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 수수현갤러리는 회화 Rosa Oh 작가와 조형 김지숙 작가의 초대전을 9월 27일부터 10월 24일까지 개최한다. 사진 수수현갤러리
경기도 광주 수수현갤러리는 회화 Rosa Oh 작가와 조형 김지숙 작가의 초대전을 9월 27일부터 10월 24일까지 개최한다. 사진 수수현갤러리

경기도 광주 수수현갤러리는 회화 Rosa Oh(오영주) 작가와 조형 김지숙 작가의 초대전을 9월 27일부터 10월 24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Rosa Oh 작가는 아름답고 따뜻한 그림을 선보였다. Rosa Oh 작가는 드넓게 펼쳐진 바다와 섬 그리고 산이 어우러진 남해의 풍경을 보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성인이 되어 작가는 고향집을 자주 그렸다.

Rosa Oh, 그곳, 2023, acrylic on canvas, 60.6x72.7cm. 사진 수수현갤러리
Rosa Oh, 그곳, 2023, acrylic on canvas, 60.6x72.7cm. 사진 수수현갤러리

“성인이 되어 그림을 그릴 때마다 무의식 속 빨간 지붕의 집이 그려졌다. 어릴 때 자주 놀던 남해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도로 옆에 있던 집.”

오래전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한 작가에게 고향집은 더욱 각별했을 것이다.

“고향을 떠나 먼 타지에 자리를 잡으며 공부하고 먹고사는 일에 젖다 보면, 어느새 지친 마음을 누이게 하는 곳이 ‘고향’임을 알게 된다. 처음 고향을 떠날 때의 설렘과 두려움은 젊은 날의 나를 성장케 하였지만, 내가 가진 것을 나누고 삶을 돌아볼 나이가 되면 고향에서 받은 정과 따뜻함 그리고 넉넉함이 나를 성숙하게 하였음을 알게 된다. 언젠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숨 가쁘게 달리는 중에도 끊임없는 위안과 안식을 주었고, 나를 흐트러지지 않게 하는 기준점과도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성인이 되어 나를 다잡을 때마다 그리고 그림을 그릴 때마다 그렇게 고향을 떠올렸다.”(Rosa Oh 작가)

Rosa Oh, 그곳, 2023, acrylic on canvas, 50x150cm. 사진 수수현갤러리
Rosa Oh, 그곳, 2023, acrylic on canvas, 50x150cm. 사진 수수현갤러리

최규남 미술비평은 로사 오의 작업을 이렇게 설명한다. “로사 오 작가의 작품만큼 다정다감한 느낌이 묻어나는 그림은 흔치 않다. 녹색과 하늘색, 하얀색과 검정의 대비, 농(濃)과 담(淡)의 적절한 강도, 사선과 수평선의 배합을 통한 변화 등등 작품의 단순함 속에 알듯 모를 듯 미세하지만 분명하게 녹아 있는 현대의 고독한 대중과 일상에 지친 인간을 향한 지극한 정성은 로사 오 작가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어(keyword)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Rosa Oh, 그곳, 2023, acrylic on canvas, 162.2x130.3cm. 사진 수수현갤러리
Rosa Oh, 그곳, 2023, acrylic on canvas, 162.2x130.3cm. 사진 수수현갤러리

기억 속 아름다웠고 따뜻한 추억이 담긴 집은 작품을 보는 우리에게도 비슷한 감정을 끌어올리는 매개체다. 일상에 지친 이들은 누구나 돌아갈 곳이 있음을 느끼고 평안함을 찾게 된다. ‘언제든 여기 그대로 있을게’ 라고 이야기해주는 부모, 친구, 집이 있다면, 다시 힘을 얻어 나아갈 수 있듯. 그리고 이제 내가 누군가에게 바로 그런 곳, 그런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줄 수 있다면 살아온 날이 보람 있을 것이다. Rosa Oh 작가의 작품에서 이런 마음을 느껴 보면 어떨까.

김지숙, 어린왕자, 2023, 조형토,  1250도,  산화소성, 25x25x53cm.  사진 수수현갤러리
김지숙, 어린왕자, 2023, 조형토, 1250도, 산화소성, 25x25x53cm. 사진 수수현갤러리

김지숙 작가는 작품을 보며 드는 감정에 충실하기를 바란다. 작가는 작품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그대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예술을 향유하는 가장 쉽고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작품 속 인물들은 서로에게, 혹은 스스로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기도 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관계성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단정지어 '이러한 감정' '이러한 상황'이라는 설명을 덧붙이지 않는 것은, 관객의 경험과 가치관, 처해진 상황에 따라 자유로운 해석을 유도하기 위함이다.”(김지숙 ‘작가노트’)

김지숙, 틈, 2023, 조형토, 1250도,  산화소성, 23x14x40cm. 사진 수수현갤러리
김지숙, 틈, 2023, 조형토, 1250도, 산화소성, 23x14x40cm. 사진 수수현갤러리

흙으로 빚는 작품의 특성상 같은 작품이 나올 수도 없고, 한 번에 원하는 형태가 나오지도 않는다. 흙을 조금씩 쌓아 올리는 과정을 통해서, 예닐곱 번씩 칠하고 구워내는 반복의 과정을 통해서만이 조금씩 조금씩 의도했던 바에 가까워질 수 있다. 그 사이에 느낄 인내와 좌절, 한계와 도전, 위로와 위안에 대한 감정들이 작품 안에 녹아 관객이 어떤 감정을 느끼더라도 작품과 소통할 수 있게 된다.

김지숙 작가는 흙을 바닥에서부터 조금씩 쌓아가며 형태를 만드는 방법으로 작업을 한다. 서있는 입상을 만든다면 발바닥부터 시작해서 작업의 끝이 머리가 되는 셈이다. 물론 가마에 넣어 구워내야 하므로 안은 비어있는, 겉에 형상만 만든다. 도자조형물은 흙으로 빚고(성형) 그늘에서 잘 말린 뒤, 초벌구이(800도), 재벌구이(1250도)로 대개 작업이 마무리된다. 하지만 김지숙 작가의 작업은 재벌구이 후에도 몇 번의 고온에 구워내는 작업을 더 반복한다. 유약이나 도자 안료의 특성상, 녹는 융점과, 발색이 더 예쁘게 되는 온도가 따로 있어서, 하나하나 재료의 특성에 맞춰 원하는 색을 얻으려면 보통 서너번이 넘는 가마 작업을 더 거쳐야 한다. 그래서 작가의 작품 중엔 7번 넘게 구워낸 것들도 있다.

김지숙 작가는 “수고롭고 시간 또한 두세 달이 걸리기도 하지만 제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색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과정이다”고 말했다.

김지숙, 베일 쓴 소녀, 2022, 백자토, 1250도,  산화소성, 19x13x33cm.  사진 수수현갤러리
김지숙, 베일 쓴 소녀, 2022, 백자토, 1250도, 산화소성, 19x13x33cm. 사진 수수현갤러리

혼자 하는 이 과정이 힘들지만, 작가는 이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는다고 한다.

“혼자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예닐곱번 씩 칠하고 구워내는 반복의 과정을 통해 새롭고 예기치 않았던 결과물을 얻는다. 흙을 조금씩 쌓아 올리며 원하는 형태를 만들 때는 늘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작품인 것 마냥 최선을 다하지만. 가마에 넣는 순간, 어떤 작업을 했는지조차 잊는다.

그냥. 묵묵히. 무심히.
흙 한덩이를 손에 올리고 또 다른 작업을 시작할 뿐.” (김지숙 ‘작가 노트’)

Rosa Ohㆍ김지숙 작가 초대전 전시 모습(일부). 사진 수수현갤러리
Rosa Ohㆍ김지숙 작가 초대전 전시 모습(일부). 사진 수수현갤러리

고향을 보듯 회화 Rosa Oh 작가와 조형 김지숙 작가의 작품을 대하면 처음보는 작품이라도 친근하고 정겹게 다가오지 않을까. 이성보다는 감성으로.

회화 Rosa Oh 작가와 조형 김지숙 작가의 초대전은 수수현 갤러리(경기도 광주시 신현로 105 성원빌딩 2층)에서 10월 24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