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희·신혜경 2인전 "Hallucination(환영)" 포스터. 이미지 김리아갤러리
홍미희·신혜경 2인전 "Hallucination(환영)" 포스터. 이미지 김리아갤러리

김리아갤러리가 10월 16일 개막하는 홍미희·신혜경 2인전 《Hallucination(환영)》은 신혜경의 ‘특이점의 세계’와 홍미희의 ‘자연의 풍경’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 관찰과 몰입,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탐구하는 작업을 한자리에 모은다.

전시 제목 ‘Hallucination(환영)’은, 감각의 진실이 흔들리는 지점을 은유한다. 환각은 단순한 착시나 오류가 아니라, 현실과 허구가 교차하며 매혹과 위험, 창조성과 파괴의 긴장이 공존하는 장이다. 두 작가의 회화는 이러한 환영의 양가성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며, 우리가 믿어온 ‘현실’의 경계를 재고하게 한다.

신혜경, Untitled, 2024, Mixed Media  on Canvas, 41x32cm. 이미지 김리아갤러리
신혜경, Untitled, 2024, Mixed Media on Canvas, 41x32cm. 이미지 김리아갤러리

하서 신혜경 작가는 일상의 파편과 보이지 않는 진동, 양자적 가능성을 채집해 감각과 기억의 또 다른 생태계를 구축한다. 그가 말하는 ‘특이점’은 기존 질서가 무너지는 임계점이며,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이 솟아나는 전환의 지점이다. 이는 AI의 언어가 만들어내는 환각적 오류와도 닮아있다. 기계가 사실과 허구를 뒤섞어 현실의 빈틈을 상상으로 메우듯, 그녀의 회화는 알 수 없음의 절망을 넘어 새로운 패턴과 서사를 생성한다. 이미지·데이터·기억이 층층이 쌓여 또 다른 차원의 풍경을 열어가는 회화는, 몰입과 도전의 과정을 통해 관람객에게 자유와 해방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서 신혜경, Untitled,  2024, Mixed Media  on Canvas, 91x73cm. 이미지 김리아갤러리
하서 신혜경, Untitled, 2024, Mixed Media on Canvas, 91x73cm. 이미지 김리아갤러리

홍미희 작가는 자연에서 수집한 색과 경험을 반입체적 저부조 회화로 구현한다. 화면은 평면을 넘어 측면과 공간으로 확장되며, 관람객은 시각적 혼란과 인식의 편향 속에서 ‘보는 것’과 ‘존재하는 것’의 어긋남을 마주한다. 색띠 형태의 부조를 반복·변주하며 관람객이 산행의 깊이와 리듬을 경험하도록 유도하는 이번 전시의 신작 ‘숲속에서’는 현실의 풍경이면서 동시에 현실을 벗어난, 새로운 질서가 깃든 세계를 제시한다.

하서 신혜경, Untitled Golden Gate, 2025, Mixed Media  on Canvas, 110x62cm. 이미지 김리아갤러리
하서 신혜경, Untitled Golden Gate, 2025, Mixed Media on Canvas, 110x62cm. 이미지 김리아갤러리

두 작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채집’을 탐구한다. 신혜경은 보이지 않는 세계의 진동과 특이점을 이미지화해 정신적 풍경을 제안하며 홍미희는 자연의 색과 형태를 통해 실재와 환영의 경계를 부조로 확장한다. 이들의 작업은 ‘잘못 본 것’, ‘틀린 것’, ‘착각’ 속에서 오히려 본질을 발견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우리가 보는 현실이 곧 유일한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질문을 던진다.

‘Hallucination (환영)’은 두 작가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지각의 실험실’이다. 관람객은 이 작품들을 통해 인간과 기계, 예술과 과학, 사실과 허구가 교차하는 심연을 마주하게 되며, ‘현실’이라는 무대가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에 대해 새로운 성찰의 계기를 얻게 될 것이다.

홍미희, Sea No.2-1, 2, 3, 2025 each acrylic, paste board, canvas on panel,  90.9x72.7cm. 이미지 김리아갤러리
홍미희, Sea No.2-1, 2, 3, 2025 each acrylic, paste board, canvas on panel, 90.9x72.7cm. 이미지 김리아갤러리

하서 신혜경Haseo Shin Hyekyung(1961 ~)은 프랑스에서 회화와 사진을 공부하고, 파리 제8대학에서 사진학 학사·석사·박사 과정을 마치고 1995년 조형예술학 박사(사진 전공)를 취득하였다. 박사 논문에서는 현대 사진과 미술의 경계에서 작업하는 작가들을 연구했으며, 그녀의 작품 세계는 자신의 삶과 경험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적 성격을 지닌다. 경주 선재미술관 큐레이터와 수원대 산업미술과 교수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신혜경은 폴라로이드 작업을 비롯해 “신체”, “확대”, “정원”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신체, 공간, 기억을 탐구하며 형태와 의미의 관계를 실험해왔다. 현재 그는 윤곽이 명확하지 않은 색과 선, 기호들이 뒤엉키거나 떠다니는 추상 그림을 통해 일상의 풍경과 감정, 음악에서 느껴지는 생각들을 감각적 붓질과 다채로운 이미지로 표현한다.

홍미희, Structure W1, 2025, acrylic, paste board, canvas on panel, 20x20cm. 이미지 김리아갤러리
홍미희, Structure W1, 2025, acrylic, paste board, canvas on panel, 20x20cm. 이미지 김리아갤러리

홍미희Hong Mihee(1982~)는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저부조 회화를 지속적으로 탐구하며 자신만의 언어를 구축해왔다. 그는 작가에게 영감을 주는 풍경의 순간을 단순한 선과 색으로 환원해 화면에 담아내며, 편향된 시각이나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 낯선 관점으로 이미지를 재구성한다. 특히 종이보드를 여러 겹 쌓아 올리는 독자적 방식으로 색과 형태를 구축하는데, 이는 평면 회화와 조각적 요소가 결합된 독특한 화면을 형성한다. 이렇게 축적된 레이어는 화면에 깊이와 입체감을 부여해 감상자가 능동적 움직임에 따라 다각도로 작품을 경험하도록 이끈다. 그의 작업은 조형 실험과 과정에서 생겨나는 흔적,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며 삶과 예술의 근본적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홍미희, 숲속에서, 2025, acrylic, paste board, canvas on panel, 145.5x112.1cm. 이미지 김리아갤러리
홍미희, 숲속에서, 2025, acrylic, paste board, canvas on panel, 145.5x112.1cm. 이미지 김리아갤러리

홍미희·신혜경 2인전 《Hallucination(환영)》은 11월 15일까지 김리아갤러리(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75길 5)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