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상
네거티브정치캠페인연구원장
대한민국이 두 동강 났다. 이는 단순한 분열이 아니다. 서로를 향한 불신과 적개심이 이성을 마비시키고 있다. 정치는 극한 대립으로 얼어붙었고, 사법부는 더 이상 공정의 상징도,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도 아니다. 국민들은 같은 나라에 살면서도 전혀 다른 현실 속에 존재하는 듯하다. 광장과 거리, 인터넷과 방송에서 끝없이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진다. 마치 대한민국에 오랜 앙숙 관계인 두 민족이 존재하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이 어디로 흘러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역사는 경고하고 있다. 가장 강대했던 나라조차 내부 분열 앞에서는 무너졌고, 찬란했던 문명도 내부의 균열로 흔적 없이 사라졌다. 대한민국이 그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자신할 수 있는가?
역사에서 배우는 교훈
로마 제국은 왜 무너졌는가?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에도 불구하고, 내부 분열이 나라를 갉아먹었다. 황제들은 권력 다툼에만 골몰했고, 귀족과 평민의 격차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벌어졌다. 국론이 분열된 사이, 게르만족의 침입을 막지 못해 천 년 제국 로마가 무너졌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남북전쟁은 국론 분열이 가져온 최악의 사례다. 노예제를 둘러싼 갈등이 폭발하며 60만 명이 죽었고, 경제는 초토화됐다. 이후 미국은 다시 하나가 되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
우리 역사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해방 후 좌우 대립이 대표적이다. 그 무렵 한반도는 신탁 통치 문제를 두고 극심한 분열을 겪었고, 이는 남북한의 분단과 6·25 전쟁으로 이어졌다. 국론이 통합되지 못한 결과, 민족이 둘로 갈라져 오랜 세월 동안 대립해왔다.
조선 시대 당파 싸움도 나라의 운명을 위태롭게 했다. 동인과 서인의 대립, 이후 남인과 북인의 반목은 국가 정책을 마비시켰다. 그러는 가운데 국방력이 약화되면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맞게 되자 나라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사사건건 대립하며 힘을 소진하는 동안 외부의 침략을 막을 힘을 잃었던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모습은 이와 다를 바 없다. 정치권이 정쟁에 몰두하는 사이 국민의 삶은 피폐해지고 국력은 소진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현주소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권은 국민이 아니라 자신들의 권력 유지에만 관심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글로벌 경제 위기, 북한의 도발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정당의 이익이 우선이었다. 정치권은 국가를 위해 일해야 하는 자리이지, 정쟁을 위한 무대가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국민은 피로감에 지쳐가고, 정치에 대한 혐오가 커지고 있다.
국민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갈려 시위에 나서는 모습을 보면, 대한민국이 정말 하나의 나라인지 의문이 든다. 독립운동가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나라가 이 모습이었을까? 6·25 전쟁 때, 국가를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고 산화해 비목조차 없이 쓸쓸히 묻혀 있는 호국 용사들이 바라는 나라가 이 모습이었을까? 우리의 아이들과 손자손녀에게 물려줘야 할 나라가 이런 나라인가? 우리가 마땅히 고민해야 할 지점이 지금이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
정치권은 이제 권력 다툼을 멈추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길을 찾아야 한다. 이념과 진영 논리를 초월한 실용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정치적 이익을 위한 선동과 갈등 조장은 이제 끝내야 한다.
국민도 달라져야 한다. 서로를 적으로 여기고 싸울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합리적으로 토론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는 국민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국민이 분열되면, 정치도 분열될 수밖에 없다.
경제와 외교에서도 현실적인 대응이 절실하다. 대한민국은 수출 중심 국가다. 국제 정세에 흔들리지 않도록 정치적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 정치권이 극한 대립을 이어간다면, 외교 정책은 혼선을 빚고, 경제는 불안정해질 것이다. 대한민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정치권과 국민이 한 방향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정치권을 향한 경고와 촉구
정치인이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국민을 이용하는 직업이 아니다. 선거 때만 되면 국민을 갈라치기 하며 표를 얻으려는 정치 행태는 이제 끝내야 한다. 권력에 눈이 먼 정치는 결국 나라를 쇠퇴하게 만든다.
지금 세계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미국이 동맹과의 협력을 내팽개친 채 오로지 자국 이익만을 좇는 ‘트럼프식 고립주의’로 외교 방향을 급선회했다.
보호무역주의라는 미명 아래 글로벌 경제 질서를 뒤흔든 트럼프의‘자국 우선주의’는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 경제에 커다란 먹구름이 되고 있다. 푸틴과 김정은의 밀착도 우리의 안보를 뒤흔들 변수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내부 분열로 시간을 허비한다면 국가의 미래는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지금 운명의 갈림길에 서 있다. 분열과 갈등의 길로 갈 것인가, 통합과 협력의 길로 갈 것인가.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은 분명하다. 내부 분열로 무너진 나라들은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그러므로 싸움을 멈추고,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더 이상 ‘기적의 나라’가 아니라, ‘또 하나의 잃어버린 나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정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