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행성, 2024, 판화지 위에 아크릴, 잉크, Courtesy of the artist and MAF, 이미지 갤러리 마프
붉은 행성, 2024, 판화지 위에 아크릴, 잉크, Courtesy of the artist and MAF, 이미지 갤러리 마프

갤러리 마프는 오는 2월 22일부터 4월 4일까지 심래정 개인전 《붉게 꿰맨 달》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드로잉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세라믹 등 작가의 독특한 표현세계가 돋보이는 다양한 매체의 신작으로 구성된다.

심래정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지금까지 이어온 죽음에 대한 탐구를 잠시 접어두고 삶에 주목하고자 한다. 새로운 시작으로 전제되는 붉은 색과, 기존의 절단된 신체들을 엮어 새로운 것으로 만드는 꿰매는 행위를 통해 그려지는 또 다른 시작, 기회를 찾아내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너클 샌드위치, 2024, 캔버스 위에 아크릴, 잉크, 72.7X72.7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MAF.이미지 갤러리 마프
너클 샌드위치, 2024, 캔버스 위에 아크릴, 잉크, 72.7X72.7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MAF.이미지 갤러리 마프

콘노 유키는 ‘전시평론’에서 심래정 작가의 전시를 이렇게 소개한다.

“격자 같은, 칸막이 같은, 규칙적인 패턴은 현실에 붙박인 것이 아니다.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무늬나 무서운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것처럼, 어떤 몽환적인 힘이나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다.
그 힘은 꿈의 여운이 부정당한 현실 또한 꿈으로 생기 있게 만들 수 있게 해 준다. 이번 개인전 《붉게 꿰맨 달》에서 심래정의 작품이 보여주는 것은 이런 역전이 아닐까. 한 공간에서 그림을 보고, 관람객은 격자무늬 문을 열고 다른 공간으로 이동한다—드로잉 속 행성에서 식탁으로 이동한다. 그러지 않을까?

늦잠, 2024, 종이 위에 잉크, Courtesy of the artist and MAF. 이미지 갤러리 마프
늦잠, 2024, 종이 위에 잉크, Courtesy of the artist and MAF. 이미지 갤러리 마프

우주를 무대로 삼은 수많은 영화에도 인간이 식사하거나 편히 쉬는 우주선 같은 공간이 나오는 것처럼, 있을 수 있는 곳이 있다.
조용히, 그러면서 시간이 의식 바깥에 놓이거나 정신을 차려 보니 다시 내 안으로 들어온다. 격자나 소용돌이무늬가 이번 전시에 전반적으로 등장한다고 해서, 이는 삶의 부정적 측면을 가리키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부정을 조건 삼아 생기를 만들고 더 자유로운 움직임을 만든다. 그리하여 무엇이 아닌 것(non)도 제거된(de)도 아닌, 더 만들어지고 더 무언가가 있게 되는 자리에 우리는 초대된다.

더 문, 2024, 캔버스 위에 아크릴, 잉크, 91X91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MAF, 이미지 갤러리 마프
더 문, 2024, 캔버스 위에 아크릴, 잉크, 91X91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MAF, 이미지 갤러리 마프

종이를 다 채우듯이 칠해진 빨강과 반복적인 패턴은 강박이나 동어반복으로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안에서 떠다닐 수 있는 무엇이 그려지기 시작하는,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 반쯤 열려 있는 회전문이다.

의식(consciousness) 밖의 시간은 의식(ritual)을 통해서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일기장에 쓴 글처럼 들어간 문장들과 어우러지면서, 틀에 틈을 틀어 놓을 장치가 돌아간다. “안심하라, 감각이여.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이 한마디가 들어간 한 작품처럼, 우리는 아무 일 없음의 감각에서 심리적 편안함을 획득한다. 그것은 작가가 이번 전시를 새로운 삶의 출발로 본 시선을 공유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눈알 튀튀, 2024, 캔버스 위에 아크릴, 잉크, 72.7X72.7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MAF.이미지 갤러리 마프
눈알 튀튀, 2024, 캔버스 위에 아크릴, 잉크, 72.7X72.7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MAF.이미지 갤러리 마프

심래정 작가는 2008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대학과 학부를 졸업하고 2010년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국공립 및 사립 주요 기관에서 활발히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또한 리움미술관의 《아트스펙트럼 2014》,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모색 2013》 선정작가이다.

심래정 개인전 《붉게 꿰맨 달》은 앞으로 갤러리 마프를 이끌어 갈 로위랩과 로위랩 산하 경험형 아트 플랫폼 보글맨션의 첫 기획 전시이다. 이 전시는 갤러리 마프(서울 중구 서애로 33 5F)에서 무료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