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소연, 뉴욕시티-아메리칸 드림, 2024, 캔버스에 오일스틱, 116.8×80.3cm. 이미지 TYA
나소연, 뉴욕시티-아메리칸 드림, 2024, 캔버스에 오일스틱, 116.8×80.3cm. 이미지 TYA

동시대를 살아가는 당사자이자 제삼자로서 오상은 독립 큐레이터는 주변 환경, 인물, 시간, 사건으로부터 흥미로운 현상을 포착하고 이를 전시의 형태로 그려낸다.

오상은 독립 큐레이터가 나소연, 장경린, 전다빈, 진수영, 최시원, 황금비 작가 6인의 단체전 《첫사랑은 흐려지기에 아름답다》를 기획해 3월 12일부터 3월 24일까지 서촌 TYA(티와이에이) 갤러리에서 선보인다.전시 제목 "첫사랑은 흐려지기에 아름답다"에서 ‘첫사랑’은 ‘아마추어리즘’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단어이다. 오상은 기획자는 첫사랑이 지닌 보편의 감성을 전시의 맥락으로 가져온다. 이 ‘아마추어리즘’이라는 개념은《미술 구술: 전시 보기와 말하기 매뉴얼》의 공저자인 이여로 작가에게서 차용하였다. 이여로 작가는 “각자의 만들기 속에서 가치와 인정과 행동의 체계를 정립하는 과정”을 '아마추어리즘'이라 부르며 예술을 비롯한 모든 만들기에 주목한다. 관행·제도적 인정하에 예술이다 아니다를 논하기에 앞서 자기만의 만들기에 몰입하는 이들은 모두 '작가'이다.  첫사랑과 아마추어리즘은 이런 면에서 닮았다. 누가 뭐라 하든 사랑-창작에 빠지는 것은 한순간이고 실력, 재능, 전문성과 인정을 벗어나 내가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가치를 미술적 실천으로 지속해 드러낸다.

황금비, 자화상, 2023, 캔버스에 아크릴, 27.3x22cm.  이미지 TYA
황금비, 자화상, 2023, 캔버스에 아크릴, 27.3x22cm. 이미지 TYA

이번 전시에서 오상은 큐레이터는 여섯 명의 작가를 전시장 안으로 불러와 그만의 창작 세계가 시작되는 지점, 또는 일련의 과정 자체를 윤곽으로 그린다. 미술 비전공자인 나소연, 황금비 작가는 자신이 감응하는 감각을 창작의 발판으로 삼아 작가로서 정체성을 구축해 나간다.

나소연 작가는 사랑과 사람이 만들어내는 순간의 영원. 단 한 번뿐인 ‘순간’의 공감각을 중요시한다. 하나의 풍경 안 사람들의 순간들을 포착하고 그 안에 담긴 감정과 서사를 그려낸다. 현실 속 순간과 마음의 재현을 위한 상징물로서 흩날리는 꽃잎이나 눈송이, 반짝이는 별들, 바람결의 표현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감성을 표현한다. 나소연 작가는 홍익대학교 경영정보학과를 졸업했다.

전다빈, 텍스트와 이미지 실험, 2021, 순지, 스프레이, 과슈, 잉크, 가변 설치. 이미지 TYA
전다빈, 텍스트와 이미지 실험, 2021, 순지, 스프레이, 과슈, 잉크, 가변 설치. 이미지 TYA

황금비 작가는 여러 요인으로 발현된 식물들의 복합적인 형태를 모티브로 삼아 새로운 장면을 구현하고자 한다. 식물이 존재하는 양상을 관찰하며 얻는 감각적인 에너지를 하나의 이미지로 함축하고 그것이 또 다른 장면으로 향하는 것을 바라본다. 그리고 생성된 이미지들이 자연스럽게 생물체 전체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대화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황금비 작가는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전다빈, 최시원 작가는 텍스트와 이미지, 공예와 시각예술 등 매체와 장르 간의 다중적인 결합을 통해 자신에게 익숙한 장면을 실험적인 방법으로 그려내고자 한다. 전다빈 작가의 작품에서 눈에 띄는 상징이나 주요한 테마는 푸른색, 텍스트와 이미지, 실험, 문학과 시각예술의 결합, 존재의 의미 등이다. 전다빈 작가는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최시원, 도시의 조각, 2021, 은, 황동, PVD, 15.5×15.5×1.5cm. 이미지 TYA
최시원, 도시의 조각, 2021, 은, 황동, PVD, 15.5×15.5×1.5cm. 이미지 TYA

최신원 작가의 작업 테마는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공간 속 건축을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길 제안하는 데서 출발한다. 삶에서 쉼과 활기를 찾는 것이 중요해진 오늘날, 작가는 그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를 ‘주거’로 생각하여 현대인이 가장 오래 머무르는 장소의 일정한 패턴, 기하학적인 요소, 색감 등을 단순화하고 구조적으로 재배치해 편안하고 친숙한 감성을 끌어내고자 한다. 최시원 작가는 국민대학교 대학원 금속공예학과를 졸업했다.장경린, 진수영 작가는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작업 세계를 되짚어 창작의 가치를 증명해 나간다. 장경린 작가의 작품에서는 기록, 감각, 색감, 경험 등이 눈에 띄는 상징이나 주요 테마로 나타난다. 장경린 작가는 골드스미스 런던대학교 조형예술과를 졸업했다.  

장경린,  Mum & dad, 2023, Acrylic and gouache on canvas, 25x25cm. 이미지 TYA
장경린, Mum & dad, 2023, Acrylic and gouache on canvas, 25x25cm. 이미지 TYA

처음 작업을 시작했을 땐 진수영 작가는 사랑의 슬픔과 고통을 심장, 칼, 나무, 사람, 자연물 등에 빗대어 드러냈다. 지금은 영적인 세계의 시각화를 추구한다. 자연물과 인간, 인간과 사물이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도 종종 그린다. 그림에서는 영적인 존재인 천사, 사람, 백합, 사다리 등 기독교의 상징이 있는 사물들을 반복적으로 볼 수 있다. 진수영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이들 여섯 명의 작가가 이번 전시에 참여해 언젠가 흐릿해질 아름다운 첫사랑의 한 장면을 다시 한번 화이트 큐브 공간에 투사한다. 또한 아마추어리즘의 범주에 있는 수많은 동료 창작자에게 그가 만들기를 이어 나갈 수 있도록 무언의 응원을 보내려 한다.

진수영, a red leaf, 2009, tea on paper, 29.5x20.5cm. 이미지 TYA
진수영, a red leaf, 2009, tea on paper, 29.5x20.5cm. 이미지 TYA

 

오상은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를 통해 ‘아마추어리즘’이라는 경향이 미숙함이나 덜 여물었음을 대변하는 의미로 치환되기보다 창작의 궁극적인 목적, 창작을 지속하게 만드는 순수한 탐구 과정으로 읽혔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3월 17일에는 오후 4시부터 약 90분간 아티스트 토크가 진행될 예정이다. TYA(티와이에이)(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5길 28)의 전시 관람료는 무료이며, 관람 시간은 오후 12 ~ 6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