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영 작가는 가난한 자, 소외된 자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검은 콘테 인물화 작업을 해왔다. 이는 동시대 작가들의 비슷한 주제 작품들에서 보이는 저항이나, 사회 고발성 메시지와는 결이 다소 다르다. ‘가난한 자’에 대한 인간 존엄과 작가의 연민이 검은 콘테를 통해 작품에 고스란히 투영되었다. 장지의 순하고 부드러운 표면 위에 쌓인 검은 선들은 마치 신의 숨결처럼 가난한 자의 남루함에서 끝내 무너지지 않는 존재의 품격을 살려낸다.

두나무 아트큐브에서 9월 19일 개막한 이주영 작가 초대전 《검은 숨결》에서는 이같은 이주영 작가의 작업을 볼 수 있다.
사람은 저마다의 삶의 서사가 있고 그 힘든 삶을 들춰보는 작가는 그 심정을 이렇게 말한다. “길 위의 드로잉
오며 가며 섰다 앉았다
문득 곁눈질로 보기도 합니다.
마주치는 눈빛에 슬쩍 짐짓 하고요.
보는 일을 놓칠라 불을 켭니다.
한 켠에 내려놓은 미안함을
애써 외면합니다.”

길 위를 서성대는 사람들의 삶을 화폭에 담고자 그 삶을 어우르고 소화하는 작업은 또한 얼마나 고단한 일인가. 이주영 작가는 우리가 울타리 안에 있거나 밀려나 있거나 콘테의 검은 선 하나하나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일깨운다.
예술은 고통받는 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작가의 검은 숨결을 통해 다시 확인한다. 이주영 작가는 중앙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그동안 8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이번에 9회차를 개최한다. 수차례 단체전에 참가하는 등 왕성하게 작업을 하고 있다.

이주영 작가 초대전 《검은 숨결》은 두나무 아트큐브(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예술공원로 131번길 49)에서 10월 8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