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현, 거북이붕어싸만코구구바, 2023, 장지에 분채와 석채, 193.9x112.1cm. 이미지 갤러리 그림손
김나현, 거북이붕어싸만코구구바, 2023, 장지에 분채와 석채, 193.9x112.1cm. 이미지 갤러리 그림손

갤러리 그림손은 2009년부터 신진작가를 공모하여 단체전을 연다. 연령, 성별, 지역, 장르를 구별하지 않고 창작활동에 매진하는 젊은 작가들을 선정하여 각자 독창성을 지키도록 지원한다.

이번 2024년도에는 회화의 다양성을 지닌 김나현, 김연도, 시지의, 이은영, 정지용, 조세미, 최서우 작가을 선정했다. 이들 7명의 작가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느끼는 감정이나 의식을 각자의 시각적인 언어와 해석 방식으로 전달한다.

갤러리 그림손은 이들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신진작가 공모 선정전: 지금, 바로 여기 Here and now》를 3월 6일 개막한다.

김나현 작가는 전통 안료를 병치 혼합으로 겹쳐가며 붓질의 생동을 살려, 개인적으로 사랑이라고 감각한 순간을 채색화로 표현한다. 김나현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이렇게 소개했다.

“사랑이라고 감각한 순간을 그린다. 직접 만든 음식을 가운데 두고 가족과 나누는 대화, 친구들과 같이 간 여행, 나의 생일, 친구의 생일, 부모님의 생일 등 수십 번은 더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나가는 것이 아쉬운 정경을 소재로 삼는다. 생동한 붓질이 만들어 내는 모호한 형상을 통해 분위기를 조형화하여 장지에 분채와 석채 같은 전통 안료를 병치 혼합으로 옅게 수백 번 겹치는 방식은 붓질에 따라 안료가 스며들고 쌓이며 깊이감 있는 색을 만든다.”

김연도, pass me by, 2023, 장지에 수묵, 70x134cm. 이미지 갤러리 그림손
김연도, pass me by, 2023, 장지에 수묵, 70x134cm. 이미지 갤러리 그림손

수묵을 그리는 김연도 작가는 먹과 여백을 우리 삶의 음양이라고 보고, 먹으로 밤을 묘사 하는 작업을 한다. 그 안에서 사회 속의 나라는 존재로 개인의 감정을 잠시 잠재우는 시간을 그린다.

“나는 먹과 여백(餘白)이 음양(陰陽)의 조화를 이루어 나타나는 것을 단순한 흑백이 아닌, ‘인간(人間)’이라는 색으로 나타난다고 보았다. 따라서 나의 작업은 밤에 대한 주관적인 심취만이 아닌, 사회관계 속 '나'라는 존재에 대한 물음과, 그 안에서 느끼는 후회, 욕망, 혹은 바쁜 삶에 대한 이성을 잠시 재우는 시간이자 고요 속의 상념을 일으켜 치유하고 해소하는 공간에 대한 기록이다.” 김연도 작가의 말이다.

시지의, 흐름-소품-비원1 2024, 장지에 피그먼트 프린팅과 먹과 혼합재료, 50x73cm. 이미지 갤러리 그림손
시지의, 흐름-소품-비원1 2024, 장지에 피그먼트 프린팅과 먹과 혼합재료, 50x73cm. 이미지 갤러리 그림손

시지의 작가는 선의 흐름을 획으로 쌓아가며 자신을 찾아가는 작업을 한다. 단순한 한국화적인 획을 넘어 디지털 작업을 거친 획을 함께 쌓아가는 실험적인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작업은 어떤 의도에서 비롯되었을까? 시지의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나에게 세상은 거대한 흐름 속에서 모든 것이 관계되어 흘러가는 듯이 보이고, 흐름들을 조형하여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과 형식을 드러내고자 한다. 화면에 선을 한 번 그음으로써 일부분을 드러내고, 선들이 흐르며 스스로 힘과 느낌을 발현하도록 만든다. 선 하나에서부터 시작하여 ‘선의 흐름’을 제작하는 과정은 이성, 감각, 감성을 종합하여 본질적이고 원초적인 느낌을 시각화하는 작업이다. 가장 적합한 선을 찾는 연산 과정을 거쳐 선을 쌓으며 작업을 완성해 나간다.”

이은영, 비릿한 욕망, 2023, 한지에 채색 130.5x97.0cm.  이미지 갤러리 그림손
이은영, 비릿한 욕망, 2023, 한지에 채색 130.5x97.0cm. 이미지 갤러리 그림손

인간사에 관한 생각과 비판적인 시각을 진채화로 그리는 이은영 작가는 웃자란 선인장을 잘라 접하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하였고 인간을 욕구에 맞춰 상품화하는 현실에 비유하 였다. 이은영 작가가 말하는 그의 작업을 들어보자.

“작업의 시작은 수년을 함께하고 있는 선인장의 웃자람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옆으로 꺾이는 각도가 커져 방도를 찾아보지만, 선인장을 잘라 뿌리내리는 방법만이 검색되었다. 선인장의 몸을 자르기 싫어 다른 방법을 찾아보지만 알고리즘은 접목하는 사진과 영상으로 이어졌다. 웃는 얼굴로 선인장을 날카로운 칼로 잘라 다른 선인장과 붙을 때까지 꽁꽁 묶어 놓는 모습에서 잔혹함이 느껴진다. 선인장의 접목은 생존을 위해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사람들의 미감을 충족시켜 상품화하기 위해 행해진다. 특이하고 아름다울수록 고가로 거래된다.
학교에 입학하면서 자신이 좋아하고 바라는 것을 찾기보다는 정해진 틀 속에서 평가받으며 경쟁한다. 좋은 대학과 직업, 직장, 연봉 등 사회적으로 성공한 삶이라 평가 받는 조건들을 충족하기 위해 분주하다. 인터넷의 발달로 자본주의 시장의 흐름과 타인의 일상을 실시간으로 접하게 되면서 보이는 것에 집착하고 타인과 비교, 평가하며 편견에 강해지기도 한다. 내부 의지보다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며 채워지지 않는 현실을 직시하게 되면 무능과 열등감으로 인한 불안과 초조, 절망 등의 씁쓸한 감정에 좌절하기도 한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지만, 여전히 그 경계를 넘나들며 소란한 감정으로 작업을 시작하였다.”

정지용, 사유의 숲3, 2023, 한지에 먹, 채색, 53x45.5cm. 이미지 갤러리 그림손
정지용, 사유의 숲3, 2023, 한지에 먹, 채색, 53x45.5cm. 이미지 갤러리 그림손

정지용 작가는 주로 수묵채색화로 집과 자연이 함께하는 풍경을 그린다. 작가는 자연을 마주할 때의 편안함과 집의 안락함을 공통분모로 집과 자연이 공존하는 풍경을 여러 가지 기법으로 연작한다. 정지용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일상 속 맞닿은 풍경을 바라보며 편안함과 안락을 느낀다. 본인의 작업은 당시 좋은 감정을 느낀 풍경을 기억하고 수집하는 행위에서 출발했다. 수집된 풍경의 이미지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실재와 다른 느낌을 받았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집’은 풍경을 바라보며 느꼈던 편안함, 안락감과 같은 감정을 내재화하고자 넣은 장치로 볼 수 있다. 자연과 공존하며 인식하고 사유하고자 하는 내면의 이상향을 표현하고 있다.”(‘작가노트’)

조세미,  untitled, 2023, oil on canvas, 240cm x 240cm. 이미지 갤러리 그림손
조세미, untitled, 2023, oil on canvas, 240cm x 240cm. 이미지 갤러리 그림손

조세미 작가는 마주하는 기억 속 장면과 물체에서 오는 시각적인 강렬함을 작가만의 붓질과 색채로 이루어진 “조각”의 형태로 풀어 추상적인 화면을 구상한다.

조세미 작가는 자신을 작업을 이렇게 소개한다.

“눈에 보이는 것들 사이에는 어떤 비밀공간이 있을 것 같다. 그 공간은 어두컴컴하여 아무것도 볼 수 없지만, 선이나 색, 질감 덩어리들로 가득하다. 나는 그 조각들의 움직임과 모양새를 상상하며 작업한다. 주로 시각적 이미지나 어떤 현상과 함께 조각들이 연상되고 연상된 조각들은 작업으로 연결된다. 그 과정에서 처음의 이미지는 희미해지며 조각들은 더 분명해진다. 작업은 둘 간의 관계를 가지며 진행된다.”

최서우, Embrace4, 2022, Charcoal on Paper,  97x145.5cm. 이미지 갤러리 그림손
최서우, Embrace4, 2022, Charcoal on Paper, 97x145.5cm. 이미지 갤러리 그림손

 

포옹하는 모습을 목탄의 기법으로 전하는 최서우 작가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 스스로를 먼저 포용해야 한다는 깨달음과 함께 작품이 괜찮다며 위로해 주는 토닥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목탄이라는 재료의 부드러운 느낌을 살려가며 스스로 껴안는 인물의 군상을 연작한다.

“나는 스스로를 안고 있는 이미지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는 이들에게 본인을 온전히 받아들이라는 포용의 메시지를 전한다.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면 옆에서 괜찮다고 말해주는 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리고 스스로를 먼저 포용해야 한다는 깨달음이 응축되어 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함으로써 위로가 필요한 이를 다독여 주고 싶다는 바람, 그들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토닥임이 되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있다.” (최서우 작가 ‘작업노트’)

7인의《신진작가 공모 선정전: 지금, 바로 여기 Here and now》는 3월 24일까지 갤러리 그림손((서울시 종로구 인사동10길 22)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