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2023, 194X390cm. 이미지 갤러리그림손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2023, 194X390cm. 이미지 갤러리그림손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그림손은 2월 17일(수) - 3월 4일(월) 송인 작가 개인전 《이념의 기록 Record of Ideology》를 개최한다.

2017년 이후로 갤러리그림손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선보이는 송인 작가는 사회적 체제 안에서의 개인의 희생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지는 보이지 않는 정신적 폭력과 함께 소수에게 강요되는 침묵이라는 불편한 실태를 수정테이프와 먹을 이용하여 지우고 쌓아가는 회화적 묘사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2021~2023년에 제작한 작품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인권 침해와 전쟁으로 인한 자유주의의 붕괴, 대량 학살과 도시 파괴, 여성 및 아동 폭력을 주제로 한다.

악몽이 된 어느날, 2022, 장지, 먹, 수정테이프, 아크릴, 콩테, 오일파스텔, 162.3X190.2cm. 이미지 갤러리그림손
악몽이 된 어느날, 2022, 장지, 먹, 수정테이프, 아크릴, 콩테, 오일파스텔, 162.3X190.2cm. 이미지 갤러리그림손

송인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이렇게 소개했다.

“2010년 들어서면서 예술의 가치를 일상의 사건으로부터 찾기 시작하였다. 그 가치의 시작은 지인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지인의 주검은 나의 삶과 예술적 가치를 흔들어 놓았으며 그로 인해 예술에 물음을 던지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사고는 예술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에 천착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저 스칠 수 있는 타인의 사건들은 나의 가슴속에 박혀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 후 작품은 무거워졌으며, 표정 없는 침묵은 깊은 상처로 남게 되었다. 타인의 삶을 통해 본 상처들은 가볍지 않으며 무거운 형상들로 가득하였다. 보이지 않는 타자의 이면에는 갈등과 공포, 사회관계에서 형성된 불편한 진실들로 가득하였다. 계층 간 불합리는 만연해 있었으며 인권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하였다. 묵인된 폭력과 강제된 관계가 또 다른 경계와 심리적 불안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Paradox, 2022, 장지,먹,수정테이프,아크릴,콩테, 73X60.6cm. 이미지 갤러리그림손
Paradox, 2022, 장지,먹,수정테이프,아크릴,콩테, 73X60.6cm. 이미지 갤러리그림손

삶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상호관계에서 형성된 신뢰를 바탕으로 전재한다. 신뢰는 언제든 깨질 수 있는 가벼운 공기와도 같다. 무너진 신뢰는 갈등의 깊은 상처로 남는다. 존엄이란 또한 무엇인가? 권력자의 이념 논리에 따라 한없이 존중받기도 하며 때론 처참히 짓밟히기도 한다. 역사는 권력자들에 의해 쓰여지고 권력자의 이념에 의해 재편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짐, 2023, 장지, 먹, 아크릴, 수정테이프, 콩테, 194X130cm. 이미지 갤러리그림손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짐, 2023, 장지, 먹, 아크릴, 수정테이프, 콩테, 194X130cm. 이미지 갤러리그림손

이 시기에 연구된 작품은 이러한 작가의 사고를 통해 제작되었으며, 특히 2021~2023년에 제작된 작품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인권 침해와 전쟁으로 인한 자유주의의 붕괴, 대량 학살과 도시 파괴, 여성 및 아동 폭력을 주제로 제작되었다. 2020년 아프가니스탄 난민사태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며 인간의 생명과 가치 존엄은 무너지고 거대 이념의 편린 속에 수많은 목소리는 묻히게 되었다. 또 한 전쟁으로 인한 민주주의 파괴는 수많은 인명과 생존권을 앗아갔다. 그로 인해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고 난민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인간의 존엄은 정치적 이념이라는 잣대에 처참히 짓밟히고 도시의 파괴와 가족의 해체를 가져왔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세계 곳곳의 아픔과 전쟁으로 인한 상흔의 깊은 상처를 내러티브를 통해 시대상을 반영하고 예술적 흔적으로 남기고자 한다.”

은밀한 침략자, 2022, 장지, 먹, 수정테이프, 아크릴, 콩테, 오일 파스텔, 162.4×95.2cm. 이미지 갤러리그림손
은밀한 침략자, 2022, 장지, 먹, 수정테이프, 아크릴, 콩테, 오일 파스텔, 162.4×95.2cm. 이미지 갤러리그림손

이번 전시 기간에는 2월 17일 (토) 오후 2시부터 진행되는 유현주 평론가와 함께하는 “작가와의 대화”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