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고래는 제23회 정기공연으로 11월 9일부터 19일까지 연극 <우리>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연극 <우리>는 극단 고래 대표 이해성 연출과 연극계 대표 페미니스트 홍예원 연출의 공동연출/공동창작 신작으로, 소통을 이야기하는 연극을 만들고자 한 과정 자체가 한 편의 연극으로 확장되는 일종의 메타적 다큐멘터리 연극이다.

극단 고래 연극 '우리' 포스터. 이미지 극단 고래
극단 고래 연극 '우리' 포스터. 이미지 극단 고래

연극 <우리>는 ‘우리들’이라는 의미와 함께 ‘벗어나지 못하도록 가두는 동물의 우리’라는 뜻을 함께 내포한다. 이 연극은 세대, 계급, 젠더 간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다양한 우리의 이야기를 인터뷰에 기반한 공동창작, 리서치 과정을 형식으로 수렴하는 과정 중심의 창작 방식으로 구성하였다. 극단 고래 창단 이후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주로 작가 이해성이 쓴 작품들을 공연해 왔던 극단의 오랜 창작 방식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단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만드는 새로운 창작방식을 도입해 그간 극단 고래가 보여온 연극과 사뭇 다른 결을 가진 작품이다.

가부장 세대의 작가이자 연출가 홍예성! 연극계 페미니스트 대표주자 이해원! 두 연출가는 젠더와 세대 간의 소통의 부재를 다룬 신작 공연을 공동 연출로 준비한다. 한편 양자역학에 빠져 워크숍 공연을 준비하는 극단 상어 단원들은 홍예성 대표가 마련하는 공연의 주제와 공동 연출이라는 소식에 걱정이 앞서지만, 신작 공연 스터디에 참여하기로 결정한다. 연습실은 예상했던 대로 두 연출의 격렬한 논쟁으로 가득 차며, 단원들은 작업 과정이 순탄치 않음을 뼈저리게 느낀다. 결국 좁혀지지 않는 의견차에 답답함을 느낀 이해원이 작품에서 하차를 선언하며 그 갈등이 폭발하는데...

출연 정나진, 박윤선, 한아름, 사현명, 안소진, 박형욱, 구한나, 손아진.

페미니즘 리부트 현상을 동시대 한국 사회를 변화시킨 르네상스적 혁명이라 간주하는 50대 남성 이해성 연출가는 스스로 페미니즘의 가치를 학습하고 실천하기 위해 부단히 애써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의 연극과 삶이 페미니스트들과 잘 소통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연극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페미니스트와의 소통 부재를 느끼고 문제 제기를 해보고자 이 공연을 구상했다. 이에 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검열에 저항하는 행동이었던 ‘블랙텐트’에서 함께 투쟁했던 동지이자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대표이자 연출가인 홍예원을 공동 연출로 캐스팅해 이번 공연을 만들었다.

극단 고래는 2022년~202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중장기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되어 <고래, 혐오의 물결을 거슬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단순히 공연 작품을 선보이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강연과 작품 제작 및 리서치와 스터디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담론을 형성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다. 작년에는 한국 사회의 분단 이데올로기 대립이 수많은 혐오의 뿌리라고 보고 <분단 이데올로기, 그 뿌리 깊은 상처를 보듬어>라는 소제목으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올해는 세대, 성별, 인종, 계급 등을 둘러싼 갈등과 혐오가 점점 더 강렬해지고 있는 동시대 사회적 현실에 대한 성찰로써 <계급/젠더적 대립과 차별을 넘어>라는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노동/젠더 아카데미’를 시작으로 현재 우리의 노동 현실을 이야기하는 연극 <굴뚝을 기다리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집 꿀잠과 정의기억연대와 공동주최한 <사회적 예술 단막극 공모 및 낭독 페스티벌>, 극단 고래의 차세대 연출가 지원작인 신작 <뉴클리어 패밀리> 등을 진행하였고, 젠더, 위계, 소통의 문제를 다룬 <우리>가 올해의 마지막 프로젝트이다.

연극 <우리>는 중학생 이상 관람 가능하며 공연 시간은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4시. 월요일은 공연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