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 is over, 2025, Acrylic on canvas, 145.5x112.1cm. 80F. 이미지 삼세영
War is over, 2025, Acrylic on canvas, 145.5x112.1cm. 80F. 이미지 삼세영

생성형 AI(인공지능)로 인해 미술 분야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AI에 의해 화가가 대체될 것인가? AI를 보조하는 처지가 될 것인가? 화가는 생성형 AI를 어떻게 받아들인가?

이선근 작가가 삼세영갤러리에서 개최하는 개인전 《AI에 지배당한 예술가》에서 AI에게 지배당한 세상과 그때의 예술가(화가)로서의 본인을 상상하며 작업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작가노트’에서 이선근 작가는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하는 AI를 보며 작가가 느끼는 기대, 두려움, 불안감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My puppy, 2025, Acrylic on canvas, 116.8x91.0cm. 50F. 이미지 삼세영 50F,
My puppy, 2025, Acrylic on canvas, 116.8x91.0cm. 50F. 이미지 삼세영 50F,

“한때 최첨단 기술이나 컴퓨터 프로그램 등을 자유자재로 다룬다고 생각했던 나는, 이제 점점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AI는 매일같이 새로운 능력을 갖추며 인간의 역할을 빠르게 대체해 가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몇 년 전에 머물러 있다.

처음에는 그저 약간의 불안감이었다. 새로운 AI모델이 나올 때마다 ‘이번에는 얼마나 더 좋아졌을까’하는 호기심과 기대가 섞인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점점 변화의 속도가 가속되면서, 기대감은 두려움으로 변했다. 내가 알던 기술은 구식이 되었고, 나보다 젊은 세대들은 더 빠르게 적응하고 있었다. [......]

예술가(화가)는 AI가 대체하기 힘든 작업중 하나라는 말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안주하고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지만, 곳곳ㅇ서 AI를 활용하는 아티스트들이 주목받고 있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나는 이미 ‘비효율적인 화가’로 분류가 되어 가고 있지는 않을까?하는 생각 또한 한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점점 도태되고 있는 것일까? 캔버스 앞에서 AI가 만들어가는 최신 기술과 세상을 생각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AI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AI없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두려운 것 아닐까?’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같은 기분이다. 변화에 맞서 배우고 적응할 것인가 아니면 시대에 밀려나는 것 같은 기분을 받아들일 것인가.

작가라는 나의 위치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AI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생각해본다.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나만의 방식으로 AI를 인지하며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자는 것이다. 불안감과 호기심을 극대화하여 다가올 미래사회에 AI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가정으로 전시를 준비해 보았다. 인간들이 AI를 활용하는 것이 아닌 AI가 인간들을 활용하는 세상. 화가인 나에게 AI는 작업을 지시한다. 매일매일 AI가 주는 미션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AI의 허락이 없는 한 나의 사유나 철학은 허용되지 않고 오로지 지시에 따른 작업을 해야 한다.”

Wild Bear, 2025, Acrylic on canvas, 72.7x53.0cm. 20P. 이미지 삼세영
Wild Bear, 2025, Acrylic on canvas, 72.7x53.0cm. 20P. 이미지 삼세영

이선근 작가가 이렇게 작업한 작품을 통해 관객은 생성형 AI 시대를 맞이하는 자신을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시대의 화두와 맞물리는 이번 전시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AI의 사용에 대한 예술가의 고뇌와 나아가 관람객에게 미래를 사유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삼세영 갤러리 심다슬 큐레이터는 "AI를 활용하는가, 활용하지 않는가에 대한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더불어 성큼 다가온 미래 앞에서 어떤 기분으로, 어떤 호기심으로 임할 것인가 생각하는 것 또한 각자의 몫이라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삼세영 갤러리는 전시를 통해 이미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서 활용되고 있는 AI에 대한 편리함과 두려움의 양립을 작가의 시선에서 통찰하고 사유하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선근 작가 개인전 'AI에 지배당한 예술가' 포스터. 이미지 삼세영
이선근 작가 개인전 'AI에 지배당한 예술가' 포스터. 이미지 삼세영

 

이선근 작가 개인전 《AI에 지배당한 예술가》는 5월 7일부터 31일까지 삼세영갤러리(서울시 종로구 평창 44길 2)에서 열린다. 일·월 휴관. 관람 시간 오전 11시 ~ 오후 6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