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돌은 청동기 시대 지배자의 무덤이었다고 배웠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고 한다.  과연 고인돌은 누구의 무덤일까.

하문식 세종대 교수는 고인돌을 강력한 지배자의 무덤으로만 보는 기존 학설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교수는 12일 서울시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협에서 열린 국학원 국민강좌에 초청되어 "고인돌왕국 고조선"이라는 주제 강연에서 이같은 주장을 했다. 

▲ 국학원 국민강좌에서 강연중인 하문식 세종대 교수.

지금까지 역사 교과서에서는 고인돌은 청동기 시대에 만들었고  이는 강력한 힘을 가진 지배자의 무덤이라고 가르쳐왔다.

하지만 하 교수는 그렇게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는 "지금까지 사라진 고인돌을 포함해 한반도에 6만여기가 있었다"며 "그 모든 고인돌을 지배자의 무덤으로 본다면 당시 백성이 과연 얼마나 많이 있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하 교수는 "고인돌을 발굴해 보면 비파형동검이나 청동도끼가 나오면 누가 봐도 지배자의 무덤이다. 하지만  95~98%가 토기 조각이나 석기 깨진 것 한두 점이 나올 뿐인데  어떻게 그것을 지배자의 무덤으로 볼 수 있느냐?"고 했다. 고인돌은 '지배자만의 무덤'이 아닌 '지배자와 당시 사람들의 무덤'이다는 게 하 교수의 주장이다.

고인돌은 큰 돌을 고이고 있다는 뜻이다. 괸돌, 탱석(撐石), 지석묘(支石墓), 돌멘(Dolmen)이라고도 한다.  일본에서는 지석묘라 부르는데 '굄돌이 있는 무덤'이란 의미이다. 중국에서는 석붕(石棚)이나 대석개묘(大石蓋墓)라고 부른다. '석붕'은 '돌로 만든 막'이라는 뜻으로 판자돌로 만든 돌방이 지상에 있는 탁자식 고인돌이다. '대석개묘'는 커다란 돌이 지상에 있는 '큰 돌로 무덤방을 덮은 것'이란 뜻이다.

하 교수는 "고인돌의 형식은 탁자식, 바둑판식, 개석식(덮개 돌이 있는 고인돌)이 있으며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고인돌이 개석식이다"이라고 말했다.

▲ 탁자식 고인돌(자료=하문식 교수)

▲ 바둑판식(기반식) 고인돌(자료=하문식 교수)

▲ 개석식 고인돌(자료=하문식 교수)

고인돌의 분포 지역으로는 한반도를 비롯한 중국 동북지역인 요령성과 길림성, 산동성과 절강성, 일본 큐슈지역 등 동북아시아를 비롯해 유럽, 아프리카, 지중해 연안 등 아메리카 대륙을 제외한 전 세계에 분포한다. 그 중 고조선지역과 한반도의 남부지역에  밀집되어 분포를 한다. 

▲ 우리나라 고인돌의 분포(자료=하문식 교수)

하 교수는 "고인돌은 대체적으로 고조선의 초기 강역으로 인식되고 있는 공간 범위와 상당히 비슷하게 분포되어 있으며 이것은 요동지역의 비파형동검 문화권과 거의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조선 지역의 고인돌 유적은 대형 고인돌이 1기만 있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10기 이상 떼를 지어 한 곳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이 가운데 유하 태평구 유적, 황주천 유역, 정방산 기슭, 석천산 기슭, 연탄 두무리, 오덕리 유적에는 100여 기 이상 1천 여 기가 집중 분포하여 '고인돌 왕국'이라 불러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렇게 한반도를 비롯하여 황해를 중심으로 요령과 길림지역에 고인돌이 밀집 분포하므로 '환황해(環黃海) 고인돌문화권'의 설정도 가능하다고 하 교수는 설명한다. 

또 출토된 유물로 보면 고인돌이 축조된 시기는 기원전 15세기 이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고인돌이 기원전 15세기 이전에 축조되었다면 이 시기 문화상(文化相)을 이해하는 데 고인돌이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 고인돌을 축조한 당시 사람들이 급격한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공동체의 결속력을 다지는 수단으로 상징물 축조로 고인돌을 만들었다 볼 수 있다. 고인돌이 이런 상징적인 의미에서 축조되었다면 당시 문화적 배경과 요인을 이해하는 좋은 자료가 된다고 하 교수는 강조했다. 

또한 축조 시기로 보아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고조선 지역에서 고인돌이 처음 축조된 다음 일본 등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었다는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데 당시 문화 교류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었는지도 관심거리라고 한다.  

하 교수는 "고인돌은 새마을운동 시절에 깨뜨려서 제방을 쌓고 길을 내는 과정에서 많이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하 교수는 강연 말미에  "국사는 절대로 외워서는 될 문제가 아니다. 외우면 재미없다. 자꾸 관심을 갖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고조선은 어떤 누가 한 분야 쪽으로 가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