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춘 작. 이미지 토포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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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 붓글전 《노래여, 노래여》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6월 4일부터 6월 15일까지 열린다.

정태춘의 붓글전 《노래여, 노래여》에서는  정태춘이 2010년대 초부터 시작한 <붓글> 작품 중 “노래”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다양한 필체의 표정으로 종이 위에, 여러 오브제 위에 펼쳐낸다. 정태춘은 자신의 ‘붓글’을 기존의 ‘서예’나 ‘캘리그래피’와는 다른, “붓으로 쓰는 글”이라고 이야기한다. 정태춘의 노래 절필 시기에 노래를 대신한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육필로 써내는 서사와 서정의 문학적 조형 작업이다. 총 100여점이 전시된다.

정태춘 작. 이미지 토포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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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정태춘은 15년여 전, 노래 창작을 죄다 중단하고 ‘가죽 공예’와 ‘사진’ 작업에 몰두하던 중 우연히 붓과 한시를 접하게 되면서 오랫동안 노래를 통해서 해 왔던 이야기들을 ‘붓글’ (붓으로 쓰는 글)로 풀어내는 작업을 해왔다. 그가 쓰는 글은 다양한 시적 단상들을 시적 어법으로 축약한 한글 단문들과 한시들이며, 글씨는 주로 붓과 먹으로 쓰면서 서예적 조형에 가깝지만 캘리그래피 같은 자유분방한 생동감을 지향한다.

정태춘 작. 이미지 토포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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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작업한 결과물들은 2019년, 50여 미술가가 진행한 정태춘 박은옥 40주년 기념전 《다시, 건너간다》(세종문화회관 제1전시장)에서 20여 점을 선보였고, 전국 순회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20여 지역의 대공연장 로비 등에서 공연과 함께 전시하였다. 그 전시에서는 부론의 남한강변에서 지내던 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강촌농무(江村濃霧)> 시리즈, 비인간적인 현대 산업문명을 비판하는 <반산(反産)> 시리즈, 송파에서 살던 시기 일상 속의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송파한담(松坡 閑談)> 시리즈 중 일부를 선보였다.

정태춘 작. 이미지 토포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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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의 작업은 차차 한시에서 한글 쓰기로 집중하게 되었고, 자신이 촬영한 사진 위에 글씨를 얹히는 작업으로서의 <사진 붓글> 작업으로도 확장되었다. 5년여 전, 서울 마포로 이사하면서 <강촌농무> 시리즈는 마무리하고, <마포한담> 시리즈와 노래 가사나 노래와 관련된 이야기를 담은 <노래> 시리즈를 시작하였다. 이 내용들의 일부가 2019년 봄부터 1년여 동안 <경향신문>에 연재하였다. 또 작품들 중 일부를 온라인 블로그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공개해 왔고 최근에는 카카오 브런치 등에 올려왔다

올해 ‘2025 정태춘 박은옥 문학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5월에 정태춘 박은옥 12집 앨범 <집중호우 사이>가 발매되고 6월에는 정태춘 박은옥의 새 콘서트 투어 <나의 시, 나의 노래>가 시작된다. 정태춘 노래시집 《집중호우 사이》와 붓글 모음 《노래여, 노래여》를 출간한다.

정태춘 작. 이미지 토포하우스
정태춘 작. 이미지 토포하우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열리는 ‘정태춘 붓글 전’에서는 그의 여러 시리즈 작업 중 ‘노래’에 집중한다. 그간 대중으로부터 사랑받았던 곡들의 가사, 노래에 관련한 단상들을 붓글씨로 풀어내고, 또 사진 위에 그 글씨들을 앉힌 <사진 붓글>들, 일반적이지 않은 오브제 위에 쓴 작업들도 선보인다.

토포하우스 제1전시실에서는 작가의 소품 붓글, 사진 붓글, 붓글을 모은 책, LP, CD와 앨범 등을 볼 수 있다. 제2전시실에는 2002년경부터 노래 만들기를 접고 만들기 시작한 <목공품들>, <가죽 공예품>, <칼> 등 20여 점의 오브제와 붓글을 한지 등 일반 서예용 종이가 아닌 사진 출력물, 골판지 박스나 종이 찰흙판, 악기, 나무 상자와 탁자 등의 위에 쓴 작품들, 정태춘의 중요 <아카이브>-앨범, 옛 포스터와 전단 등을 소개한다. 제3전시실에서는 한지에 써서 직접 배접한 작품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재료에 쓴 다양한 붓글 작품들을 선보인다.

 

정태춘은 "이번 《노래여, 노래여》 붓글전은 10 여 년 동안 썼던 붓글들 가운데 <노래>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나왔습니다. 그것들을 또 1부의 <옛 노래>, 2 부의 <노래 이야기>, 3 부의 <새 노래>로 구분해 골랐습니다만, 이번 전시에는 여기 <토포하우스> 두 곳 공간의 크기와 용도에 맞게 1, 2, 3 부 구분 없이 작품을 걸었습니다. 또, 액자에 넣은 작품은 몇 되지 않고, 어설프게 제가 한 <배접> 상태이거나 그냥 종이 상태입니다"라고 양해를 구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말했다.  "<붓글>은 제게 노래 절필 시기의 또 다른 노래였습니다. 그래서 오래 재미있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냥, 글씨를 쓰고 싶어서 붓을 잡는 경우는 드물지요. 쓰고 싶은 글감이 잡혔을 때라야 붓을 잡았습니다. 이번에 그렇게 써 온 붓글들로 거기다, 새 노래들까지 새 앨범으로 전해드리게 되어 더욱 뜻깊습니다."

또한 관람객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현장에서 붓과 먹으로 자기 이야기를 써 보는 <붓글 체험> 공간을 운영한다.

정태춘 작. 이미지 토포하우스
정태춘 작. 이미지 토포하우스

 

<시인, 캘리그래퍼들과의 만남과 정태춘의 작은 공연>이 열린다. 먼저 6월 10일 오후 7시에는 한국작가회의와 공동 진행하는 <시인들과의 만남> “붓으로 시를 쓰다”가 열린다. 컴퓨터 키보드가 아닌 붓으로 시를 쓴다, 모니터나 책이 아닌 종이 위 글씨로 본다. 자신만의 시적 질감과 울림, 메시지를 자신의 글씨(와 그림)으로 표현한다. 6월 11일 오후 7시 강병인 글씨학교와 공동 진행하는 <캘리그래퍼들과 만남> “나의 글씨, 나의 노래”가 열린다.

정태춘. 제공 토포하우스
정태춘. 제공 토포하우스

 

토포하우스 오현금 대표는 “정태춘의 노래는 시이며 문학이다. 그는 이번 새 노래들을 통해 가사의 문학적 완성도를 최대한으로 끌어 올렸고 새 앨범을 통해 확실하게 문학의 바다로 나왔다. 이 《노래여, 노래여》전은 그의 노래와 문학의 시각적인 확장과 변주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의 오랜 기간의 사유와 창작, 그 축적물들의 풍부한 울림을 전하는 시적인 전시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6월 15일 전시가 종료된 후에는 6월 17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정태춘 박은옥 콘서트 <나의 시, 나의 노래>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