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전주박물관을 방문했습니다. 고대 전시실을 봤는데 고조선이라는 세 글자는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09년에 고조선실을 개관했습니다. (그런데) 전주박물관은 기원전 10세기 청동기시대라며 돌도끼를 들고 있는 인형을 소개하고 있더군요. 그것을 본 초등학생은 우리 조상이 원시인처럼 생활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김지성 나라사랑연구소장(44세, 사진)은 지난 5일 코리안스피릿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소장은 당시 박물관 측 학예연구사를 만나서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의 얘기로는 “전주에는 고조선을 나타내는 고고학 유물이 발견되지 않아서 그렇다”라는 답을 들었다.

그는 국립중앙박물관 고조선실 전시된 '전북 장수군 남양리 유물, 전주장동에서 발굴된 유물' 등을 보여줬다.

▲ 김지성 나라사랑연구소장

김 소장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발벗고 나섰다. 첫 번째로 한 것은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신문고 전자민원을 제기했다. 그동안 알고 지낸 지인들과도 상황을 공유했다. 20여 명 이상이 동참했다.

“며칠 후에 국민신문고 답변이 왔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습니다. 확인해보니 ‘고조선에 대한 연구를 해서 검토해보겠다’는 두루뭉술한 답변이었습니다. 그래서 민원 처리 만족도에 매우 불만족을 선택하고 '이미 인정된 고조선 연구를 또 연구하여 검토해보겠다고 하는 것은 너무 미온적인 것이 아니냐?' 라고 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4일 후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국립전주박물관 담당자와 협의하여 고조선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 합의했고, 고조선 부분을 부각해 개편하겠다는 답변이었습니다.”

김 소장은 멈추지 않았다. 2월에는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했다. 김영나 관장을 만나려고 했지만, 출장 가서 없다고 하여 대신 송의정 고고학부장을 만났다.

"기원전 2500년 전 이집트가 피라미드를 만들고 있을 때 우리는 기원전 1000년경 돌도끼를 들고 짐승이나 잡아먹는 미개민족이었냐고 하니깐 웃더라고요. 박물관도 고조선실을 만들었으니깐 반론의 여지가 없는 거죠."

송 부장은 지역 박물관이 그러한 실정이었다는 것을 미처 챙기지 못했다며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다시 김윤덕 국회의원(민주통합당, 전주완산갑)의 전주사무실을 찾았다. 김 의원은 본인은 바쁘다며 보좌관을 통해 이야기하라며 가버렸다. 그는 여차하면 1인 시위를 하겠다는 심정이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보좌관은 전주박물관으로 협조를 요청했다.

“박물관 측에서 당장은 어렵고 상반기 중으로 고조선 설명판이라도 새롭게 설치하겠다고 하더군요. 3개월 정도 남은 것 같습니다.”

그는 성공의 비결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에서 찾았다.

“요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소통하는 것이 대세잖습니까? 그러나 간절함에 대한 호소는 SNS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저는 편지도 컴퓨터로 쓰지 않고 직접 수기로 작성해서 우표로 발송했습니다. 이메일을 주고받는 것에 익숙한 공무원들도 직접 찾아가서 이야기하는 제 방식에 마음을 움직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고조선을 비롯해 우리 역사를 지키는 데 포기할 줄 모르는 열정가다. 2004년부터 국학활동을 시작했다. 2005년 11월에는 국학운동시민연합 등 5개 시민단체가 펼친 전국 10개 국공립 박물관 연표에 고조선 누락을 시정하는 활동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2009년 경찰 공무원을 그만두고 현재 자영업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얼사랑회 총무를 맡으면서 역사 강의도 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박물관이 고조선으로 바뀌면 국립전주박물관에 민족혼이 깨어났다고 신문 기고를 할 생각이다”라며 “박물관이 바뀌면 교육계도 바뀌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학교 로비에서 고조선 전시회를 열면 우리 아이들이 고조선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겠습니까?”라며 김 소장은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