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매개질환은 더 이상 특정한 일부에게만 해당되는 질환이 아니다. 누구나 감염될 수 있는 만큼, 올바른 인식과 예방,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성문화가 개방되고, 다양한 연령층에서 성경험이 증가하면서 성병 발생률 또한 상승하고 있다. 여성의 경우 생식기 구조상 감염에 더 취약하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성병은 다양한 원인균에 의해 발생하며, 바이러스, 곰팡이, 세균 등 병원체의 종류에 따라 증상과 진행 양상이 달라진다. 흔히 알려진 매독이나 에이즈처럼 전신 증상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지만, 인유두종바이러스(HPV), 헤르페스 바이러스처럼 국소적인 병변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임질, 클라미디아, 마이코플라즈마, 트리코모나스 등 세균에 의한 감염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여성들이 자주 겪는 성병 관련 증상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질 분비물의 변화다. 분비물의 양이 늘어나거나, 색이 탁해지고 냄새가 심해지는 경우, 점액이나 고름 같은 질감으로 변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생식기 주변의 통증, 가려움, 배뇨 시 통증, 부정출혈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그러나 성병에 걸렸다고 해서 무조건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잠복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거나 매우 경미해서 감염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일부 성병 증상은 생리 주기나 개인 차에 따라 나타나는 생식기 증상과 혼동하기 쉽다. 여성들은 월경 전후로 분비물의 변화나 신체의 불편함을 경험하곤 한다. 성병으로 인한 변화가 나타나더라도 일상적인 생리 현상으로 여기고 넘어가 성병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이처럼 성매개질환은 제 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단순한 질염이라 하더라도 염증이 골반 내 장기로 확산되면 골반염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난관 손상으로 인해 난임, 불임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매독처럼 전신에 영향을 주는 성병이라면, 신경계나 심혈관계에까지 영향을 끼쳐 생명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또한 다른 사람과의 성관계로 인해 본의 아니게 전염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특별한 증상이 없다 해도 정기적인 STD 검사를 통해 성병 발병 여부를 확인해보아야 한다. STD 검사는 산부인과에서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성병 검사로, 잠복기인 성병까지 조기 진단할 수 있다. 검사 유형에 따라 4종에서 12종까지 다양한 성병을 진단할 수 있으며, 특히 12종 검사의 경우 임질, 클라미디아, 헤르페스, 매독, 칸디다 등 성병을 광범위하게 커버할 수 있다.
STD 검사는 생리와 무관하게 시행할 수 있지만, 생리 종료 후 1~2주 사이에 시행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검사 전에는 질 세정이나 성관계를 피하는 것이 좋으며, 감염 여부에 대한 보다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 의료진의 안내를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검사를 통해 성병 감염이 확인되면, 가능한 한 빠르게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다행히 대부분의 성병은 원인 병원체가 확인되면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를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치료 도중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해서 자의적으로 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재검 없이 치료를 끝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완치 여부는 반드시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결정해야 하며, 완치 전까지는 성관계를 피해야 파트너에게 감염을 전파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성병은 철저한 위생 관리와 안전한 성관계를 통해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콘돔 사용은 바이러스 및 세균의 전파 가능성을 줄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그러나 100% 예방은 어려운 만큼,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기적인 STD 검사와 초기 증상에 대한 민감한 반응이다. 평소와 다른 분비물 변화나 외음부 불편감이 느껴진다면 지체하지 말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성병은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큰 문제없이 회복이 가능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여성 건강 전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STD 검진을 통해 조기에 감염 여부를 확인하여 자기 자신은 물론 파트너의 건강까지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 관악구 어울림산부인과 임선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