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에서 잘 먹고 잘 살다가 일본으로 끌려가서 3년을 살고 그러다가 조선에 선물로 온 코끼리. 사실 일본도 코끼리가 감당 안 돼 갖고 조선의 선물이랍시고 보내준 거 아닌가 몰러.
그런데 여기서 적응을 못혀 갖고 초가집을 밟아 부숴불지 않나 아유, 커다란 발로 사람 걷어차 불고. 아이고, 사람을 죽이고 난리 나버렸네.”
조선의 깊은 밤, 요망한 스토리텔러 야사꾼이 들려주던 야담(夜譚)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연이 오는 4월 5일 광주광역시 서빛마루 문화예술회관 무대에 오른다.

국악그룹 '프로젝트 앙상블 련'이 선보이는 이번 공연 ≪야담 컬렉션Ⅰ’조선’≫은 조선왕조실록과 신윤복의 민화를 기반으로 조선의 전기와 후기를 재담과 창작곡으로 이루어졌다.
영화 ‘광대:소리꾼’의 주연 이봉근 배우(국악인)가 야사꾼 어우선생이 되어 이야기를 주도하며 재담을 펼칠 예정이다. 이봉근 배우는 해당 영화로 2021년 제26회 춘사국제영화제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공연에서 눈길을 끄는 주제로 기구한 운명의 조선 코길이(코끼리) 이야기가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된 인도네시아 코끼리(코길이)는 왕실의 말을 키우는 사복시 관청에서 근무하는 이우라는 양반이 자신을 괴롭히자 밟아 죽였다.
걸어서 귀양가라는 왕명으로 전라도 여천까지 갔지만 그곳에서는 “백성들 먹을 것도 부족한데 코길이가 너무 많이 먹어 감당 안 된다”라는 상소가 올라왔다. 당시 세종대왕 등극 시기였는데 갑자기 역사에서 사라진 불운한 코길이 이야기가 국악공연으로 다시 살아난다.

또한, 박봉에 시달리던 궁중 악사들의 알바(아르바이트) 이야기는 옛이야기지만 동시대적인 관점에서 풀어나간다. 김홍도의 ‘무동’, 신윤복의 ‘쌍검대무’ 민속화의 배경처럼 소소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악공들을 집중 조명한다.
프로젝트 앙상블 련 유세윤 감독은 “조선의 양반들이 큰 갓을 쓰고 점잔을 빼며 거문고란 악기를 연주하면서 검은 학이 날아와 춤을 춘다며 무척 즐겼다. 그런 자리에는 으례 대금, 피리, 장구로 반주를 하는 악공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행색이 양반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조선 후기에는 양반들만 악기를 다룬다는 벽이 허물어졌다”며 풍속화 속 악공들을 통해 조선시대 예인들 이야기를 한다고 밝혔다.

한편, 21C 한국음악프로젝트에서 3번 수상한 프로젝트 앙상블 련은 수상곡인 ‘조선 가믈란’, ‘얍츠가이’, ‘심방곡’도 선보일 예정이다.
≪야담 컬렉션Ⅰ’조선’≫은 “2025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 사업(후원 광주광역시, 광주문화재단)‘으로 마련됐다. 11월 1일에는 야담 컬렉션II인 <광주읍성 : 사라진 기억>을 같은 장소인 서빛마루 문화예술회관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공연은 만 7세 이상이면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료는 1만 원이다. 공연예매는 티켓링크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자세한 공연 정보는 광주 서빛마루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