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천시청에 부천시 역사문화 업데이트 계획을 제출한 이후에, 별도로 부천을 동서로 관통하는 경인京仁 구도로의 취약지점에 귀문관鬼門關을 지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거탑에 요청하였다. 성주산 입구 삼거리를 방비하지 않으면 잡귀들이 넘나들어 성주산 보호에 지장이 있기 때문이었다. 귀문관은 귀신의 출입을 저지할 수 있는 관문關門(국경이나 요새에 있는 성문)을 뜻한다. 

거탑의 관리 책임자가 나를 거탑에 불러들였다. 그는 거탑의 관리뿐만 아니라 신도시의 건설 등에도 책임을 지고 있었다. 거탑은 나의 요청을 들어주었다. 영계인들이 와우고개 삼거리에 와서 공사에 착수하였다. 비노출 공사였다. 한 베어 대표는 귀문관 공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회원들을 배치하여 지키도록 하였다. 귀문관이 완성되자 이곳이 영계와 비영계를 가르는 경계가 되었다. 
▲ 와우고개 입구에 평소에 눈에 보이지 않았던 귀문관이 섰고, 귀문관을 들어서면 각양각색의 도깨비와 귀신들이 보였다. 지금으로부터 6천 년 전에, 도깨비는 치우천왕의 군사였고 귀신은 황제의 군사였다. 군이라는 말이 황제가 치우천왕과 싸우기 위하여 지남거指南車를 발명하면서 생겼다.
 
“아무나 다 영계 터미널로 보내서는 아니 된다. 출입을 통제할 경비대가 필요하다.”
 
감응신령이 말하였다.
 
“이번에 미래에 쓸 군대를 만들어 두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내가 감응신령에게 건의했다.
 
“좋은 생각이야. 병력은 얼마나 필요하냐?”
“1백만 명이 적정하겠습니다.”
“백만 대군이라……. 백만 대군을 무엇에 쓰려고?”
“쓸 데는 얼마든지 있을 것입니다.”
“좋다. 1백만 대군을 거느리려면 거탑으로부터 행정적인, 물자적인, 기술적인 지원을 받아야 할 것이다. 지구지원본부를 찾아가라.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감응신령은 나를 감응신령의 대사로 임명하여 영계 터미널에 파견하였다. 영계 터미널은 지구보다도 더 복잡한 구조로 모든 시스템이 짜여 있었다. 그러나 지구처럼 교활한 인간들이 점령한 기구는 없는 것으로 보였다.
 
나는 행성지원본부를 찾아갔다. 그곳은 지구만을 지원하는 곳이 아니라 인간이 사는 모든 별을 다 지원하는 곳이었다. 그곳에 인간 형상처럼 생긴 것은 없었다. 우주인처럼 생긴 것도 없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들이 일하고 있었다. 다양한 에너지들이 교류하고 교감하며 일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어떤 에너지에게 말을 걸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망설여야 하였다. 
 
한 에너지가 내게 파장을 보내왔다. 형체가 없는 파장이었다. 
 
“명상을 잘하는군. 누구에게 명상을 배웠는가?”
“독학입니다.”
“독학이라……. 독학으로 여기까지 오다니……. 놀랍군.”
“도움이 필요합니다.”
 
나는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을 말하였다. 그 목적을 달성하려면 영계 터미널의 고위층을 찾아가야 하였다. 형체가 없는 에너지는 나를 한 건물로 안내하였다. 그 건물은 비노출 형태의 건물이었다. 입구에 앉아 있는 영계인이 나를 훑어보았다. 
 
“지구인이 무슨 이유로 이곳에 온 것이요?”
“최고 책임자를 만나러 왔습니다.”
“영계인 대통령을 만나러 온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그는 나를 영계인 대통령 앞으로 안내하였다. 영계인 대통령도 에너지 형태로 집무를 보고 있었다. 형상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형태라 할 수 있었다. 그는 현무 영계 터미널의 대표라 천제라 불렀다. 
 
“감응신령이 보내서 왔습니다.”
 
나는 당황스럽지만 인사하였다.
 
“나를 만나려면 에너지 형태로 와야지.”
 
영계인 대통령이 나를 꾸짖었다. 그러나 나는 에너지로 변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었다.  
 
“방법을 가르쳐 주시면 에너지 상태로 변하겠습니다.”
“되었다.”
 
영계인 대통령이 나를 받아들였다. 방 한쪽 벽에 스크린이 있었다. 그가 스크린을 작동시키니 귀문관과 성주산 일대가 일목요연一目瞭然하게 나타났다. 사람, 차, 도깨비와 귀신, 심지어 개와 고양이의 움직임이 선명하게 보였다.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어?”
 
영계인 대통령이 물었다.
 
“백만 대군의 유령군대를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러 왔습니다.”
“백만 대군의 유령군대라……. 유령에 대하여 설명하라.”
“도깨비와 귀신입니다.”
 
영계인 대통령은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1백만 명이면 충분한가?”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 정도만 있으면 외적의 침입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알았다. 도깨비와 귀신을 성주산으로 보낼 것이니 그대들이 군으로 선발하여 쓰도록 하라.”
 
영계인 대통령이 내게 캡슐을 하나 주었다. 
 
“이 안에 1백만 개의 쿼크가 들어 있다. 도깨비와 귀신 쿼크인 만큼 군대로 선발되는 도깨비와 귀신에게 나누어 주어 쿼크가 있는 도깨비와 귀신이 되게 하라. 잘 다루지 않으면 통제가 불가능해 질 것이다.”
 
나는 캡슐을 받아 귀문관으로 돌아왔다. 눈을 떠보니 내가 귀문관의 다락방에 앉아 있었고, 영계인 대통령이 준 캡슐이 내 손 안에 있었다. 나는 산신각으로 가서 캡슐을 감응신령 앞에 내놓았다. 100만 개의 쿼크가 캡슐 안에서 빛을 내고 있었다. 
나는 감응신령의 이름으로 귀문관의 홍예문 곁에 방을 붙였다. 도깨비와 귀신들이 귀문관을 출입함으로 그곳에 방을 붙였던 것이다.   
 
“방! 
 
유령부대를 창설할 것이니 뜻이 있는 자들은 응모하여 심사를 받으라. 
 
응시 자격은 다음과 같다.
   1. 치우천왕이 창설한 도깨비부대 출신의 도깨비
   2. 황제가 창설한 귀신부대 출신의 귀신 
유령군대에 선발되는 자는 허락을 받아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 수 있다. 
쿼크는 홀로그램으로 변할 수 있다. 
심사에 합격한 자에겐 쿼크를 지급한다.
도깨비에게는 도깨비 방망이를 지급한다. 
귀신에게는 검을 지급한다.
응모기간은 금일부터 앞으로 1주일 사이이다.   
감응신령 성주산 산신
 
방을 붙이자 즉각 반응이 오기 시작하였다. 허공과 사해를 떠돌던 도깨비와 귀신이 몰려들었다. 왜귀倭鬼들이 와서 선발에 응시하고자 하였지만 자격미달로 돌려보냈다. 응시자들이 치러야 할 시험문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탁록의 역사를 구연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전투실기를 실현하는 것이었다. 
 
지금으로부터 6천 년 전에 도깨비와 귀신은 판천阪泉과 탁록涿鹿에서 씨를 말릴 정도로 피 터지게 싸웠다. 그 결과 도깨비들이 거의 전멸하였고, 귀신이 이겼다. 20세기에 들어서서 도개비와 귀신은 국군과 중공군이 되어 싸웠다. 그러나 지금은 적대감을 버리고 선린관계를 유지하며 살고자 할 만큼 세상이 많이 변하였다.
 
“도깨비! 귀신과 싸울 생각이 있는가?”
 
나는 면접시험에서 도깨비에게 이 질문을 하였다.
 
“싸울 의사가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자를 1차 시험에서 합격시켰다.  
 
“귀신! 도깨비와 싸울 의사가 있는가?”
 
나는 귀신에게도 도깨비에게 했던 같은 질문을 하였다.
 
“싸울 의사가 없습니다.”
 
▲ (왼편)지도는 왼쪽 위가 황제부락, 왼쪽 아래가 염제부락, 오른쪽이 치우부락. (가운데) 치우석상화. (오른쪽) 치우와 황제의 전쟁. 한대석상화漢代石像畵.
이렇게 말하는 자를 1차 시험에서 합격시켰다. 싸우지 않겠다는 자들이 많이 나왔다. 그렇다니 다행이었다. 나는 도깨비와 귀신의 전쟁인 탁록대전涿鹿大戰을 기억하고 있는가를 질문하여 대답하도록 하였다. 당시에 그가 맡은 직책이 무엇이었는지, 어떤 전투에 참가하였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실기는 그가 터득하고 있는 전술과 전투역량을 확인하였다. 말단 병졸에서부터 최고 사령관에 이르기까지 많은 도깨비와 귀신이 응모하여 구술시험을 치르고 실기를 보여주었다. 
 
기마무사 출신들이 와서 자기가 탔던 말의 쿼크를 홀로그램으로 만들어 주면 말을 타고 복무하겠으니 말의 쿼크를 복원시켜 달라고 청원하였다. 감응신령은 영계 터미널을 운영하는 청제靑帝에게 건의하여 그들의 탔던 전마戰馬의 쿼크들을 홀로그램으로 형상화 하여 보내게 하였다. 말들이 나타나자 마병馬兵들이 말을 타고 실전을 방불케 하는 전술전기戰術戰技를 보여주었다. 감응신령은 백만대군百萬大軍을 만들어 내였다.  드디어 50:50의 비율로 도깨비부대와 귀신부대가 편성되었다. 부대를 편성하자 쿼크를 지급하였고, 무기도 지급하였다.   
 
감응신령과 나는 도깨비부대와 귀신부대를 선발해 놓고 도깨비부대를 지휘했던 치우천왕과 귀신부대를 지휘했던 황제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두 분은 나타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나는 도깨비들에게서 장수들을 선발하였다. 10명, 100명, 1,000명, 10,000명, 100,000명, 1,000,000명에 1명 단위로 1명의 지휘자를 두었다. 그들이 10부장, 100부장, 1,000부장, 10,000부장, 100,000부장, 1,000,000부장이었다. 그 외에 각 부대에 그 부대가 수행해야 할 임무를 부여하였고, 지원부대도 충분히 두었다. 마지막으로 1,000명의 감응신령 경호부대를 편성하였다. 그래서 산신각은 24시간 경호체제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귀문관을 지키는 수비군을 도깨비군 200명, 귀신군 200명을 뽑아 모두 400명으로 하루에 1백 명씩 교대로 수비하게 하였다. 1일은 100명이 수비하고, 다음날은 쉬고, 남은 2개 부대로 대기와 교육을 하게 하였다. 그러므로 언제나 100명은 출동대기 상태에 있었고 100명은 교육 중에 있었다. 잡귀들이 성주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귀문관을 지키는 일이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귀문관이 없는 지역도 동서남북 4개의 지역으로 나누고 각 지역에 출입구를 정하여 각각 400명으로 지키게 하였다. 그러므로 1,600명이 성주산을 지키는 셈이 되었다. 
 
성주산의 정상에는 부대본부를 설치하였고, 부대본부 주변에도 400명의 병력이 다른 곳과 같은 요령으로 지키게 하였다. 
 
우리는 성주산 주둔군 창설식을 했다. 각도에 행정구역 단위 별로 주둔군을 배치하였다. 성주산을 경계로 하여 북쪽에 귀신부대를 배치하였고, 남쪽에 도깨비부대를 배치하였다. 이만하면 이 나라를 잡귀의 침임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음사에 가자.”
 
귀문관에서 잡귀의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한 지 10일이 지나서 감응신령이 내게 말하였다. 관음사에 가려면 성주산 밑으로 내려가 여우고개로 들어서야 하였다. 여우고개에서 멀지 않은 곳에 관음사가 있었다. 우리는 도보로 관음사로 출발하였다. 1,000명의 경호부대가 감응신령을 호위하였다. 1/10은 기마부대였다. 사람들은 홀로그램이 되어 움직이는 이들 부대를 보지 못하였다. 
▲ 마고헌수麻姑獻壽가 거행될 관음전觀音殿. 산신각을 출발한 산신 동자 동녀가 관음전에 도착하여 마고헌수의식을 거행하게 될 것이다.
 
“포럼은 언제 한다고 했지?”
 
감응신령이 갑자기 내게 물었다. 
 
“다음 주 수요일입니다.”
 
포럼 할 날짜를 꼽아 보니 딱 1주일 남았다.
 
“포럼 준비는 다 되었는가?”
“풀리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그대와 나는 절대파장으로 소통하고 있어. 그대가 느끼는 절대파장에 대하여 이야기해. 주파수 안에 살고 있는 신들에 대하여 이야기하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돌아보는 관음사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
 
관음사라면 음을 보는 절이라는 말이다. 음은 소리이다. 소리를 보는 절이 관음사라는 뜻이다. 소리는 주파수이다. 도대체 절에서 무슨 주파수를 본다는 것인가? 세상 돌아가는 주파수? 정보기관이 아닌 절에서 세상 돌아가는 주파수를 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가서 보니 저승과 이승의 접촉지점에 절이 있었다. 절은 규모가 자그마하였고, 분위기가 소박하였다. 절은 본전, 요사채, 산신각 3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었다. 경호대장이 병력을 배치하였다. 기마대가 말을 타고 주변을 순찰하였다. 
 
“주변을 잘 살펴봐. 언제 비가 쏟아지고 임산부가 나타날지 모르니까.”
 
감응신령이 말하였다. 불단에는 관세음보살이 여러 동자승, 그 외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승들과 함께 있었다. 거미가 천정에서 줄을 타고 내려와 관음상의 발가락을 물고 있었다. 관음상의 발 앞에 작爵이 하나 놓여 있었다. 
 
“작이 수상하다. 왜귀의 냄새가 나. 냄새를 맡아 보라.”
 
감응신령이 경호부대장에게 지시하였다. 경호부대장이 작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냄새를 맡아 보았다.
 
“왜귀가 인사동에서 사다 놓은 모조품입니다.”
 
경호부대장이 보고하였다. 
 
“주지승을 심문해야 하겠다. 주지승을 불러오라.”
 
감응신령이 내게 지시하였다. 나는 요사채로 갔다. 요사채의 문이 닫혀 있었다. 한 사람의 신발이 섬돌에 놓여 있었다. 
 
“스님 계십니까?”
 
내가 주지승을 불렀다. 요사채에서 여승이 나왔다. 가냘프게 보이는 여승이었다. 늙어 보이지 않았다.
 
“관음사의 주지 스님이 영험하시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이 절에 점쟁이는 없습니다.”
“저는 점을 치러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시다면 환영합니다.”
“관음보살님이 계신 본전으로 갔으면 합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주지승은 나를 본전으로 데리고 갔다. 감응신령이 본전 앞에서 여승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승이 감응신령을 보고 인사하였다. 여승이 감응신령을 알고 있었다.
 
“불상 앞에 작을 갖다 놓은 자가 누구냐?”
 
감응신령이 물었다.
 
“일본인 관광객이라 합니다.”
 
주지승이 대답하였다.
 
“그자의 신상파기身上把記를 말하라.”
“동경에서 왔다고 합니다. 신라호텔에서 묵는다고 했습니다. 2번을 다녀갔습니다.”
“신라호텔에서 왔다고?”
“그렇습니다.”
“왜귀倭鬼가 틀림이 없을 것이다.”
“작을 치우셔야 합니다. 이곳에 놓아두면 화를 불러올 것입니다.”
 
내가 말하였다. 주지승이 나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치우겠습니다.”
“경호부대를 활성화시켜 주지에게 보여주라.”
 
감응신령이 내게 명령하였다. 나는 명령하여 비노출 부대를 노출 부대로 만들었다. 갑자기 도깨비와 귀신의 경호부대가 나타나자 주지승이 정신을 잃어 내가 부추겨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주지승을 요사채에 뉘어 주었다. 
 
“나는 먼저 가겠다. 조치할 일을 찾아보라.”
 
감응신령이 내게 명령을 내리고 관음사를 떠났다. 나는 관음사를 관할지로 두고 있는 400명의 부대장을 불렀다. 부대장이 나타났다.
 
“관음사를 3중 경호선을 만들어 지키도록 하시오. 특히 삼신각을 중점적으로 지켜야 합니다. 부천에 홍수가 날 때 여우고개길이 강물처럼 불어날 것입니다. 그때 임산부가 관음사 앞에서 발견되면 요사채로 데리고 와서 주지승에게 인계하시오. 주지승이 알아서 조치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400명의 부대장은 즉각 경호를 강화하였다. 주지승이 깨어났다.  
 
“천군을 체험했으니 앞으로 기절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심지가 약해서…….”
 
나는 400명 부대장에게 한 말을 주지승에게도 해 주었다. 그리고 관음사를 떠났다. 나는 성주산 정상에 있는 방어부대 본부로 갔다. 도깨비와 귀신들이 철저하게 지키고 있었다. 부대 안에는 내가 사용하는 공간이 있었다. 
 
“그대는 한국 땅에 들어와 있는 왜귀들을 찾아보아라.”
 
감응신령이 내게 지시하였다. 내가 핸드폰을 열어 왜귀를 검색하니 다음과 같은 자료가 나왔다. 
 
 - 박문사는 안중근 장군이 쏜 총에 맞아 죽은 일본 총독 이등박문伊藤博文의 위패를 모시는 절이다. 이 절은 을미사변과 임오군란 때 순국한 충절들의 위패를 모시고 1년에 2회 제사 지내던 장충단을 헐고 지었다.
 
이게 뭐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문사에서 왜귀를 관음사에 보냈습니다.”
 
누군가 내게 말한다. 그러나 둘러보아도 그 말을 한 사람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대비책을 세워야 합니다.”
 
또 누군가 신분을 밝히지 않고 숨어서 말하였다. 유령부대에 비상근무를 명령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번자들을 빼고 대기자와 교육자들이 보강배치가 되었다. 즉각 감응신령이 나타났다.
 
“관음보살 쿼크를 부르라.”
 
감응신령이 내게 명령했다.
 
“관음보살 쿼크는 나오시오.”
 
나는 크게 외쳤다. 관음보살 쿼크의 작은 빛 알갱이가 관음보살상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대가 지금 낮잠이나 자고 있을 때가 아니다.”
 
감응신령이 관음보살 쿼크를 책망하였다. 
 
“제가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하늘에서 생명나무가지가 내려와 땅의 생명나무가지에 닿는 때가 언제인지 알아내라.”
“땅의 생명나무가 어디에 있습니까?”
“하늘에서 생명나무가 내려와야 알 수 있다.”
▲ 하늘의 생명나무인 낙뢰. 하늘의 파장과 땅의 파장이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하여 요동친다.
 
나의 손에서 청동팔주령이 감응하고 있었다. 누군가 성주산에 
온다는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신각을 보자.”
 
다행스럽게도 주지승이 요사채 밖에 나와 있었다. 그가 산신각으로 왔다. 경호부대가 노출 상태로 있었다. 
 
“잘 보아 두게. 장차 관음사의 산신각에서 도부신인이 태어날 것이다.”
 
나는 예쁘게 생긴 동녀가 들고 있는 복숭아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아기의 숨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도자기로 만든 복숭아일 뿐이었다.  
 
“언제 태어날까요?”
“육궁六宮의 저주와 원한이 풀려야 태어날 거야.” 
 
나는 생명나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기 위하여 경내를 돌아보았다. 어느 나무가 생명나무인지 알 수 없었다. 아마 생명나무가 다른 데 있을지 모른다.
 
“육궁을 만나야 할 시기가 임박했다. 깨어 있어야 해.”
 
육궁을 만나야 한다니 당면한 과제가 하나 생긴 것이다. 
 
“돌아가겠습니다. 가끔 들르겠습니다.”
 
나는 주지승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관음사를 나왔다.
  
“관세음보살이 하는 일은 새로운 율려를 귀로 들어 입으로 세상에 알리는 일이야.”
▲ 산신각마다 동녀가 들고 서있는 복숭아. 마고헌수麻姑獻壽를 위하여 복숭아를 들고 있다. 마고가 점지하면 복숭아에서 도부신인桃符神人이 태어난다.
 
감응신령이 말하였다.
 
“새로운 율려란 무엇입니까?” 
“마고대신이 점지하여 태어나는 아기의 울음소리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마고대신의 메시지였다. 나는 400명의 부대장을 호출하였다. 쇠머리 형상의 투구를 쓴 도깨비 대장이 나타났다.  
 
“도깨비 대장, 동녀를 지켜라. 동쪽을 주시하라.”
 
▲ 관음상. 관음상은 소리를 관하는 분이다.
모모타로(도태랑桃太郞) 사무라이들이 출동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아사가와로  떠내려 온 복숭아에서 태어난 모모타로의 후손들이었다. 명치유신 때, 한반도에 제일 먼저 출동한 부대가 저들이었다. 그들은 조선의 어리석은 대신들을 협박하여 한반도를 먹어치우자 인천의 턱밑인 도원에서부터 서울의 턱밑인 부천까지 대규모로 복숭아밭을 만들어 수밀도水蜜桃라 불리는 복숭아를 생산하여 일본으로 실어갔다. 곧 증원부대가 산신각 주변에 배치되었다. (계속)
 
▲ 소설가 노중평
 
1985년 한국문인협회 ‘월간문학’에 단편소설 <정선아리랑>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천지신명>, <사라진 역사 1만년>, <마고의 세계> 등 30여 권을 저술했다. 국가로부터 옥조근정훈장, 근정포장, 대통령 표창장 등을 받았다. 현재 한국문인협회원, 한민족단체연합 공동고문, 한민족원로회원으로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