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콧뚜레
시인 조재도
이사헐 때는|
짐 들여놓기 전에
콧뚜레부터 거는 겨
사람 많이 드나드는 안방 문 위에다
그래야 복두 많이 들어온다더라
그러나 엄니
돈 읎어 떠밀려가는 셋방 살림에
이까짓 게 뭔 힘이 있어 복을 불러온대유
옛날이야
시골 촌이서 농사졌응께
소가 재산목록 1호라서 그랬다지만
지금은 쇠고기다 소뼈다 죄다 수입하는 판에
이까짓 게 뭐라구 복을 불러와유
대가리두 고삐두 목둘레도 읎는
이까짓 게 뭔 힘이 있어 복을 가져다 줘유
야 그래두 그게 아닌 겨
아 어서 갖다 걸라닝께.
출처 : 조재도 시집 《쉴 참에 담배 한 대》(실천문학사, 2024)에서.
■조재도 시인은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어려서 청양으로 이사해 그곳에서 성장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울로 전학 가 홍익중학교와 서라벌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7년 공주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 입학했다. 1981년 졸업과 함께 대천고등학교에서 근무한 이후 1985년 <민중교육>지 사건에 이어 1989년 전교조 결성으로 두 차례 해직되었다. 1994년 복직 후 2012년 조기 퇴직하기까지 충남의 여러 학교에 근무하면서, 15권의 시집과 다수의 책을 펴냈다. 시인은 시간이 갈수록 사라져가는 농촌의 생활 문화와 정서를 시와 그림으로 표현해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서 이 ‘고향 시편’ 연재하게 되었다. 우리가 아무리 기계문명의 시대를 산다고 해도 마음 깊은 곳에는 우리가 살아온 지난날의 삶의 자취가 애틋하게 남아 있다. 조재도 시인은 이 연재가 앞서 살다 간 사람과 뒤따라 오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가교의 역할을 다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