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아 전국에서 정자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경북 봉화의 이오당과 한수정 두 곳에서 각각 《선비의 케렌시아 정자 북토크 및 그림전시회》가 열린다. 

16세 고등학생 이재은은 지난 8년간 주말에 경상북도 봉화의 정자(亭子)를 답사하고 그 가운데 한수정 등 8개 정자를 소개하는 책 《선비의 케렌시아, 정자》를 펴냈다.  저자의 외할머니 권경숙(86)가 정자 그림을 그렸고, 손녀 이재은은 사진을 찍고 글을 썼다. 이번 《선비의 케렌시아 정자 북토크 및 그림전시회》는 지난 7월 경상북도 봉화군 봉화정자문화생활관 누정갤러리에서 열린 《선비의 케렌시아, 정자》 출판 기념 전시회와 책이야기마당에 이어 두 번째이다.

이오당. 사진 이재은
이오당. 사진 이재은

먼저 9월 30일(토) 오전 11시 봉화군 법전면 법전로에 있는 이오당에서 《선비의 케렌시아 정자 북토크 및 그림전시회》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 글쓰는 16세 이재은과 그림그리는 86세 할머니 권경숙씨가 정자에 관한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이오당(二吾堂)은 조선 현종 때 문신인 강흡(1602∼1671)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그를 추모하여 숙종 5년(1679)에 이오당을 세웠고 그 뒤 1938년 다시 고쳐 지었다. 이오당(二吾堂)이란 이름은 “낙오천(樂吾天), 종오년(終吾年)”, 즉 “자연을 즐기다가 생을 마친다”라는 뜻에서 붙였다고 한다. 규모는 앞면 2칸·옆면 2칸이며,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을 한 팔작지붕이다. 강흡은 인조 8년(1630) 진사시에 합격하였으며, 세마부위라는 벼슬을 지냈다. 병자호란 때 임금이 남한산성에서 중국 청나라에 무릎을 꿇자 관직을 떠나 봉화에 들어와 은둔하였다. 그리고 그 무렵 ‘태백오현(太白五賢)'으로 추앙받던 정양·심장세·홍석·홍우정 등과 어울려 공론을 벌이며 자연을 벗삼아 지냈다.

강흡의 후손으로 이오당을 지켜온 강필구 씨는 지난 수년간 주말마다 이오당을 일반에 개방하여 ‘생활 속에 살아 있는 정자’로 유지해 왔다.

한수정. 사진 이재은
한수정. 사진 이재은

이어 30일(토) 오후 2시부터는 춘양 한수정에서 북토크를 한다. 한수정(寒水亭)은 충재 권벌이 1519년(중종 14) 봉화 춘양의 현 위치를 별장지(別莊地)로 선정한 후 1534년(중종29) 이 일대의 토지를 매입하였으며, 아들 청암 권동보가 1576년(선조 9)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현 한수정으로부터 약 백 여보 지점에 ‘거연헌’이란 집을 건립하였다. 1608년(선조41) 충재의 손자인 석천 권래가 할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현 위치에 한수정을 창건하였다. 이처럼 한수정은 석천 권래뿐만 아니라 조부부터 3대에 걸쳐 토지매입에서 창건까지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또한 작은 공간에서도 초연대와 와룡연 그리고 주변에 조경수를 심어 정자로서의 많은 요소를 잘 간직하고 있다. 현재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서의 역사적, 학술적, 예술적, 건축적 가치가 뛰어난 곳이다.

하지만 이재은이 책을 집필하던 지난 1년간 5-6회 넘게 찾았던 한수정은 갈 때마다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갈 수 없던 한수정의 문이 이번에 활짝 열렸다. 권래의 후손으로 한수정을 지키는 권갑섭 씨는 올 7월 작은도서관을 표방하고 한수정을 개방하였다. 이는 이오당에 이어 두 번째 일반에 개방한 것이다.

케렌시아 정자 북토크 및 그림전시회 포스터. 이미지 봉화정자문화생활관
케렌시아 정자 북토크 및 그림전시회 포스터. 이미지 봉화정자문화생활관

이재은은 이번 북토크 전시회에 지역주민을 초대하고, 대한민국을 불러 모아 정자의 가치를 전하려 한다. 또한  “앞으로 《선비의 케렌시아, 정자》에 소개한 나머지 일곱 정자를 먼저 찾아 문을 열어가는 캠페인도 계획 중이다”며 “학문의 대상으로 박물관 명맥만 유지하는 정자를 살아있는 오늘 우리의 놀이터, 도서관, 지역의 문화예술 되살리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