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재도 시인이 10년 동안 써온 동시를 묶어 시집을 발간했다. 동심이 가득한 세계로 어린이들을 초대해온 청개구리 출판사의 동시집 시리즈 <시를 읽는 어린이> 160번째 동시집 《대단한 놈이다》이다. 국어교사로 오랫동안 학생들과 함께 글쓰기를 해오며 시집, 청소년소설, 산문집, 동화, 그림책 등 60여권을 펴낸 조재도 시인의 첫 동시집이다. 또한 시 ‘자물쇠가 철컥 열리는 순간’과 ‘큰 나무’가 2025년 개정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다.
조재도 시인은 동시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그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것은 진심이 바탕이 되었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기법도 창조 행위도 진심이 바탕에 놓이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진심 위에 놓인 동시가 어린이들이 읽고 어린이들의 마음에 가닿기를 바란다.
동시를 쓰면서 조재도 시인은 늘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세상의 모든 어린이는 그 사회 속의 어린이이고 또 그 나이에 맞는 발달과정에 있는 어린이기에, 동시 속에 그 성장의 비탈에 있는 어린이들의 처지를 담으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조재도 시인은 자신이 동시를 쓰는 가장 큰 이유일지 모른다고 한다. “내 마음이 어린이들의 마음에 가닿기를 바라는 것.”
시인이 말하는 ‘사회 속의 어린이’와 ‘나이에 맞는 발달과정에 있는 어린이’는 시인이 《대단한 놈이다》에 담고자 한 큰 주제 두 가지를 암시한다.
먼저 아이들이 사는 사회는 기계가 중심이 되어 움직이는 곳임을 알려준다.
손에 붙어 있는 스마트폰/잠시도 놓지 못하는 TV리모콘/늘 하고 싶은 컴퓨터/배달 앱으로 시켜 먹는 치킨 피자/나의 최애 자전거/일 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도시나 시골이나/어느새 처들어와/인간을 점령한 기계들/이제 기계가 없으면 못 산다/자동차는 타는 기계/아파트는 거주 기계(‘기계 시대’ 전문)
스마트폰, TV리모콘, 자동차도 기계이고, 심지어 아파트도 ‘거주 기계’이다. 이렇게 ‘인간을 점령한 기계들’과 함께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우리가 직면한 ‘기후 위기’를 배달 서비스에 비유하여 실감나게 전한다.
“이제 꽃도 퀵 서비스로 배달한대요. 전에는 개나리 피고 철쭉 피고 꽃이 순서대로 피었는데, 언제부턴가 4월에 한꺼번에 몽땅 피는 것도 꽃들이 한꺼번에 배달되어서래요. 이제 나무들도 서비스가 무엇인지 알게 됐대요. 서비스가 안 좋으면 꽃도 못 피어 사람 관심도 못 받고, 열매도 맺을 수 없대요. 그런데, 그런데, 이제 벌이 배달을 못 해 준대요. 갈수록 벌이 줄어들어 배달할 수 없대요.”(‘기후 위기’ 전문)
어릴 마음에는 내게는 없는, 남이 가진 것을 갖고 싶어 한다. 그런 어린이에게는 이렇게 들려준다.
“호랑이에게 뿔이 있다면/호랑이에게 날개가 있다면/호랑이는 그야말로 천하무적//호호호호 호랑아/뿔이 없다고/ 날개가 없다고/서운해하지 마//송곳니가 있으면 뿔이 없단다/억센 발톱이 있다면 날개가 없단다/그래야 서로 공평하지 않겠니?/하하하하 호랑아/(‘공평한 이치’ 전문)
자주 싸우는 엄마 아빠를 보면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 동시 ‘까치집’을 부모들이 읽는다면, 아이 앞에서는 싸우지 않을 것이다.
“3층 학교 복도에서 유리창으로 올려다보니 느티나무 꼭대기에 까치집이 있어요. 나뭇가지로 얼기설기 지은 까치집. 어젯밤에도 엄마 아빠는 대판 싸웠어요. 안 싸우는 날보다 싸우는 날이 더 많은 우리 집. 확 집을 나와 혼자 살고 싶어요. 엄마도 아빠도 다 지겨워요. 까치집이라도 있으면 바람막이 해 문 달고 거기 살고 싶어요. 그렇게 생각하자 슬퍼졌어요. 눈물이 필 돌았어요. 막 떨어지는 눈물을 눈꺼풀을 깜박여 다시 눈 속에 넣었어요. 체육 시간이라 아이들과 함께 나갔어요. 멀리 느티나무 꼭대기 까치집에 까치가 날아와 앉았어요.”(‘까치집’ 전문)
시인은 어린이의 잠재력에 주목한다. 표제작 ‘대단한 놈이다’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개미 한 마리/죽은 고추잠자리를 끌고 간다/[......]/대단한 놈이다/비행기 한 대를/저 혼자 끌고 가다니/”
아이야! 언젠가 너도 저 고추잠자리처럼 너 혼자 비행기를 끌 수 있단다. 너를 믿어라!
마지막으로 어린이가 자라서 살아갈 세상을 시인은 이렇게 꿈꾼다.
“단군 님께서/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고자/선포하신 홍익인간!/그동안 인간은/
너무 자기만 이롭게 했다/이제부턴 홍익자연하라/”(‘홍익자연’ 전문)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공존하는 세상. 인간이 곧 자연인 세상, 홍익자연은 바로 그러한 세상을 위한 것이 아닐까?
송민영 일러스트레이터는 삽화를 더하여 《대단한 놈이다》를 더욱 빛나게 했다. 송민영은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동시집 《언니는 따뜻해》 《토끼가 구운 빵》 등 다양한 삽화를 그렸다. 글과 이미지의 조화를 생각하며 즐겁게 그림을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