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에서 교사가 정해진 교육과정대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평가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교육과정에 대한 지역 및 학교의 자율성이 확대되면서 교사의 역할이 종래와 같이 교육과정 실행자 및 사용자, 교수자에 한정되지 않고 교육과정에 대한 의사 결정자로도 확대되었고, 교육과정의 최종 실천자인 교사가 교육과정의 개발자·설계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를 이미 제도적으로 보장하였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교사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 보장’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우리나라 교육과정이 추구해 온 교육 이념과 인간상을 바탕으로,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함양하여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으로 성장하게 하는 데 중점을 둔다. 여기서 말하는 교육과정이란 ‘교육의 목적과 목표에 근거하여 학생들에게 제공할 학습 경험, 학습 내용과 학습 방법 및 평가를 체계적으로 조직한 교육 계획’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교육과정을 교사가 스스로 설계할 수 있게 되었다. 단순히 교육과정의 ‘수용자’가 아니라 주체적인 ‘개발자’로서 교사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이다. 교사가 교육과정의 주체가 되어 자신만의 교육철학이 반영된 교육과정을 직접 설계해야만 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아이들과 만나는 교사들은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함을 느꼈던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막막함을 풀어주는 책이 《처음 만나는 교사 교육과정》(황혜진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2024)이다. 다년간 혁신학교에서 근무하며 “생생하게 살아 있는 가르침”에 대한 매력을 느낀 저자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발맞춰 어떻게 하면 수업의 자율성을 100% 활용하며 아이들의 배움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 그 해답을 내놓는다.
《처음 만나는 교사 교육과정》 1부에는 교사 교육과정의 개념과 구성 방법을 살펴본다. 여기서 말하는 교사 교육과정은 이렇다. 교사의 교육과정 문해력을 통해 국가, 지역, 학교 교육과정에 기반하여 학생의 삶 속에서 유의미한 배움을 계획하고 실천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을 말한다. 이 교사 교육과정이 왜 중요한가?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깊이 있는 학습’을 강조한다. ‘깊이 있는 학습’은 핵심 개념과 원리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내면화하고 생각이나 경험과 연결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함을 의미한다. 깊이 있는 학습이 이루어질 때 그 지식은 무기력한 지식이 아니라 삶의 다양한 맥락에서 활용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지식이 되며,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문제 해결 능력의 기초가 될 수 있다. ‘깊이 있는 학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급에서 실제 배움을 주고받는 교사와 학생이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교사의 자율권 보장’한 이유이다.
교사 교육과정 구성 방법에서는 저자가 했던 프로젝트 수업을 토대로 교사 교육과정 구성 과정을 소개한다. 교육과정을 분석하고 맥락잡기, 교육과정 세부 운영 계획 세우기로 나누어 단계별로 설명하여 이해하기 쉽게 했다.
2부에서는 교사 교육과정 운영 사례를 담았다. 각 장에는 기후 위기, 감정, 동물복지, 연극, 나눔과 봉사를 주제로 한 교사 교육과정 사례를 소개했다. 저자가 3학년, 5학년, 6학년에서 실시했던 수업 내용들이다.
3부 교사 교육과정 운영의 확장에서는 ‘평화 교육과정’ ‘어린이 작가 되기 교육과정’과 교사 교육과정에서 필수인 ‘마을 연계 교육과정’ 등 교사 교육과정 확장판격 내용을 오롯이 담아냈다.
저자는 이렇게 교사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얻을 것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교육과정 디자인을 통한 ‘교사 교육과정’ 수업은 긴 호흡과 시각으로 밀도 있게 끌고 나가야 하므로 꼼꼼한 준비가 필요해요. 하지만 일단 프로젝트를 시작하자 우리는 점차 몰입하여 배움이 깊어지는 수업 과정 속에서 생생히 살아 있는 시간을 보냈어요. 몰입이 깊어질수록 우리의 마음은 자주 서로에게 가닿았고, 그 감각은 커다란 기쁨을 주었어요. 교사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동안 수업은 학생들뿐 아니라 교사인 제 앎과 삶도 연결해 주었고, 그 여정에서 아름다운 장면을 많이 만났어요. 아이들이 건네는 보석 같은 말들은 저를 가슴 뛰게 했고, 교사로서 살아가는 힘이 되어주었어요.”
《처음 만나는 교사 교육과정》에서는 모든 교사가 이런 체험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