, 여희는 북융北戎 출신이라 맥족출신으로 볼 수 있어.” 
“동이족과 맥족이라……. 그거 괜찮은 아이템인데.”
“아무래도 우리가 새로운 역사해석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는 것 같아. 대통령에게 새롭게 해석한 새로운 역사를 강의할 필요가 있겠어. 입으로 하는 강의는 자네가 하고, 몸으로 하는 강의는 근화 씨가 하면 되겠군. 대통령이 여성인 만큼 대통령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역사해석이 필요해.”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역사해석이라…….”
“중국의 사대요희四大妖姬를 오늘날의 역사현장에 불러내서 강의하는 것이 어때?”
“오늘의 역사 현장이라…….”
“중국이 오늘날까지 해 온 하나라의 매희(夏之妺喜), 상나라의 달기(商之妲己), 주나라의 포사(周之褒姒), 춘추시대의 여희(春秋之骊姬)에 대한 역사 해석을 뒤집어서 동이의 역사로 전혀 다르게 해석하는 것이야.”
“이거 아주 거창해지는데.”
 
나는 흥미를 느끼며 말했다.
 
“중국의 고대사에서는 이들 여자들을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 하여 나라를 망하게 한 요망스러운 여자들로 매도하고 있지만, 매희, 달기, 포사, 여희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의 모국을 멸망시킨 원수 나라에게 원수를 갚았다는 주장이 가능한 역사성이 있는 여자들이야. 우리가 보면 그들이야 말로 안중근의사와 같은 분들이라 할 수 있지. 여자 안중근 의사 말이야.”
“동이족의 입장에서 그들을 그렇게 보자?”
“어떤가? 밀어 붙여 봐.”
“문제는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 역사와 논리가 필요해.” 
“말 잘 했어. 우선 매희妺姬를 보자고. 매희는 말희末姬라고도 하지. 매희는 희姬성을 가진 여자라는 뜻이야. 희성이 어떤 성인가? 풍이족에서 나온 풍風, 기己, 강姜, 희姬 등 상고시대에 생겨난 사대기성四大奇姓에 속한 하나의 성이야. 다음에 달기를 보자고. 그의 이름이 소달기蘇妲己야. 소가 어떤 성인가? 조선이 역사에 등장하기 전에 단국의 홍제가 기풍 곤오에게 사성賜姓한 성이야. 인물로는 신라를 세운 소벌도리蘇伐都利가 나왔고, 우리 후손들이 버린 유소국有蘇國을 세운 소풍蘇豊이 나왔지. 달기는 중국의 『인터넷사전』에서 기주의 제후로서 소성을 보호하는 여인(冀州侯苏护的女儿)으로 소개되고 있어. 하남성 초작시 온현 소성의 장원 출신이라 하였어. (而苏家正是出自河南省焦作市温县苏庄-今温县苏王村)기주라면 달기보다 전시대의 사람인 청구의 치우천왕과 후 시대의 사람인 백제의 온조왕과 관련이 있는 지명이야.”
 
이야기가 복잡성을 띠기 시작하였다. 다음엔 포사에 대하여 말할 차례였다. 
 
“포사는…….”
“포사에 대해선 잘 알고 있으니까 그냥 넘어가지.”
 
이명지는 포사를 건너뛰었다.                            
마지막으로 여희를 말할 차례가 되었다. 
 
“이제 여희에 대하여 말해야 하겠군. 여희는 춘추시대 사람으로 산서인山西人이야. 춘추시대 여융국驪戎國 군장의 부인이었지. 자색을 갖추었고 공격적인 사람이었어. B.C. 672년에 진헌공晋獻公에게 사로잡혀 진국晋國으로 들어왔지. 『좌전 희공4년 左传·僖公四年』에, ‘처음에, 진나라의 헌공이 여희를 부인으로 삼고자 하였다. 점을 치니 불길하다고 나왔다. 산가치를 뽑으니 길하다고 나왔다. 그래서 길하다는 점괘를 취하여 진헌공이 부인으로 삼았어.『완사기‧논협浣纱记·论侠』에,“공은 아들 셋을 두었는데, 장자는 신생, 차자는 중이, 3자는 이오였다. 여희가 헌공에게 아들들을 고자질했으나 웃어 넘겼다. 신생은 자살하였고, 중이는 나라를 꽁지 빠진 꿩이나 빈 수레처럼 만들었고, 오이는 뜻을 접고 성이나 지키는 신세가 되었다.”고 하였어. 결국 진나라가 기울어졌어. 이를 여희경진驪姬傾晋이라 하지. 여희가 진을 쓰러지게 하였다는 말이야. 내가 화이가 사대요희라고 부르는 4명의 여자들에 대하여 다 말한 셈이군. 이만하면 대통령에게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일실된 역사를 회복하자고 설득할 수 있는 자료가 되지 않겠나?”
 
“사대여희에게 맺혀진 역사의 살과 고를 풀어준다 이거지. 괜찮군.” 
“자세한 것은 역사에서 찾아봐.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다 나오니까. 그러나 역사는 해석이 중요해. 내가 해석하지 않으면 나의 역사가 될 수 없어. 좌파의 역사나 우파의 역사에 치우치지 않게 해. 그들의 줏대 없고 얄팍한 역사는 나라를 망치게 하는 역사이니까.”
“알았어. 나는 대통령에게 굿을 하여 역사에 낀 살과 고를 풀자고 말할 생각이야. 이숙 씨를 빌려준다고 했지?”
“빌려줄 테니까 가져가라고.”
 
나는 이명지와 통화를 끝냈다. 나는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서 검색을 시작하였다. 좀 더 자세한 자료를 뽑아 보아야 했던 것이다. 내게 중요한 것은 시대가 다르게 태어난 그들과 동이족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었다. 나는 그들의 역사를 찾아서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 신선추호神仙追虎 한대화상석漢代畵像石. 신선이 호랑이를 따라간다는 뜻이다. 신선과 백호는 천문에서 태양과 태백금성이다. 아침과 저녁, 하루에 두 번 태백금성이 태양을 호위한다. 신선은 감응신령으로 굿판에 오시는 단군왕검이다. 신선과 백호의 위치를 뒤바꿔 그린 이 코믹한 돌 그림에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①. 매희
 
매희는 하왕조 17대 걸왕의 왕후였는데, 걸왕이 매희의 모국인 유시씨국有施氏(yǒu shī shì)國을 쳐서 멸망시키고 포로로 잡은 유시씨국의 공주였다. 
 
매희와 동이족과의 연결고리는 그가 태어난 시국施國이라는 문자에 들어 있다. 『사해辞海』에서 주석하기를 “유희씨有喜氏라 칭하는데 옛날에 동이부락이었다고 하였다. (为古老的东夷部族) 『이아尔雅』注에서, 구이가 유희씨국의 동쪽에 있다 (九夷在东)고 하였다. 그러므로 유희씨가 동이족에 속한 한 부락이었다 (故有施氏为东夷各部族之一)고 하였던 것이다. 유시씨국은 부족형제(部族形制)를 운영하였다. 필자는 매희가 동이족과 내통하여 하를 멸망시키는데 크게 기여한 것이 틀림이 없다고 본다. 
 
매희를 화이의 기록은“눈썹과 눈이 맑고 (眉目清兮), 무지개색의 색동옷을 입고(妆霓彩衣), 간드러지게 흔들리듯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袅娜飞兮) 환하고 밝은 비가 안개처럼 내리는 것과 같다. (晶莹雨露) 지혜로운 사람이다. (人之怜兮)”라 하였다. 
 
그가 간첩활동을 하는 데 도움이 된 것이 그가 타고난 미모였다. 매희가 당시에 시국왕이 하국에 보낸 제일의 헌상물(献物), 제일의 음탕한 여자(淫妇), 제일의 허물이 없는 여자(无辜)였다고 하였다. 
 
매희에게서 주지육림酒池肉林(술로 못을 채우고 고기로 숲을 이룬다는 뜻)이라는 말이 나왔다. 하나라의 걸왕桀王이 주지육림에 빠져 나라가 망하였음을 두고 한 말이다. 매희는 인류 최초로 여간첩이 된 여자였다. 그를 중국 제1의 여간첩이라고 한 점으로 보아서 동이족이 하에 파견한 여간첩으로 볼 수 있다. 그의 이러한 장점이 달기, 포사, 여희와 함께 중국 사대요희四大妖姬로 칭하게 하였다. (출전『史記』帝王世紀 十八史略) 
 
②. 달기
 
달기가 동이족이라는 근거는 그의 족성이 소성蘇姓이라는 데에 있다. 그는 유소씨국有蘇氏國(今河南温县-온조왕의 고향) 출신이었다. 유소국은 단국檀國의 홍제洪帝(단군왕검의 부친)로부터 소성蘇姓을 사성賜姓하고 본성本姓인 기성己姓을 버리고 유소국을 세운 곤오昆吾(昆吾姓己名樊)의 나라였다. 곤오가 누구인가? 중원에 곤오라는 지명을 남겼고, 곤오의 후손인 웅역이 초나라를 세웠다. 그의 후손 소벌도리蘇伐都利가 박혁거세를 내세워 신라를 세웠다. 그가 발명한 청동기 곤오구정昆吾九鼎과 곤오검昆吾劍이 지금도 중국에 전해 오고 있다. 곤오가 세운 유소국을 멸망시킨 사람이 은나라의 마지막 왕인 제28대 주왕紂王이었다. 달기는 주왕의 포로가 되어 타고난 미모 덕에 주왕의 총애를 받게 되었다.
 
죽서기년『竹書紀年』 제분帝芬 33년에 곤오의 아들을 유소국에 봉했다는 기록이 나오는데, 유소국이 단국에 속했던 나라이므로 제분이 곤오의 아들을 유소국에 임명하였다는 것은 단국에 속한 유소국에 임명하였다는 뜻이므로 허위로 기록한 역사라 볼 수 있다. 단국의 제3대 제帝인 마지막 제가 단군왕검이었고, 단군왕검이 부父 홍제洪帝가 붕어하자 단국의 국호를 배달나라로 고쳤다가 B.C. 2333년에 조선으로 고치고 단군왕검으로 칭하게 되었다.  
 
달기의 아름다움을 봄비 맞은 배꽃과 같다고 하였다. 달기妲己의 달妲은 우리말의 달이라는 말이다. 기己는 아버지의 성이 기성이라는 말이고, 또한 부계씨칭父系氏稱이 기씨라는 말이다. 달기의 모계족성母系族姓이 소성이었다. 그러니까 달기가 풍이족의 후손이 틀림없다고 보아야 한다. (集解皇甫谧曰:“有苏氏美女。”索隐国语有苏氏女,妲字己姓也。)
 
달기의 자색에 빠져버린 은나라의 주왕은 넋을 잃고 말았다. 그래서 달기가 요구하는 대로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달기가 관능적인 음악을 만들어 달라고 청하자 궁중 악사에게 시켜서 미미지악美美之樂이라는 음악을 만들어 연주하게 하였다. 달기는 관능적인 음악과 춤으로 주왕을 환락에 빠뜨렸다. 잔치가 시작되면 120일을 쉬지 않고 먹고 마시며 남녀가 벌거벗고 쫓고 잡으며 환락에 빠졌는데 이를 장야지음長夜之飮이라 하였다. 달기는 넓이가 1리里, 높이가 1천 척尺이나 되는 녹대鹿臺라 불리는 금고를 만들어 백성을 수탈하여 금고에 채워 하나라를 피폐疲弊하게 만들었다. 주왕은 간언하는 신하를 죽이려고 화포락지형火包烙之刑이라는 형벌을 만들어 시행하였다.  화포락지형이란 화포를 만들어 숯불로 달군 다음에 그 위를 걸어가게 하는데 밑으로 떨어지면 불에 타죽게 하는 형벌이었다. 이외에도 소금에 절이는 형벌 등 여러 형벌을 가했다. 
 
주나라의 무왕이 쳐들어오자 주왕은 녹대에 들어가 스스로 불을 지르고 타죽었다. 달기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는데, 망나니들이 달기의 미모에 홀려 팔이 마비되어 칼을 들어 올리지 못하였다. 나이 90먹은 노인이 달기의 얼굴을 보자기로 가린 후에 목을 베었다.”
 
후세의 시인이 달기의 죽음을 애석하게 여겨 시를 지어 남겼다. 
 
얼마나 가련한 아름다움이었으면 
형장의 망나니가 눈물을 뿌렸을까  
복숭아꽃이 이에 비교될까  
작약 꽃이 아름다움을 견줄 수 있을까  
옛날 그녀가 덮었던 이부자리엔  
아직도 그녀의 향기가 맴 도는데  
이제는 그녀의 아리따운 몸매가 간 곳 없으니  
슬프다 미인이여, 이 한 어찌 풀려나!  
기가묘무(奇歌妙舞) 어디 가고 비구름만 맴도는가!  
 
③. 포사
 
포사는 용으로 변한 포국왕의 거품에서 태어난 여자였다. 그의 어머니는 15세의 왕족이거나 궁녀였고 그는 태어나자 버림받은 바리공주였다. 강물에 떠내려가는 그를 산상에서 기초를 뽑아 활을 만들어 파는 사내가 건져 사성을 가진 지인에게 맡기어 양육되었다. 주나라의 유왕이 포국에 쳐들어오자 포국왕은 포국 제일의 미녀 포사를 바쳐 위기를 모면하였다. 
 
남의 손에 키워진 포사는 유왕 앞에서 전혀 웃지 않았다. 포사에게 마음을 빼앗긴 유왕은 포사를 웃게 하려고 별별 방법을 다 강구해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비단을 찢는 소리를 들으면 웃을 수 있겠다고 하여 주나라에 있는 거의 모든 비단을 다 가져다 찢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유왕 7년에 정무를 담당한 괵석보虢石父가 여산에 놀러가서 봉화를 올리면 왕비가 웃지 않겠느냐고 건의하였다. 여산에서 봉화가 올랐고 나라에서 소동이 일어났다, 외적이 침입한 줄 알고 제후들이 병력을 이끌고 호경으로 들어왔으나 군대가 소란을 떨며 우왕좌왕했을 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포사는 그때 웃었다. 다음에도 포사를 웃게 하려고 유왕이 봉화를 올리게 하였으나 제후가 이끌고 온 군대가 우왕좌왕하였을 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때 포사가 웃었다. 
 
B.C. 771년에 신후, 서이, 견웅의 연합군이 호경으로 쳐들어왔을 때 봉화를 본 제후들은 아무도 유왕을 구하러 오지 않았다. 유왕은 자결하였고, 포사는 사로잡혀 견융왕의 부인이 되었으나 얼마 가지 않아 도망쳐서 자결하였다. 이리하여 서주西周가 멸망하였다. 견융국은 제곡고신의 나라의 방계 국가이다. 황제 후손의 나라임으로 화이라 볼 수 있다. 화이는 동이의 적이었다.
 
④. 여희
 
여희는 언제 태어났는지 알 수 없는데, B.C.650년에 죽었다. 그는 춘추시대에 여융국(今陕西省临潼县)임금의 장녀로 태어났는데 용모가 아름답고 계략에 능했다. 
 
B.C. 663년(진헌공 15년)에 진국이 여융을 공격하였다. 여융이 패하자 여융의 왕이 화해를 요청하고자 친족의 여자와 장녀 여희를 진국에 보냈다. 여희가 아들 해제와 탁자와 차녀 소희를 낳았다. 
 
진헌공은 여희의 미색을 취하여 오로지 여희만을 총애하였다. 여희는 간교하여 속이기를 잘했다. 헌공에게 아첨하였으나 헌공은 지혜롭다고 여겼다. 여희는 널리 신임을 얻어 정사에도 참여하였다. 헌공은 여희를 부인으로 삼았고 소희를 차비에 봉했다. 여희는 한발 더 나아가서 전실에게서 태어난 태자 신생을 폐할 생각을 하였다. 
 
그는 계략을 써서 헌공과 세 아들의 사이를 이간질하여 부자와 형제지간에 감정을 상하게 하였다. 계략으로 태자 신생을 죽이고 자기가 낳은 아들 해제를 태자로 세웠다. B.C. 652년 (진헌공26년), 헌공이 죽자 해제가 헌공의 뒤를 이었다. 진의 대부 이극 등이 죽임을 당했다. 공자 이오를 혜공으로 세웠다. B.C. 650년 여희가 폐위시킨 태자 신생의 죄를 거짓으로 폭로하여 죽였다. 
 
나는 이들 자료에 결론을 내렸다. 어찌 포사의 저주만 있겠는가? 매희의 저주도 있고, 달기의 저주도 있고, 여희의 저주도 있다. 그들에게서 저주를 풀어내지 못하면 동이의 후예인 이 나라가 다만 역사에 무지하고 역사 공부에 게을러서 당하게 될 저주를 어떻게 피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문득 나의 몸에 백양보의 쿼크가 붙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백양보는 10년 안에 서주가 망할 것을 내다보고 나라에서 음양의 차서가 무너졌으니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지금 이 나라에 두 마리의 사악한 뱀이 있다. 한 마리는 붉은 뱀이고 다른 한 마리는 푸른 뱀이다.  이 뱀들을 잡지 못하면 뱀들의 농간에 나라가 망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역사의 살과 고를 풀고 뱀들을 소탕해야 한다. (계속)
 
 
▲ 소설가 노중평
1985년 한국문인협회 ‘월간문학’에 단편소설 <정선아리랑>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천지신명>, <사라진 역사 1만년>, <마고의 세계> 등 30여 권을 저술했다. 국가로부터 옥조근정훈장, 근정포장, 대통령 표창장 등을 받았다. 현재 한국문인협회원, 한민족단체연합 공동고문, 한민족원로회원으로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