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극장 혜화당이 오는 6월 11일부터 제1회 낭독극페스티벌’을 개최한다.
낭독극은 공연 제작 초기 단계에서 작품의 가능성을 실험해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형식이다. 단기간 내에 무대에 올릴 수 있고, 연출자와 배우, 작가 모두에게 창작의 정수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학로의 많은 소극장들은 높은 임대료와 운영 부담으로 인해 1~3일 단기 대관이 어려운 상황이다. 낭독극페스티벌은 이 같은 현실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이자, 연극 창작 생태계를 복원하려는 시도로 주목받는다.
이번 페스티벌은 6월 11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소극장 혜화당에서 열리며, 총 8개 창작 극단이 참여한다. 작품들은 SF에서 동화, 가족극, 사회극, 디스토피아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각각의 창작자가 선보이는 독창적인 서사와 형식으로 무장했다.
6월 11일(수)~12일(목)에 공연되는 몽상공장의 SF 낭독극 <호명>은 AI 기술을 통해 고인과 산 자의 재회를 가능케 하는 시스템을 배경으로, 잊고 살았던 가족의 존재를 다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인간관계와 존재의 본질을 탐색하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페스티벌의 포문을 연다. 같은 기간 공연되는 극단 배다의 <어두운 동굴 저 아래>에는 1945년 동굴 안에서 벌어지는 괴이한 사건들을 통해 인간의 잔혹성과 그리움, 생존 본능을 동화적 상상으로 풀어낸 역사 서사극이다.
6월 14일(토)~15일(일)에 공연되는 관객들의 <킬러, 유진>은 자신이 살인자라고 말하는 환자와 그를 진단하는 정신과 의사의 심리적 대결을 통해, 진실이란 무엇이며 누가 그 기준을 정하는지를 예리하게 파고든다. 우교보의 <완벽한 상영회>는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홉의 <갈매기>를 모티브로 외딴섬 시네마에서 펼쳐지는 창작자들의 예술과 사랑, 상처와 기억에 관한 드라마로, 극과 인생, 무대와 현실의 경계를 허문다.
6월 18일(수)~19일(목)에 공연되는 프로젝트그룹 우연의 <유물단지(가제)>는 유물이라는 객체에 생명을 부여해 자아 정체성과 존재 가치를 묻는 은유적 판타지를 제시한다. 같은 기간 공연되는 희곡읽수다의 <한 지붕 세 여자>는 동성 커플, 싱글맘, 비혈연 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중심으로 ‘가족의 의미’를 재정의하는 현대극이다.
6월 21일(토)~22일(일)에 공연되는 창작집단 1771의 <무의 책임>은 무[蘿蔔]를 통해 청소년기의 자아 탐색과 사회적 기대 사이의 괴리를 은유적으로 그려낸다. 극단 프로젝트그룹 연희공방의 <말로>는 기후 재난과 의료 붕괴가 가속된 근미래 사회에서 종교와 생존을 둘러싼 인간 충돌을 디스토피아적으로 풀어낸다.
소극장혜화당 김세환 프로그래머는 “이번 페스티벌은 단순한 공연 축제를 넘어 공연 제작자와 연출자에게는 프리 프로덕션의 기회를, 작가에게는 신작 희곡의 현장 검증 기회를, 배우에게는 밀도 있는 연기 화술의 실험 공간을 제공하는 제작 중심형 플랫폼이자 창작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실험실’이 될 것” 이라며 “관객들에게 대본과 배우의 호흡, 언어와 상상력만으로 완성되는 ‘낭독극’의 진면목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 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