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포스터. 이미지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제25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포스터. 이미지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제25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이하 네마프2025)이 오는 8월 7일~13일까지 KT&G 상상마당 홍대 시네마/상상스위트, KT&G 상상마당 홍대 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영화, 예술, 기술의 경계를 허무는 국내 유일의 탈장르 영상예술축제이자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대안영화제인 네마프(NeMAF)는 올해로 25주년을 맞아 대안영화, 대안영상예술, 에세이 영화, 다큐멘터리, 비디오아트 등 30개국 87편의 다양한 작품들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네마프는 인공지능(AI)이 이미지를 양산하고 딥페이크, 불법 촬영 영상이 만연하는 오늘날,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영상 예술의 본질과 윤리적 책임을 모색하고자 올해의 주제를 ‘디지털 무빙이미지 윤리학’으로 정했다.

올해 공식 포스터는 김두진 작가의 비디오 아트 <집만큼 좋은 곳은 없어(2002)>를 활용해 제작되었다. <오즈의 마법사> 속 도로시의 주문이 ‘랙’ 걸린 듯 반복되는 이미지는 기술 혁명이 유토피아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축제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개막작- <네 명의 어머니가 있었다면>, <나탈 킥, 코스모 그라운드>, <익수 크리커다이> 

네마프2025 개막작으로는 네마프가 그동안 함께 했던 작가들과 협업하여 만든 3작품, <네 명의 어머니가 있었다면>, <나탈 킥, 코스모 그라운드>, <익수 크리커다이> 이 선정됐다.

개막작 상영작 첫번째 <네 명의 어머니가 있었다면>은 이미래 작가의 작품으로 네 명의 어머니-출생 어머니, 위탁 어머니, 입양 어머니, 그리고 국가(모국)-에게 보내는 에세이필름 형식의 작품이다. 이미래 작가는 2000년 네마프 1회(2000) 개막 공연으로 시네마 라이브 퍼포먼스로 네마프와 인연을 맺은 중견 작가로 사회 실천 예술가이자 연구자로 미국, 한국, 독일을 오가며 활동하는 중견작가이다.

개막작 두번째 상영작 <나탈 킥, 코스모그라운드>는 김재익 작가의 작품으로 현대 사회는 전 지구를 넘어 과학적 생산과 실험을 통해 신우주시대로 확장하는 현실을 오디오 비쥬얼 형식으로 다룬다. 김재익 작가는 <타의적 진부화-유동하는 대지>로 네마프2024 뉴미디어 작품상을 수상하고 꾸준히 네마프와 국내외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권동현·권세정 작가의 <익스 크리커다이>는 다종다양한 존재들이 오가는 작업장을 카메라로 비추어 인간, 개, 고양이, 참새, 비둘기, 바퀴벌레, 기계를 비롯한 사물의 움직임을 포착한 작품이다. 권동현·권세정 작가는 페미니즘 비디오 아티비스트 비엔날레 2017, 네마프 등에서 작품을 선보이며, 2023년 <러브 데스 도그> 와 같이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의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난 뒤엉킨 상황, 연결의 순간을 포착하는 작품 활동을 한다.

■기획전- 실험영화계 독보적 존재 어니 기어, 배리 거슨

어니 기어(Ernie Gehr, 1941년생)는 1970년대 구조주의 영화운동과 밀접하게 연관된 미국의 실험영화 감독이자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 파리 퐁피두 센터, 브뤼셀 영화 박물관, 샌프란시스코 시네마테크 등 세계 각지에서 회고전을 포함한 상영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어니 기어의 <로어 이스트 사이드 3부작(Lower East Side Trilogy)>은 그가 1960년대 뉴욕에서 거주하던 로어 이스트 사이드 지역의 인상을, 18년 간의 샌프란시스코 생활을 마치고 다시 뉴욕으로 돌아온 뒤 새롭게 응시하며 시작된 작품이다. 도시의 변화, 기억의 재구성은 이 3부작의 주요한 정서적 토대가 된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선보이는 3부작은 그의 디지털 작품 으로 들어가는 좋은 시작점이 될 것이다.

한편, 배리 거슨(Barry Gerson, 1939년생)이라는 이름은 국내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있지만 실험영화계에서 독자적 입지를 다지고 있는 감독이다. 배리 거슨은 16mm 및 디지털 움직이는 이미지 작품, 사진 요소가 있는 회화, 조각, 그리고 퍼포먼스에 이르는 다재다능한 예술가, 영화감독, 시인, 작곡가이다. 그의 초기 영화들은 1960년대에서 70년대에 주요 아방가르드 영화감독들의 작품과 함께 상영되었다. 1982년 작업을 중단하고, 약 20년의 공백기를 거친 후에 다시 디지털 매체로 작업을 재개하게 된다. 그는 필름 시절부터 일관되게 탐색해 온 빛과 색채, 텍스처의 운동이라는 영화적 조형어휘를,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매체 환경 속에서 더욱 밀도 있게 확장하고 있다. 일상적 사물들과 내면의 이미지가 교차하는 이 세계는, 감각과 지각의 경계를 섬세하게 뒤흔든다.

■주제전- 거장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3부작 등 관객과 만나

네마프2025는 주제전을 통해 컴퓨터 알고리즘에 의해 생산되는 ‘디지털 영화’를 넘는 ‘윤리적 영화’는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을 관객과 나누려 한다. 거장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시대를 초월하는 통찰부터 소피 데라스페 감독의 현대적 사회 비판, 그리고 카우타르 벤 하니야 감독의 혁신적인 다큐멘터리 등이 주제전으로 관객과 만난다.

●미카엘 하네케 감독 3부작: 미디어, 폭력, 그리고 현실의 윤리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거장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초기작이자 ‘빙하 3부작(Glaciation Trilogy)’으로 불리는 그의 작품 세 편이 관객과 만난다. 하네케 감독의 영화들은 현대 사회의 공허함과 소외, 그리고 미디어, 폭력, 자본주의, 불평등 간의 냉철한 연관성을 응시하며, ‘디지털 무빙이미지 윤리학’의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데 중요한 선구적 역할을 한다. 그의 작품들은 사회의 표면 아래 숨겨진 폭력을 탐구하며, 관객에게 불편한 진실을 직면하게 만든다.

세 작품은 다음과 같다.

<7번째 대륙(The Seventh Continent)>(1989 /Austria /109min /Color / Fiction/ 미카엘 하네케), <우연의 연대기에 관한 71개의 단편들(71 Fragments of a Chronology of Chance)>(1995/ Germany, Austria/ 96min/ Color/ Surround Fiction/ 미카엘 하네케), <베니의 비디오(BENNY'S VIDEO)>(1993/ Austria, Switzerland/ 105min/ Color/ Surround Fiction/ 미카엘 하네케)

●소피 데라스페 감독의 <안티고네(Antigone)>

2019/ Canada/ 109min/ Color/ Fiction/ 소피 데라스페(Sophie DERASPE)

<안티고네>는 소포클레스의 고전 비극 ‘안티고네’를 현대 캐나다 몬트리올의 알제리계 이주민 가족 이야기로 각색한 작품이다. 주인공 안티고네가 범죄에 연루된 오빠를 강제 추방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법을 어기면서 겪는 갈등과 재판 과정을 통해, 현대 사법 시스템의 인종차별과 이주민에 대한 불공정한 처우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카우타르 벤 하니야 감독의 <올파의 딸들(Four Daughters)>

2023/프랑스, 튀니지,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108min/ Color/ Documentary/ 카우타르 벤 하니야(Kaouther Ben Hania)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와 픽션, 그리고 ‘메이킹 오브’ 요소를 독특하게 혼합한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가족 역학, 모성, 자매애, 세대 간 트라우마, 그리고 급진화의 비극을 탐구한다. 실제 인물인 올파와 그녀의 남은 두 딸이 배우들과 함께 과거의 트라우마적인 기억을 재연하는 과정을 통해 진행된다.

■작가전- 케빈 제롬 에버슨 ‘노동의 리듬과 이미지의 존엄’

케빈 제롬 에버슨(Kevin Jerome Everson, 1965-)은 미국 현대 영상예술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감독이다. 그의 작품들은 실험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나, 그 안에는 공동체의 정동, 노동의 리듬, 신앙의 흔적, 장소의 기억이 촘촘히 새겨져 있어 독자적인 미학을 선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작가전에서 만나는 〈사운드 댓 Sound That〉(2014), 〈이슨 Eason〉(2016), 〈트래블링 슈즈 Travelling Shoes〉(2019) 세 작품은 주제와 형식은 다르지만, 에버슨의 영화 언어가 공유하는 노동, 시간, 신체, 공동체의 정동적 층위를 탐구한다. 특히 16mm 아날로그 필름 고유의 질감을 통해 그 현장을 물성의 층위로 가시화하며, 디지털 영상에서 흔히 소거되는 시간의 밀도를 되살린다.

■경쟁부문 본선작 45편 관객과 만나다

지난 4월4일~5월16일까지 작품 공모를 진행해 총 1025편(한국 579편, 글로컬 405편, 뉴미디어 41편)의 작품이 접수되었다. 이중 ▲한국 신작전 22편, ▲글로컬 신작전 16편, ▲장편 부문 6편 ▲뉴미디어 신작전(멀티스크리닝 전시) 6편을 본선작으로 선정했다. 경쟁부문 본선작은 네마프2025 행사기간 동안 경쟁부문 섹션을 통해 일반 관객들과 만나게 된다.

한편, 관객들을 위해 다양한 부대행사도 준비했다. 작품별 GV 프로그램, 작가 마스터 클래스, 대안영상예술이론학교 <사라진 소녀, 지워진 여자, 추방된 어머니>, 뉴미디어부문 라운드테이블 등이 네마프 행사기간 다채롭게 펼쳐진다.

제25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은 오는 8월 7일부터 13일까지 KT&G 상상마당 시네마/상상스위트, KT&G 상상마당 홍대 갤러리 등에서 개최된다. 상영과 전시에 대한 상세 내용은 네마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