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5가 3월 13일 전시 《봄, 피어나다》를 개막했다. 입춘이 지나 3월 중순인데, 바람이 차가워 옷깃을 움켜쥔다. 아, 우리는 안다.  저 아래서, 생명은 피어나고 있다는 것을. 숨결에 봄 바람을 느낀 화가들은 캔버스에 봄을 담았다. 피어나는 봄. 참여작가 권동기, 김민서, 김선정, 신완, 율리아, 최소연, 하루.

권동기, 몽(夢), 2024, Acrylic on canvas, 40.9×31.8cm, 이미지 갤러리5
권동기, 몽(夢), 2024, Acrylic on canvas, 40.9×31.8cm, 이미지 갤러리5

권동기 작가는 유령, 아니 꿈을 그린다. “꿈을 이룬 모든 사람은 꿈을 믿고 포기하지 말라고, 선명하면 선명할수록 꿈을 이루게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꿈을 아직 이루어보지 못한 나는 유령을 실제로 보았다는 허무맹랑하게 느껴질 수 있는 말과 유사했다는 것.

아이러니하게 유령 이야기도 그렇지 않은가? 누군가는 보지도 못한 이 존재가 지레 무서워서 밤에 혼자 있지 못하고, 또 누군가는 어떻게든 만나고 싶어 일부러 유명한 장소들을 찾아다니곤 한다.

유령의 존재를 믿지 않는 누군가도 결국 아직 못 만났기 때문이고, 만나고 나서는 단번에 ‘꿈을 믿고 포기하지 말라’고 외칠 수 있는 그렇게나 단순한 이분법적 문제라면,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차라리 유령을 직접 만들어서 만나자!’라고 더 허무맹랑한 답을 내버렸다.

그렇기에 내 그림 속 유령은 모두 꿈이다. 단순한 직업적 장래 희망부터 소소하게 그려보는 미래 등 모두의 웅장하고도 시시콜콜한 꿈이다. 그렇기에 나는 유령을 부정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 유령들을 직접 맞이한다. 모두 꿈을 이루기 위해!” (권동기 '작가노트')

김민서, 형상1, 2025, Oil on canvas, 45.5×37.9cm. 이미지 갤러리5
김민서, 형상1, 2025, Oil on canvas, 45.5×37.9cm. 이미지 갤러리5

김민서 작가는 <형상1>을 선보였다. 추상화이기도 하고 풍경화기도 한 이 작품으로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자 할까. 작가는  "'빛'이 실처럼 엮이며 허공에 날개의 모습을 수놓아가는, 무형에서 유형으로, 혼돈에서 질서로 변화하는 창조의 순간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한다.

김선정, 낮은 곳의 white flower, 2025, Acrylic on canvas, 53.0×45.5cm. 이미지 갤러리5
김선정, 낮은 곳의 white flower, 2025, Acrylic on canvas, 53.0×45.5cm. 이미지 갤러리5

김선정 작가는 낮은 곳에서 피는 야생화, 낮은 자세로 보아야 보이는 야생화들, 네잎 꽃을 주로 그린다. 이번 《봄, 피어나다》 전시 작품으로는 단아하지만 화려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네잎 꽃산딸나무꽃을 그렸다.

“높은 시선으로 보이지 않지만 어디선가 화려하게 풍기는 향기. 낮은 곳에서 발견하는 야생화. 봄을 기다리는 저의 다른 자화상입니다.”

신완, Fall, 2024, Acrylic on canvas, 19.8× 19.8 cm. 이미지 갤러리5
신완, Fall, 2024, Acrylic on canvas, 19.8× 19.8 cm. 이미지 갤러리5

신완 작가에게 그림은 일기이다. 왜일까?

“하루하루 보고 느낀 것을 일기장에 적어 기록하듯이 도화지 또는 캔버스에 저의 일상을 담아냅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최대의 심도 있는 주관적 방향성을 지닌 미술은 저에게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매개체라고 생각이 듭니다. 제가 만들어 내는 추상화를 통해 여러 감정들을 느끼고 여러분들의 또 다른 생각과 해석으로 저의 일기장을 더욱 풍성하게 채워나갑니다.”

율리아, 훈풍, 2024, Acrylic on canvas, 45.5 ×53.0 cm. 이미지 갤러리5
율리아, 훈풍, 2024, Acrylic on canvas, 45.5 ×53.0 cm. 이미지 갤러리5

율리아 작가는 “붙잡고 있는 것이 사랑인 줄 알았다”라고 한다.

“내가 원한 만큼 받아야 하고, 내 결핍을 채워야 하는 것이며, 항상 기쁘기만 한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부는 바람처럼 보내주어야 하는 것까지가 사랑의 완성이었음을. 어린 날, 미숙했지만, 누군가를 속수무책으로 보내주어야 했던 날이 후에, 그럼에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으로 돌아오고야 말았다는 것을. 보내주는 것을 터득하며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영원은 인간만의 약속일 뿐이라고 조소했지만, 어쩌면 영원이란 인간만이 약속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감히 영원을 바라는 날이 오고야 만 것처럼 말입니다.”

최소연, 아프간의 봄Spring of Afghanistan No.1, 2024, Oil pastel on canvas, 25.8×17.9cm.
최소연, 아프간의 봄Spring of Afghanistan No.1, 2024, Oil pastel on canvas, 25.8×17.9cm.

최소연 작가는 미대를 졸업하고 선교사의 꿈을 안고 아프가니스탄에서, 결혼 후에는 파키스탄에서 살았다.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에 들어오게 되면서 그림을 다시 시작했다. 2021년 8월 15일 아프가니스탄은 이슬람 극단주의 탈레반의 나라가 되었다. 여성들에게 부르카를 씌우고 직장을 빼앗고 소녀들을 학교에서 내쫓았다.

최소연, 아프간의 봄2 Spring of Afghanistan No.2, 2024, Oil pastel on canvas,34.8×27.3cm, 이미지 갤러리5
최소연, 아프간의 봄2 Spring of Afghanistan No.2, 2024, Oil pastel on canvas,34.8×27.3cm, 이미지 갤러리5
아프간의 봄3Spring of Afghanistan No.3, 2024, Oil pastel on canvas, 45.5×33.4cm. 갤러리5
아프간의 봄3Spring of Afghanistan No.3, 2024, Oil pastel on canvas, 45.5×33.4cm. 갤러리5

이후 러우 전쟁,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지금은 잊혀진 나라가 되었지만, 아프가니스탄은 여전히 폭력과 억압 속에 있다. 폭력으로 신음하는 가깝게는 북한으로부터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역사의 혹독한 겨울을 지나는 나라들에 부디 봄이 오기를 기도하며 <Spring of Afghanistan> 시리즈 세 점으로 《봄, 피어나다》 전시에 참여했다. 

하루, 붓꽃, 2023, 판넬에 아크릴, 연필, 72.7×60.6cm. 이미지 갤러리5
하루, 붓꽃, 2023, 판넬에 아크릴, 연필, 72.7×60.6cm. 이미지 갤러리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