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을, 천川의 마을, 성남 원도심에서의 시간여행…_파이롯트 공장 철거 시 협찬받았던 다양한 재료, 사물들을 활용한 오브제 작품 설치,  이미지 오픈스페이스블록스
김을, 천川의 마을, 성남 원도심에서의 시간여행…_파이롯트 공장 철거 시 협찬받았던 다양한 재료, 사물들을 활용한 오브제 작품 설치, 이미지 오픈스페이스블록스

오픈스페이스 블록스가 10월1일부터 개최하는 전시 《사물의 시간 : ‘예술과 만난 생활 속 오브제들’》은 12인의 참여 작가 작업 및 공동 작업을 통해 주택가 깊숙이 파고들어 지역 생활 하천의 복개로부터 원도심 재개발 등에 이르는 도시의 역사와 변화상을 다양한 시선 속에 담아내는 현장 전시이다.

조형래 ×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꿈꾸는 마을 ‘존재의 가상과 디지털 실상’ 천의 마을 2부 아카이브 태평동 4144번지, 중부초등학교. 사진 오픈스페이스블록스
조형래 ×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꿈꾸는 마을 ‘존재의 가상과 디지털 실상’ 천의 마을 2부 아카이브 태평동 4144번지, 중부초등학교. 사진 오픈스페이스블록스

주거 및 생활 기반의 부침에 따라 기능을 달리하거나 쓸모없이 버려지는 사물로서의 오브제를 창작의 소재 또는 모티브로 삼아 생활 속 오브제에 깃든 시대의 언어를 발굴하고 사물의 시간에 담겨 있는 생의 의미와 지속 가능한 공존의 가치를 도심 속 현장 전시로 집약함으로써, 2년간 1-2-3부로 이어 온 아르코 공공예술사업 「‘천川의 마을’_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한다.

김태헌, 박물-도시 기억하기, 2023, 단목 위에 수집한 박물 설치, 빈집 3021번지 1층.  사진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김태헌, 박물-도시 기억하기, 2023, 단목 위에 수집한 박물 설치, 빈집 3021번지 1층. 사진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지역 자원인 ‘빈집’, 시민의 생활 공간인 다가구주택 ‘옥상’, 빈집과 빈집 사이 약 1.5km에 이르는 ‘골목’ 동선을 예술적 표현의 공유지로 활용하여 생활 및 유휴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고 환경 변화를 둘러싼 지역의 문제를 공공의 과제로 제시한다.

송하나, 피어나다, 빈집의 곰팡이 흔적을 따라 이미지 스티커 부착, 마을 오브제 관련 드로잉, 녹색 라바콘_태평동 865번지 1층, 태평동~. 사진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송하나, 피어나다, 빈집의 곰팡이 흔적을 따라 이미지 스티커 부착, 마을 오브제 관련 드로잉, 녹색 라바콘_태평동 865번지 1층, 태평동~. 사진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처음 골목에서 반복적으로 들려오는 물소리의 근원을 찾아 시작된 「‘천川의 마을’_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복개천에 관련된 시민의 기억과 성남 원도심의 도시 개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감으로써 잊고 지내 왔던 원형적 삶을 돌아다보고 지역의 문화 자원을 예술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하여 현재화하기 위한 작업을 펼쳐 왔다. 그 마지막 과정으로 광주대단지 시절 ‘선 이주, 후 개발’의 정책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성남 원도심 특유의 좁고 경사진 골목과 붉은 벽돌 건물의 스무 평 주택 단지를 관찰의 중심에 두는 한편, 인간이 도시 공간 속에서 복수의 타자들과 형성해 온 유기적 삶의 모습, 물질적 소유 및 소비 방식, 도시 재개발 등 환경 변화를 사물의 시간과 미술적 오브제의 관점에서 추적한다.

이돈순 ×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맨드라미 길, 맨드라미 배 맨드라미 씨 파종 및 나룻배 옥외 설치, 태평동 골목 콘크리트 틈새 1.5km ~. 사진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이돈순 ×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맨드라미 길, 맨드라미 배 맨드라미 씨 파종 및 나룻배 옥외 설치, 태평동 골목 콘크리트 틈새 1.5km ~. 사진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성남 원도심 산동네의 골목길 콘크리트 밑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물소리의 근원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천川의 마을’_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성남의 도시화 과정에서 인구 증가와 도로 확보의 필요에 따라 차례로 복개되어 시야에서 사라진 생활 하천을 중심으로 도시 공간의 삶을 형성해 온 주민의 기억을 복원하고, 이를 지역의 역사, 자연, 환경을 아우르는 예술적 상상력과 과거-미래-현재(프로젝트 1-2-3부)를 교차하는 통합적 구성 안에 담아내려는 기획이다. 

이병철, 나의 오랜 추억 속의 집, 파이롯트 공장 철거 시 협찬받았던 각종 물품, 매입형 벽 구조물 제작 및 설치, 영상 태평동 3021번~. 사진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이병철, 나의 오랜 추억 속의 집, 파이롯트 공장 철거 시 협찬받았던 각종 물품, 매입형 벽 구조물 제작 및 설치, 영상 태평동 3021번~. 사진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1부 <기억수집과 회상연극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70-80년대의 도심 속 자연 하천의 모습을 기억하는 주민의 경험담을 구술기록 작업과 시민 참여형 회상연극으로 담아내어 지역의 삶을 공통의 주제로 교환하고 경험의 예술적 재현과 심리적 서사로 풀어 가는 새로운 연극을 실험한다. 성남 원도심의 지형을 따라 흐르는 독정천 · 대원천 · 단대천은 남한산으로부터 탄천으로 이어져 자연 생태계를 이루며 시민 생활 및 정서의 젖줄로서 중심적 역할을 형성해 왔으나, 인구 증가와 도로 확보의 필요에 따라 차례로 복개된 이후 은폐되어 열악한 지역 환경의 상처로 남아 젊은 세대의 경우엔 그 존재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

이원호, Blue to Blue, 두 번째 이야기, 2023, 파란색 플라스틱 박스, 영상, 와이어, 2110번지 2층. 사진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이원호, Blue to Blue, 두 번째 이야기, 2023, 파란색 플라스틱 박스, 영상, 와이어, 2110번지 2층. 사진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기억수집과 회상연극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지상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 도심 하천의 본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시민의 경험담을 모아 회상연극으로 재구성하여 70-80년대의 도시 풍경과 그 안에서 살며 느꼈던 희로애락의 감정을 극적 정서와 공간적 사유를 통해 교감해 봄으로써 건강한 공동체의 삶 속에 담긴 오늘의 가치를 되돌아보기 위한 것으로, 시민과 지역 예술가가 함께 모색해 가는 과정적 실험극이다.

정이삭, 레릿비letitbe, 지금은 빈집인, 90년대를 살았던 가상의 한 중학생 방에 들어가 그의 삶의 일부를 경험하도록 구성한 관람자 ~. 사진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정이삭, 레릿비letitbe, 지금은 빈집인, 90년대를 살았던 가상의 한 중학생 방에 들어가 그의 삶의 일부를 경험하도록 구성한 관람자 ~. 사진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2부 <꿈꾸는 마을 : ‘존재의 가상과 디지털 실상’>은 도시화 과정에서 인구 유입과 도로 확장의 요구에 따라 복개되어 지면 아래로 감춰진 자연 하천을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을 응용해 가상현실 속에 재생하는 ‘이미지 기억지도’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들어 시민과 공유함으로써 개발과 성장 위주의 자본 흐름에 의해 종속 · 배제된 도시 공간의 이면을 주민의 기억과 예술가의 상상력으로 복원 · 대체해 보는 시민 체험형 실험 예술이다.

조지은, 고임돌, 시멘트를 재료로 한 벽 드로잉 및 7개의 한지 드로잉(48x38cm), 마을 골목에서 수집한 시멘트 조각들, 태평동 211~. 사진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조지은, 고임돌, 시멘트를 재료로 한 벽 드로잉 및 7개의 한지 드로잉(48x38cm), 마을 골목에서 수집한 시멘트 조각들, 태평동 211~. 사진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지하에 은폐된 기억 속 하천을 디지털 가상현실 속에 흐르도록 재현하고 환경과 연관된 다양한 오브젝트(이미지 캐릭터)을 제작하여 사용자가 직접 원하는 위치에 배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축함으로써 하천 주변의 풍경을 점차 무성한 초록의 식물과 다양한 동물이 살아가는 친환경 도시로 개선해 가게 된다. 이는 ‘주민이 마을을 만든다’는 참여 의식을 예술적 상상력과 미디어 시대의 감각을 통하여 체감하게 하는 장치로서 주민 스스로 게임을 하듯 마을의 환경을 가꾸어 나가는 과정에서 삶의 원형적 모습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하는 새로운 공공예술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부록, 자석은 철을 끌어당긴다, 2023, 자석, 철, 함, 가변적 설치, 조명, 개나리색 벽 태평동 2110번지 2층. 사진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이부록, 자석은 철을 끌어당긴다, 2023, 자석, 철, 함, 가변적 설치, 조명, 개나리색 벽 태평동 2110번지 2층. 사진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3부 <사물의 시간 : ‘예술과 만난 생활 속 오브제들’>은 도시 생성 이후 5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서 불어닥치기 시작한 도시 재개발 등으로 용도 폐기되고 마는 각종 사물을 예술적 오브제로 수집, 재활용하여 생태와 환경을 아우르는 담론적 공공미술 전시회로 구성한다. 도시 근대화의 상처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성남 원도심은 급격한 도시 개발을 통해 물리적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계획도시 중 하나이자 도시 서민의 애환과 이주의 역사가 깊게 아로새겨진 곳이다. 성남 원도심의 좁고 가파른 골목과 붉은 벽돌 건물의 스무 평 주택 단지는 70~80년대 이후 서민 주거 환경의 특징과 시대상을 품은 역사적 장소이지만, 최근 우후죽순 들어서는 고층 아파트와 자본 및 개발 압력에 떠밀려 마을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선주민의 퇴거라는 홍역을 앓고 있다. 이에 마을 현장에서 현재 진행형으로 벌어지는 끝없는 개발과 파괴의 도시 욕망, 그 속에 깃든 삶의 이야기를 예술가들의 상상력과 생생한 사물의 언어를 빌어 재현한다.

허수빈, 과거가 된 현재, 현재가 된 미래, 원형 나무 테이블, 투명 아크릴판 스탠드, 백색 조명, 자외선 로고라이트, 전단지, 기타 혼합. 사진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허수빈, 과거가 된 현재, 현재가 된 미래, 원형 나무 테이블, 투명 아크릴판 스탠드, 백색 조명, 자외선 로고라이트, 전단지, 기타 혼합. 사진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지역의 역사와 환경을 고리로 오브제 및 생활 사물에 대한 사유를 예술적 시선으로 풀어내는 이번 현장 전시는 사물이 지닌 고유성을 드러내는 한편 작가들 특유의 시선과 예술적 기능을 통해 사회 현실에 대한 진단을 가함으로써 인간의 생산 활동 및 소비 문화, 이주와 정주, 커뮤니티의 형성과 해체, 자연과의 조화 등 공공의 문제를 예술적 논의의 대상으로 시각화하여 시민과 공유한다.

이찬주 ×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에코 우편함 100개의 에코 우편함 제작, 전시 기간 중 신청 주택에 설치_태평동 865번지 1층, 태평~. 사진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이찬주 ×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에코 우편함 100개의 에코 우편함 제작, 전시 기간 중 신청 주택에 설치_태평동 865번지 1층, 태평~. 사진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2023 아르코 공공예술사업 ‘천川의 마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부) 《사물의 시간 : ‘예술과 만난 생활 속 오브제들’》은 10월 31일까지 오픈스페이스 블록스(openspace BLOCK’S, 성남시 수정구 남문로 43번길 13-2)에서 열린다. 참여작가는 김을, 김태헌, 송하나, 이돈순, 이병철, 이부록, 이원호, 이찬주, 정이삭, 조지은, 조형래, 허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