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정자’를 살리려는 지역 열린 포럼 ‘봉화정자포럼’이 7월 12일부터 봉화군 법전면 소재 법전권역 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 협동조합 기브
‘봉화정자’를 살리려는 지역 열린 포럼 ‘봉화정자포럼’이 7월 12일부터 봉화군 법전면 소재 법전권역 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 협동조합 기브

우리나라에서 정자가 가장 많은 곳으로 알려진 경북 봉화군에서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방치되어 있는 정자를 살려 문화유산으로 활용하려는 정자 살리기 운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경상북도봉화교육지원청은 5월 3일(월)부터 10월까지 관내 초등학교 4학년과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알면 알수록 이로운 봉화정자탐방’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2024년 봉화교육지원청 중점과제 ‘정향 이음교육, 가치를 잇다’를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7개의 정자탐방길 및 체험활동을 학교에 안내한 후 희망하는 코스를 신청받아 실시한다.

5월 16일 7개의 탐방길 중 정자문화길을 신청하여 탐방하게 된 내성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은 정자문화생활관을 관람하며 봉화의 누정문화에 대해 배우고, 법전면에 있는 이오당(二吾堂)을 방문하여 후손 강필구 선생께 직접 설명을 들었다.

‘봉화정자포럼’ 참석자들. 사진 협동조합 기브
‘봉화정자포럼’ 참석자들. 사진 협동조합 기브

5월 21일에는 소천초등학교 및 소천초두음분교 전교생 14명과 교직원이 정자탐방을 했다. 이들은 봉화 청량산에 있는 청량정사를 찾아 옛 선비의 공부길을 따라 산을 올랐다. 청량정사는 퇴계 이황이 청량산을 오가산(吾家山, 우리 집 산)이라고 지칭하면서 드나들며 배움을 닦았던 곳이다.

5월 24일 물야초등학교 전교생 32명이 ‘알면 알수록 이로운 봉화정자탐방’을 했다. 학생들은 봉화정자문화생활관 관람을 통해 우리나라 600여개의 정자 중 봉화지역에만 103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경상북도교육청 봉화도서관도 2024년 특색사업 ‘아름다운 누정 이야기’ 사업의 일환으로 두 차례에 ‘누정을 거닐다’ 탐방 행사를 운영하였다. 지난 5월 1차 ‘누정을 거닐다’ 행사에는 초등학생 및 고등학생 자녀와 부모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가족 단위 행사로 봉화의 한수정, 와선정, 이오당을 직접 가보고 봉화정자문화생활관을 탐방했다.이어 6월 29일(토)에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2차 강연과 탐방을 성황리에 마쳤다.

‘봉화정자’를 살리려는 지역 열린 포럼 ‘봉화정자포럼’이 7월 12일부터 봉화군 법전면 소재 법전권역 커뮤니티센터에서 봉화군농촌활성화센터의 지원으로 열리고 있다.

‘봉화정자포럼’ 포스터. 이미지 협동조합 기브
‘봉화정자포럼’ 포스터. 이미지 협동조합 기브

 

7월 12일(금), 15일(월), 26일(금), 8월 2일, 9일, 16일 총 6회차로 기획된 ‘봉화정자포럼’은 전반 세 차례는 ‘온고지신(溫故知新)’, 후반 세 차례는 ‘사색(思索)길’이란 주제로 열린다. 굳게 닫힌 봉화정자의 문을 다시 열어 대한민국의 품으로 되돌릴 방안들을 함께 숙의하는 ‘풀뿌리 배움과 연대’의 포럼이다.

봉화군은 일찍이 100여개가 넘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많은 정자를 보유한 지자체라는 홍보를 해왔다. 하지만 이를 활용하는 데 관심이 없었다. 문을 걸어 잠구고 들어갈 수 없게 해놓았다. 지금도 103개 봉화정자 중 문을 연 정자는 ‘법전 이오당,’ ‘춘양 한수정,’ ‘닭실 청암정’ 등에 불과하다.

이를 바꾸려는 두 주인공인 이번 ‘봉화정자포럼’ 포럼기획자이자, 패널강 겸 주제발표자로 나섰다. 첫번째 주인공은 법전 이오당의 후손 강필구 선생이다. 강필구 선생은 4년 전부터 ‘봉화정자개문(開門)’, 문 열기를 외치며 이오당 문을 홀로 열어왔다. 이웃에게조차도 이해받지 못했던 힘든 시간이었다. 그 4년의 노력이 이제 법전권역 커뮤니티센터에 지역민과 전국에서 봉화 정자에 관심있는 이들을 불러 모아 여섯 차례 ‘봉화정자포럼’를 여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두 번째 주인공은 17세 고등학교 청소년 이재은이다. 한국외국인학교(Korea International School) 12학년 이재은은 5년 전 봉화에 사는 외할머니를 부이사장으로 한 가족협동조합인 협동조합 기브(GIVE: Generations Interact & Value Each other)를 공동 설립하며 봉화지역역사문화와 자연에 대한 진지한 여행과 관찰을 시작했다. 8개 봉화정자를 그리도록 86세 외할머니를 그림작가로 초대하면서 작년 4월 교보문고에서 《선비의 케렌시아, 정자》를 세대협업으로 출판했다. 이후 책 제목의 앞 자를 딴 ‘선케정 캠페인’을 시작했다. 지난 2년간의 캠페인의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봉화주민들이 다시 정자를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7월 12일과 15일 ‘봉화정자포럼’에는 봉화지역민과 정자 후손 들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온 이들, 일반인, 대학교수와 향토사학자 등 매우 다양했다.

‘봉화정자포럼’ 관계자는 “평상시 만날 수도 없고, 만날 이유도 없던 이들이 봉화정자를 알아가고, 살려보자는 한 가지 관심과 애정으로 포럼을 열고, 포럼에서 만나 진솔한 토론을 이어갔다. 앞으로 남은 네 차례의 ‘봉화정자포럼’이 그래서 더 기대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