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내리다, 2025.2, 서울 강남 삼성동 봉은사, oil on canvas, 72.7×60.6cm. 이미지 조경철
함박눈이 내리다, 2025.2, 서울 강남 삼성동 봉은사, oil on canvas, 72.7×60.6cm. 이미지 조경철

“그림 인생 4년차인 나의 첫 번째 개인전 《차 안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작년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그린 10점의 작품을 통해 차 안이라는 갇힌 공간에서 자연의 변화 속 고달픈 삶의 여정을 되돌아보며, 잔잔한 한 순간의 즐거움과 숨결들을 캔버스에 담아 표현해 보고자 하였습니다.
작품을 통해 모두가 공감하면서 또한 자신만의 시각으로 다르게 바라보면서 각자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림 한 점이 위안을 줍니다. ”

갤러리 서촌에서 7월 11일부터 첫 개인전 《차 안에서 바라보는 세상》을 열고 있는 조경철 작가는 이번 전시의 의미를 이렇게 소개했다.

해질녘 제주 어느 교차로에서, 2024.7, 제주 중문단지 초입 교차로, oil on canvas, 72.7×53.0cm. 이미지 조경철
해질녘 제주 어느 교차로에서, 2024.7, 제주 중문단지 초입 교차로, oil on canvas, 72.7×53.0cm. 이미지 조경철

조경철 작가는 지난 30여년간 경제와 경영의 세계에 몸담아 회화의 세계와는 별개의 삶을 살아왔다. 그러다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좋아하던 일을 다시 해보라”는 의사의 권유로 다시 붓을 들었다. 그는 대학에 다닐 때 그림 그리기에 심취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단순한 힐링 회화나 취미의 결과물이 아니다.” 미술평론가 안현정 예술철학박사는  조경철 작가의 작품들을 이렇게 평가한다. “작가는 전문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고, 전시도 이제 막 시작된 단계지만, 그 안에는 이미 충분한 회화적 직관과 조형적 서사 능력이 자리하고 있다. 조경철은 색과 시간, 구조와 감정, 거리와 응시를 매개로, 자기만의 회화 언어를 스스로 구축하고 있으며, 이는 다수의 비(非)아카데미즘 작가들과 그 계보를 잇는 흐름 안에서 충분히 주목받을 만한 지점이다.”(안현정, 조경철의 《차 안에서 바라보는 세상》, 창문과 거울 사이의 예술)

자동차를 이용하면서 작가는 너무나 많은 일이 차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바라볼 수 있었다. 운전석에서 보이는 풍경, 도시 모습을 작가는 자신만의 시각으로 20호 캔버스에 담았다. 작품 <해질녁 제주 어느 교차로에서>(2024년 7월), <작업실 가는 길>(2024년 9월), <남산터널안에서>(2024년 10월), <차 안에서 바라보는 달>(2024년 12월), <함박눈이 내리다>(2025년 2월), <늦은 저녁 봉은사 앞> 등에서 관객은 작가의 행로와 사유를 접할 수 있다. 작가는 “해가 질 녘 낯선 곳을 지나며 불안과 공허함을 느끼기도 하고, 첫 함박눈을 바라보며 옛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퇴근하며 노을 진 하늘을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느끼는 동시에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작업실 가는 길, 2024. 9, 서울 강남구 수서, oil on canvas, 72.7×60.6cm. 이미지 조경철
작업실 가는 길, 2024. 9, 서울 강남구 수서, oil on canvas, 72.7×60.6cm. 이미지 조경철

이러한 조경철 작가의 작업을 안현정 미술평론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조경철의 첫 개인전 《차 안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자동차라는 일상적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바라본 창문 밖 풍경들을 통해 삶의 조각들을 섬세하게 포착해 낸 페인팅 전시다. 공황장애로 인한 오랜 시간의 내면 침잠과 그로 인한 감각의 밀도는, 단순한 풍경화를 넘어 감정의 구조화된 서사로 진화한다. 이 전시는 단지 스쳐 지나간 도시의 장면들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바라봄의 방식에 대한 철학적 탐구이자, 삶을 견디며 회복하고자 하는 존재의 태도에 가깝다. 조경철은 풍경을 마주할 때, 그 안에서 특정 대상을 클로즈업하기보다는 조감(鳥瞰) 시선을 택한다. 이는 그가 세계를 통째로 받아들이고, 삶의 겹겹이 쌓인 감정의 결을 한 폭의 화면 위에 담아내고자 하는 태도이기도 하다.”(안현정 ‘창문과 거울 사이의 예술’)

남산터널 안에서, 2024. 10, 남산 제1호 터널, oil on canvas, 72.7×60.6cm. 이미지 조경철
남산터널 안에서, 2024. 10, 남산 제1호 터널, oil on canvas, 72.7×60.6cm. 이미지 조경철

안현정 미술평론가는 “(조경철) 작가에게 그림은 단순한 치유의 행위가 아니다. ‘그림 한 점이 위안을 줍니다.’라는 한 문장에는, 짓눌렸던 시간 속에서 다시 삶을 바라보고자 했던 간절함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의 회화는 아름다움을 바라보려는 감정적 충동에서 출발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결코 피상적이지 않다. 어쩌면 미셸 드 세르토(Michel de Certeau)가 말한 ‘일상적 응시’의 전략처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감각과 기억을 통해 세상을 재해석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장-뤽 낭시(Jean-Luc Nancy)의 존재론적 시각처럼, 그의 회화는 주체의 내면과 외부 세계가 서로 반사되며 생성되는 ‘응시의 공간’으로 기능한다.”라면서 “전시의 주요 작품들은 <해질녘 제주 어느 교차로에서>, <반포대교를 건너며>, <남산터널 안에서>, <함박눈이 내리다> 등, 모두 자동차 내부라는 정해진 프레임 안에서 바깥 세계를 포착한다. 하지만 그 장면들은 단지 도시 풍경이 아니라, 내면에서 응축된 감정의 풍경이자, 삶의 찰나를 응시하는 방식의 회화적 구현이다. 색은 감정에서 우러나오는 조화의 산물이며, 과장되게 강조된 색채는 마음속 응어리를 토해내는 감각의 언어가 된다. 밤하늘 아래 붉은 후미등이 고요함을 강조하고, 함박눈 속 흐릿한 도시 풍경은 우리의 기억 속 장면과 겹쳐진다.”라고 설명했다.

강화도 가는 길, 2025. 3, 김포 한강신도시 올림픽대로 끝단, oil on canvas, 72.7×60.6cm. 이미지 조경철
강화도 가는 길, 2025. 3, 김포 한강신도시 올림픽대로 끝단, oil on canvas, 72.7×60.6cm. 이미지 조경철

안현정 미술평론가에 따르면 조경철의 작품은 관객이 질문하게 만든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안현정 미술평론가는 “차창은 이 전시에서 단순한 창이 아니라, 세상과 나를 동시에 비추는 거울이며, 그 경계의 틈이다. 그가 전시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누구나의 삶이 덧없어 보일 수 있으나, 그 안에는 여전히 희망과 따뜻함이 숨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전시는 회화의 가능성에 대한 탐색임과 동시에, 우리가 지나온 감정의 스펙트럼을 회복하게 해주는 시적 응시의 경험이다.”라고 했다.

해질녘 동호대교를 건너며, 2025. 2, 한강 동호대교, oil on canvas, 72.7×53.0cm. 이미지 조경철
해질녘 동호대교를 건너며, 2025. 2, 한강 동호대교, oil on canvas, 72.7×53.0cm. 이미지 조경철

조경철 작가 첫 개인전 《차 안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8월 3일까지 갤러리 서촌(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7 B1)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