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겨
시인 조재도
벼가 품고 있던 쌀알은 어디 갔나
한여름 밤의 폭우와
목덜미를 태우던 짱짱한 가을볕 아래
깨물면 앞이빨이 깨질 듯 단단히 여문
옥빛 옹골찬 쌀 톨은 어디 갔나
방앗간에서 껍질 벗겨진
남은 왕겨야
네가 보듬어 키운 흰 쌀은 어디 있니
자루에 담겨 모닥불을 피우거나
소 돼지우리 바닥에 깔려
가축의 똥오줌에 섞여 거름으로나 나가는
이 나라 늙은 농민들이여.
출처 : 조재도 시집 《약자를 부탁해》(작은숲, 202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