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낙원상가'. 사진 극단 경험과상상
연극 '낙원상가'. 사진 극단 경험과상상

서울 탑골공원 노인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연극 <낙원 喪가>(극작 정상미 연출 류성)가 오는 11월 2일부터 다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그린씨어터 무대에서 선보인다.

극단 경험과상상의 <낙원상가>는 2020년 제38회 대한민국연극제 경기도대회에서 초연되었고 대회에서 금상, 연기부문 우수상(남자배우), 희곡상을 수상하였다. 2022년 2월 ‘202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원로예술인 지원사업 선정작’으로 공연되었다.

연극 <낙원상가>는 젊은 날 화려했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이제 넘치는 시간을 견뎌내야만 하는 노인 빈곤율 1위인 대한민국의 가난한 노인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내일’ 똑같은 하루가 반복될지라도 ‘오늘’에 최선을 다하며 지겨운 삶에서도 웃음이 있고 만남과 헤어짐의 관계 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과 사랑을 찾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누구에게나 다가올 노년! 세월이 지나 겉모습은 바뀌었지만. 변함없이 뜨거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오늘도 탑골공원 한쪽에서 장기를 두는 기풍과 주식, 만동. 늘 똑같은 일상, 똑같은 풍경. 어느 날 작은 변화가 생겼다. 복지관에 왈츠수업을 받으러 다니던 기풍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것. 때마침 20년은 젊게 해준다는 신묘약에 대한 소문이 종로 노인들 사이에 번져 가는데...

연극 '낙원상가'. 사진 극단 경험과상상
연극 '낙원상가'. 사진 극단 경험과상상

극작 정상미 작가는 작품 의도를 이렇게 밝혔다.

"'늙고 가난해도 꿈꾸고 사랑하고 싶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 대한민국에서 가난한 노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하루가 다르게 빨리 변해가는 세상 한가운데서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한 이곳(탑골공원)에 모여 장기를 두고, 의미 없는 입씨름 하고, 때론 헐값에 성(性)을 사고파는 그들의 삶은 우리 사회가 외면하지만, 곧 다가올 현대인들의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곳의 노인들은 냉혹한 현실 앞에 좌절하고 주저앉지만은 않는다. 화려했던 지난날은 가슴에 묻어두고 당장 눈앞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넘쳐나는 시간을 견뎌내기 위해 모이고, 악착같이 돈을 벌고, 어떻게든 하루를 살아낸다. 내일 다시 똑같은 하루가 반복될지라도 일단 오늘에 최선을 다한다. 그러므로 이 지겨운 삶에도 웃음이 있고, 관계 속에 희망이 생기고 사랑을 싹튼다. 남루한 노인들의 삶에도 뜨거운 마음이 있음을 새삼 관객에게 상기시켜 주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2023 '낙원상가' 포스터. 이미지 극단 경험과상상
2023 '낙원상가' 포스터. 이미지 극단 경험과상상

연극 <낙원상가>를 연출하는 류성은 연출의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낙원상가>는 인생의 낭만과 쓸쓸함에 관한 이야기다. "낭만"은 달콤한 꿈이고, 행복한 판타지고, 과거의 영화다. "쓸쓸함"은 비루한 현실이고, 버텨야 하는 외로움이고, 머지않아 사라질 미래다. 사람은 상상이란 능력이 있어 수시로 낭만에 빠져든다. 한동안 낭만 속에 머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내 현실을 깨달으며 쓸쓸해진다.

상호 모순적인 성질의 "낭만"과 "쓸쓸함"이 때로는 교차하고,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공존하면서 빚어지는 제3의 감정들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각 장면들마다 코믹한데 서글픔이 뒤따르고, 즐거운데 울적함이 흘러들었으면 싶었다. 일면 비루해 보이지만 그게 아름답고, 서로 싸우는데 은근한 정이 보여졌으면 했다.

사실 사회나 사물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과 인생도 모순투성이인 듯하다. 인간의 불완전성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그 모순 때문에 삶의 순간순간마다 갈등하고, 질시하고, 괴로워한다. 사람이 나이가 든다는 것은 점차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것이고, 좀 더 죽음에 가까워져야 인생의 모순을 좀 더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출연  이현순, 고인배, 이태훈, 권범택, 차유경.

연극 <낙원상가>은 11월 19일까지 공연한다.  공연시간은 평일 7시30분, 주말 오후 3시. (다만 11월 18일은 오후 6시에 공연한다. 오후 3시 공연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