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도시늘보표류기' 포스터. 이미지 극단 뜬,구름
연극 '도시늘보표류기' 포스터. 이미지 극단 뜬,구름

극단 뜬,구름이 오는 10월 22일 극장 봄의 무대에 올리는 신작 연극 〈도시늘보 표류기〉는 이민기 작·연출로 ‘도시 숲의 생태학 프로젝트’ 두 번째 시리즈이다.

앞서 첫 번째 작품이자 2024년 동아연극상 후보에 올랐던 연극 〈판다는 경부고속도로를 달릴 수 없다〉는 판다의 진화 과정을 통해서 인간(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을 바라보고 개인의 욕망이 사회에 의해 거세되는 것을 보였다.

두 번째 시리즈인 연극 〈도시늘보 표류기〉는 도심 속에서 정처 없이 표류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통해, 무기력과 불안에 잠식된 우리 시대의 초상을 드러낸다.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도시늘보’는 ‘도시’와 ‘느림보’의 합성어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을 나무늘보에 빗대어 표현한 존재다. 작품은 이러한 ‘도시늘보’의 이미지를 통해 현대인이 변화에 적응하려 애쓰는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무기력과 불안을 포착한다.

연극 <도시늘보 표류기>는 ‘속도와 그림자’를 키워드로 극단 뜬,구름의 창단 이래 사용해 온 오브제들을 다시 활용해, 과잉 생산물이 난무하는 현대사회를 정크스페이스로 형상화한다. 정크스페이스는 건축가 렘 콜하스(Rem Koolhaas)가 제시한 개념으로 과잉 생산과 소비 속에서 본래의 정체성을 상실한 잉여의 공간을 뜻한다.

연극 '도시늘보 표류기' 홍보물. 이미지 극단 뜬,구름
연극 '도시늘보 표류기' 홍보물. 이미지 극단 뜬,구름

연극 <도시늘보 표류기>는 ‘연극’ 그 자체를 매개로 하여, 현대인이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을 파편화된 서사들로 담아낸다. 무대와 파편화된 서사는 서로 맞물려 현대인이 도시늘보로 진화하는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 작품은 하나의 창작 표류기에서 시작한다. 연출가와 배우들은 작품을 완성하려 하지만, 장면은 파편적으로 흩어지고 무대 위 몸짓은 방향을 잃는다. 이 미완의 과정은 곧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표류와 겹친다.

작품 속 배우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메타적으로 풀어내며, 정처 없이 표류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드러낸다. 더 나아가 극장이라는 공간 속에서 떠도는 배우들의 신체를 통해 관객에게 “우리는 왜 길을 잃고 표류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 과정에서 관객은 파편화된 서사 구조 속에서 드러나는 도시늘보의 이미지를 자각하게 된다.

극단 뜬,구름은 그동안 연극 <사천의 선인>, 연극 <베니스의 상인>, 연극 <외투>, 연극 <판다는 경부고속도로를 달릴 수 없다>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관객을 만나왔다. 이번 작품 연극 <도시늘보 표류기>에서는 극단 뜬,구름의 독창적인 무대 언어를 확인할 수 있다.

극단 뜬,구름의 신작 연극 <도시늘보 표류기>는 극장 봄(서울특별시 성북구 삼선교로 14)에서 10월 22일부터 26일까지 공연한다. 공연 시간은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시 반과 7시 반, 일요일 오후 4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