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건너 자리한 중남미 국가 엘살바도르의 한 공립학교에 이번 5월부터 한국의 토종 교육법 '뇌교육' 이 보급된다. 오랜 기간의 내전으로 엘살바도르의 아이들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trauma) 치유와 정신건강 증진, 학습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엘살바도르 정부는 유엔 뇌교육세미나를 통해 접한 한국의 뇌교육을 대안으로 선택했다. 유엔공보국(UN DPI) NGO 정식지위로서 '교육수출국, 대한민국'을 만들고 있는 국제뇌교육협회(IBREA) 장래혁 사무국장을 만났다. (장 사무국장은 현재 한국뇌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뇌교육전문지 <브레인> 편집장도 맡고 있다.)
▶ 세계적으로 '뇌'에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국제활동을 하면서 더 많이 느끼겠다.
그렇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뇌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매우 높고, 지금 중장년층인 베이비붐 세대가 특히 뇌에 대한 관심이 많다. 몇 년 전 '두뇌 트레이닝'을 표방한 닌텐도DS가 일본, 미국 시장에서 커다란 호응을 받았던 것도 그런 흐름 선상에 있다. 뇌과학에서 시작된 변화가 뇌건강, 뇌교육, 뇌문화로 옮겨가고 있듯이, '뇌'는 21세기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자리하고 있다.

부산에서 태어나 대학을 서울로 진학했는데, 너무 아는 것이 없었다. 꿈이 많고 열정이 넘쳐 닥치는 대로 무엇이든 했다. 학과공부도 열심히 했고, 동아리, 학생회, 독서…등 뭐든 열심히 했다. 가장 경멸했던 건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살면 기쁠 줄 알았는데, 1년 뒤 겨울방학이 되자 알 수 없는 공허감이 몰려왔다. 사실상 나를 바라보는 첫 사춘기였고, 그 과정에서 명상을 접하게 되었다. 당시는 뇌에 관심이 있었다기보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특별한 경험이었다. 시간이 흐른 후에 2004년에 한국뇌과학연구원에 오게 되었다. 그 후 유엔경제사회이사회 유엔협의지위기관인 연구원의 국제업무에 참여하다 국제뇌교육협회 사무국장을 겸임하게 된 것이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내가 있어야 할 자리로 온 느낌이다.
▶ 무언가 인생의 전환점 같은 느낌이다. 뇌교육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뇌를 올바르게 잘 쓰게 만드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학문적 정의의 뇌교육(Brain Education)은 ‘뇌 관련 제반 지식을 융합하여 건강, 행복,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을 말한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정립된 뇌교육은 한민족 고유의 정신 문화적 자산과 21세기 뇌과학이 접목된 형태로, 철학, 원리, 방법론에서도 커다란 독창성을 가진다. 뇌교육은 한민족 전통의 인간관을 담고 있는 ‘인간완성’과 ‘홍익인간’ 정신에 그 교육적 근간을 두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몸과 마음을 함께 단련해 온 오랜 전통과 문화적 토양을 갖고 있어 체험적 교육방법론 정립에 유리하다.
▶ 뇌와 홍익을 연결한 것이 흥미롭다. 뇌교육에서 말하는 홍익정신은 무엇인가?
뇌교육을 정립한 이승헌 협회장은 뇌교육의 뿌리인 홍익정신을 '글로벌 휴먼 정신'이라고 말한다. 즉, 민족이나 국가보다 더 큰 인류를 생각하는 지구인 정신이다. 인류 보편적 철학인 만큼 세계에서 다 통용되는 것이다.
또한, 뇌교육은 지식이 아닌 체험을 통해 의식상태를 변화, 고양하는 교육법이다. 그것이 한민족 전통교육 방식이었다. 실제, 단군조선 및 삼국시대의 고구려, 백제, 신라에 보급된 하늘, 땅, 사람이 하나라는 천지인(天地人)정신과 문무교육, 몸과 마음을 함께 다스리는 심신수행의 습관은 한민족의 원형을 담고 있는 정신문화를 이루는 골격을 이루고 있다.
나는 우리나라 교육기본법에도 명시된 '홍익인간'의 정신이 선조의 지혜와 고민의 산물이라 생각한다. 나라를 세울 때 건국 정신을 정하려면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겠나? 한민족의 정신, 코리언스피릿인 홍익정신이 뇌교육의 핵심이다.

▶ 국제뇌교육협회는 유엔에서 컨퍼런스, 두뇌올림피아드 등 많은 행사를 진행했다고 들었다.
주요 사업이 '뇌교육 보급과 인증', '컨설팅'이다. 뇌교육은 스스로 건강, 행복, 평화를 실현하는 체험적 교육방법을 통해 개개인의 평화의식을 고양하는데 있는 만큼, 유엔의 지향점인 인류평화를 실천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국제컨퍼런스와 세미나, 교육 등 유엔 활동을 통해 국가와 문화적인 차이를 뛰어넘어 지구평화를 실현하는 교육으로서 뇌교육을 전 세계에 보급하는 지속적인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2004년부터 뇌교육 학술대회를 계속 개최해오다가, 2007년 미주뇌교육협회(IBREA-USA) 설립을 통해 미국에 보급하는데 속도를 냈다. 특히, 2008년 6월에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려 10개국 500여 명이 참석한 국제뇌교육컨퍼런스는 뇌교육을 유엔에 알린 커다란 분기점이었다.
뇌교육 뿐 아니라 지구환경을 위한 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2009년에 유엔글로벌콤팩트(UN Global Compact)에 가입하여, 한국, 미국, 일본 3개국에서 UNEP(유엔환경계획)가 추진한 '70억 그루 나무 심기'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많은 회원의 참여로 유엔환경계획(UNEP) 케냐본부로부터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을 인정받아 2010년 6월에 유엔공보국(UN DPI) NGO 정식지위로 승인받았다.
또한, 멤버십 제도를 통해 다양한 뇌교육 정보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한국에서는 뇌교육전문잡지인 <브레인>을 한국뇌과학연구원과 제휴해 발행하고 있고, 외국에는 영문지인 <BrainWorld>를 20여 개국에 보급하고 있다. 뇌 관련 학술지나 논문은 많지만 대중매체로는 유일하다.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작년부터 시작한 멤버십은 현재 개인회원 2천 명, 회원사 40여 개 정도인데 문의가 많아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조직화한다.
▶ 유엔공보국 NGO라니 한국인으로서 매우 기쁘다. 유엔에서도 활동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뇌교육에 대해 세계에서도 관심을 많이 보이나?
수차례의 유엔행사를 통해 전 세계의 많은 개발도상국, 후진국들이 우리나라를 정말로 발전모델로 삼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개발도상국이 우리나라를 벤치마킹하려는 주요대상이 '새마을운동'과 '교육시스템'이다. 경제발전의 원동력을 '교육'과 '자발적 참여를 이끈 의식변화'에 두고 있는 셈이다. 새마을운동이 성공했던 큰 이유도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끈 의식변화, 자신감의 형성이었다. 그러한 연장 선상에서 코리언스피릿을 바탕으로 한 한국의 뇌교육에도 주목하고 있다. 수차례의 뉴욕 및 제네바 유엔 뇌교육세미나를 통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고, 미국에서의 성공사례도 많이 나오고 있어 중남미, 아프리카 등 국가들의 관심이 특히 높다.
▶ 중남미 엘살바도르에 뇌교육이 보급된다고 들었다
그렇다. 올해 1월 7일 ‘뉴욕시 뇌교육의 날’ 2주년을 기념해 유엔본부에서 ‘정신건강’을 주제로 뇌교육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미국 공립학교, 병원, 시니어 홈, 관공서 등 120여 개 지역사회에 뇌교육이 보급된 이후 변화와 학습장애아, 자폐아의 구체적인 사례가 발표되었다. 당시 세미나에 참석한 엘살바도르 유엔대사가 큰 관심을 보였고, 본국에 요청해서 곧바로 보급프로젝트가 추진된 것이다. 국제뇌교육협회는 세계적인 캠페인단체인 글로벌기빙(Global Giving)과 파트너십을 맺고, 현재 글로벌기빙 사이트에서 엘살바도르 뇌교육보급 캠페인 후원도 받고 있다.
5월 말에 4명의 교사가 1차 파견되어 한 공립학교에서 파일럿프로그램을 시작한다. 교사 및 학생 교육을 통해 뇌교육이 어떻게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병행될 예정이다. 개발도상국과 약소국에 대한 경제 원조도 중요하지만 미래 세대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뇌교육 보급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 지구 문제를 해결할 열쇠로 '뇌'를 두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뇌'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
지식경제부가 2011년 '6대 미래 산업 선도기술' 중 하나로 '뇌-신경 IT 융합 뉴로툴'을 꼽았다. 특히 ‘브레인트레이너’란 두뇌훈련 국가공인자격증이 생겨난 것은 고무적이다. 두뇌에 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전에는 '뇌'라는 주제가 의학, 과학 분야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다면 이제는 창의성, 자기계발, 두뇌건강과 명상 등 분야에서 대중적으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 3월 '세계뇌주간' 세미나에서도 '남녀의 두뇌, 창의성, 명상' 등과 같이 대중적인 주제 강의가 많았고, 서점에 가도 뇌 관련 실용서적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제 그야말로 '뇌'가 트렌드다.
▶ 협회의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떠한가?
2010년까지가 인프라를 갖추는 기간이었다면, 2011년부터는 국제보급과 컨설팅 활동을 많이 하려 한다. 엘살바도르 이외에 여러 국가에서 요청이 오고 있어 많은 후원도 필요한 상황이다. 실질적인 국외보급을 담당하는 미주뇌교육협회의 활동을 알리고 지원하는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21세기 미래자산인 인간 뇌의 활용과 계발에 관한 국제적인 컨설팅기관으로서, 코리언스피릿을 전 세계에 알리는 비영리 국제단체로 자리하는 것이 지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